9년 동안 송도 호수 ‘외딴섬’에 갇혀 방치된 토끼들

이서현
2021년 01월 21일 오후 1:52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51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내에 있는 ‘토끼섬’이 논란이다.

2012년 만들어진 ‘토끼섬’에는 9년째 수십 마리의 토끼가 갇혀서 생활하고 있다.

명분은 생태교육이지만 관광객의 볼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게다가 환경조차 열악해 이 섬은 ‘토끼 지옥’으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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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지난 2일 한 시민이 토끼커뮤니티 ‘풀 뜯는 토끼동산'(토끼보호연대)에 ‘송도 센트럴파크 토끼지옥섬 탈출을 위해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공유하면서 시작됐다.

토끼를 키우고 있는 글쓴이는 최근 송도로 이사하며 처음으로 토끼섬의 존재를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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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토끼섬은 그야말로 물로 둘러싸인 외딴 섬에 산 생명을 가둬둔 토끼 감옥이다. 토끼들은 바닷가 쪽에 위치한 송도 매서운 한파에 시달리고, 부족한 먹이와 늘어난 개체수 탓에 땅을 파서 탈출하려다 죽은 아이들도 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내 팻말에는 일년에 2~3회 산란, 4마리까지 출산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기재해 놓고 공원관리 담당을 검색해봐도 토끼섬 내용은 찾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토끼보호연대

 

토끼들이 걱정됐던 그는 지난 4일 센트럴파크를 관리하는 인천공원관리공단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토끼섬 관리 실태를 문의했다.

그 결과 토끼들은 모두 중성화가 되지 않은 상태였고 추후 시행 계획도, 개체 조절에 대한 매뉴얼도 없었다.

토끼들이 낮은 펜스를 넘거나, 굴을 파서 탈출하다 물에 빠지는 것을 알고 있는지 문의하자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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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보호연대

지난 8일 토끼보호연대가 토끼섬에 들어가 보니 밥통은 비어있고, 물을 꽁꽁 얼어서 마실수 없는 상태였다.

토끼보호연대는 “전문수의사도 없고, 토끼에 맞는 사료도 공급되지 않았다”라며 “조경담당자에게만 생명체를 맡겨두는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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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일자 인천시는 지난 13일 토끼섬의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뒤늦게 펜스와 은신처 등의 개선에 나섰다.

토끼 18마리는 다음 달까지 중성화 수술을 진행하고 토끼섬 이전이나 폐쇄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