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개국서 한글 배운다…‘세종학당’ 19개국 신규 지정

이윤정
2022년 06월 17일 오후 4:22 업데이트: 2022년 06월 17일 오후 4:22

한류 열풍 타고 ‘한국어로 꿈 이루는 곳’ 자리매김
2007년 개설…19배 증가, 누적 수강생 58만 명
국내에도 처음 개설…귀국 해외 입양인 교육
세종학당재단, 30개국 파견 한국어 교원 모집

쿠웨이트, 방글라데시, 남아프리카공화국, 튀니지, 사우디아라비아…이들의 공통점은?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교육하는 ‘세종학당’이 처음 들어선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늘면서 세종학당은 ‘한국어를 배워 꿈을 이루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와 세종학당재단(이사장 이해영)은 19개국에 세종학당 23개소를 추가 조성한다고 16일 밝혔다. 이에 따라 2007년 3개국 13곳으로 처음 시작한 세종학당은 84개국 244개소로 확대됐다. 세종학당은 국어기본법 제19조 및 제19조의2에 근거해 운영하는 한국어·한국문화 교육기관이다.

리투아니아 빌뉴스 세종학당(좌), 몽골 울란바토르2 세종학당(우)의 한국어 수업 모습 |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세종학당이 추가로 설립되는 도시는 멕시코 케레타로, 미국 웬츠빌, 베트남 빈·호찌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인도네시아 반둥·암본·바우바우, 중국 옌볜, 캄보디아 프놈펜, 크로아티아 리예카, 타지키스탄 두샨베, 프랑스 파리, 필리핀 케손시티 등이다.

특히 한류 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높고, 한국 기업이 현지에 다수 진출하는 등 한국으로의 취업과 유학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선 각각 3곳, 2곳을 추가로 운영하게 됐다. 올해 한국과 수교 60주년을 맞은 멕시코에도 1곳이 추가 지정됐다. 우리나라는 멕시코의 세계적인 문화행사 ‘세르반티노 축제’에 주빈국으로 참여하는 등 멕시코와 활발하게 문화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 3개국(방글라데시·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아프리카 2개국(남아프리카공화국·튀니지), 유럽 2개국(룩셈부르크·핀란드) 등 7개국에는 처음으로 세종학당이 들어선다.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과 한국과의 교역 증가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트비아 리가 세종학당 한복 체험 프로그램 |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서울 세종학당’이 문을 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 등이 협업으로 운영하는 서울 세종학당은 해외로 입양됐다가 귀국한 이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교육받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이번 신규 세종학당 공모에는 39개국 82개 기관이 신청했다. 이후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세종학당 지정심사위원회가 약 4개월간 서류 심사, 현지 실사, 최종 심사 등을 거쳐 현지 한국어 학습 수요, 운영기관의 시설·인력 요건 등을 바탕으로 역량과 여건이 우수한 기관을 선정했다.

세종학당은 2007년 몽골 울란바토르에 처음 개설할 당시 전 세계 3개국 13곳, 수강생 연간 74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올해는 84개국, 244곳으로 19배가량 늘었다. 연간 수강생도 지난해 8만1476명으로 약 110배 증가했다. 누적 수강생 수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58만 4174명에 달한다.

15년간(2007~2021) 세종학당 수강생 증감 |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지난 15년간 세종학당을 거쳐 간 수강생들이 한국어로 자신들의 꿈을 이루면서 세종학당은 ‘한국어를 배워 꿈을 이루는 곳’이 되고 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널리 알려진 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미국 워싱턴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했다. 타일러 씨는 “세종학당은 단순히 언어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김밥을 만들기도 하면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함께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멕시코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출신 난시 카스트로는 외국인 최초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경기민요를 전공하고 있다. 그는 “세종학당과 경기민요가 내 인생을 바꿨다”며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세종학당을 통해 한국어 선생님이 된 사례도 있다. 우크라이나 드니프로 세종학당의 한국어 교원 일로나 자다치나는 전쟁 상황임에도 온라인을 통해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하루빨리 평화가 찾아와 학생들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희망을 전했다.

이진식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정책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교육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매우 높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일류 문화 매력 국가로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전 세계인이 세종학당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한편, 세종학당재단은 올해 하반기에 전 세계 세종학당에 파견할 한국어교원을 모집 중이다.

2020년 1월 5일 주이란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2021 세종학당 수료식’ | 연합뉴스

재단에 따르면 한국어교원 자격증 1∼3급 소지자를 대상으로 총 62명의 전문 한국어교원을 선발해 올해 8월부터 30개국 42개소의 세종학당에 순차적으로 파견할 예정이다. 선발된 한국어교원은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강의뿐만 아니라 현지 맞춤형 교육 과정 개발에 참여하고 행정 업무 등 한국어 교육 활성화를 위한 지원 업무도 맡게 된다.

재단 측은 오늘(17일)부터 24일까지 재단 온라인 선발시스템(https://ksif.recruits.co.kr)에서 한국어교원 응시 원서를 접수하고 서류 전형과 인성 검사, 면접을 거쳐 선발한다고 15일 밝혔다.

이해영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은 “최근 K-팝·K-무비 등 한류 열풍으로 늘어난 한국어 교육 수요에 맞춰 교원 파견을 확대하고 있다”며 “코로나19 규제가 점차 완화되고 있지만, 현지 상황을 고려해 교원의 안전 확보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