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바이든, 재선 도전 공식 선언…임기 완수 우려도

한동훈
2023년 04월 26일 오후 4:05 업데이트: 2023년 05월 26일 오후 1:39

사상 최고령 대통령…물가상승·경기침체 등 난제 산적
여론조사에선 유권자 65% “해리스로 도중 교체될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내년 대선 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공개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앞으로 수년 동안 자유를 더 많이 가지느냐 더 적게 가지느냐, 권리를 더 많은 가지느냐 더 적게 가지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안주할 때가 아니다”라며 “그것이 제가 재선에 출마하는 이유”라면서 “우리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모든 사람이 이 나라에서 성공하기 위해 공정한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영상에서 2021년 1월6일 워싱턴 의사당 습격사건 사진을 보여주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극단주의자들이 자유의 기반을 점거하려 줄을 서고 있다”며 공화당과 지지자들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모든 세대가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순간에 처해 있다”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바이든이 직면한 상황은 그가 전직 부통령으로 당시 재선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던 때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일부 언론은 올해 만 80세로 사상 최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이 만약 재선에 성공하면 86세로 임기를 마치게 된다는 점에 주목해 건강과 국정 수행 능력 등에 관한 각계 반응을 전하고 있다.

차기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이 맞붙었던 2020년 대선에 이어 또 한 번 트럼프 대 바이든 구도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직면한 현 상황은 4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

가장 먼저 꼽히는 변수는 나이다. 올해 80세인 바이든은 만약 재선에 성공하면 86세로 임기를 마치게 된다. 이미 사상 최고령 대통령인 그는 스스로 자신의 기록을 경신할 상황이다.

여론조사에서는 절반 이상의 유권자들이 바이든에 대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20일 발표된 하버드 캡스-해리스 여론 조사에서는 양자 대결 시 트럼프가 45%의 지지율로 바이든(40%)에 승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18~19일 미국 내 등록 유권자 184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 조사에서 67%는 바이든이 “너무 나이 들었다”고 생각했고, 56%는 바이든의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는 정신건강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또한 조사에 참여한 유권자 63%는 바이든이 당선되더라도 임기를 마치지 못할 것이며,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상 바이든에 던지는 표가 해리스를 향한 투표가 될 것이라고 본 셈이다.

바이든이 마주할 또 하나의 도전은 허약해진 미국의 경제다. 4년 전 트럼프 재임 기간, 미국은 최장기 호황을 누리며 강력한 경제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 출범 3년 차인 현재 미국 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계속되는 경기 침체 우려로 얼룩졌다. 하버드 캡스-해리스 여론조사에서 경제가 올바른 궤도에 올라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30%에 그쳤고 52%는 개인 재정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6월 9.1%로 팬데믹 이후 가장 높았던 인플레이션은 현재 5%로 완화됐다.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시행한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의 위험을 증가시켰다고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글로벌 요인을 지목하고 있으나,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과도한 재정지출을 소비자 물가 상승의 핵심 원인으로 판단한다.

바이든은 취임 후 미국 구조 계획(1조9천억 달러),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1조2천억 달러 ), 인플레이션 감소법(7450억 달러 ), 연방정부 지출안(1조7천억 달러) 등 총 5조5450억 달러(7411조원) 규모의 재정 지출을 승인했다.

지난해 총선을 통해 하원 다수당 자리를 되찾은 공화당은 올해 정부 재정지출 삭감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오하이오주의 공화당 선거 전략가인 웨스 파노는 ‘모든 게 잘 돌아가고 있다’는 바이든의 메시지는 곧 허망한 것으로 밝혀질 것이라며 상황이 공화당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바이든은 경제가 잘 돌아가고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있다며 터무니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 마트 진열대에서 물건을 고르는 유권자에게 가서 그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라”고 일갈했다.

이어 “레이건 전 대통령은 ‘4년 전보다 오늘이 더 나아졌는가’라고 물은 적이 있다. 정파를 막론하고 오늘날 그 질문에 ‘예’라고 말할 수 있는 미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2023년 4월 8일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을 침공한 가운데,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수류탄을 던진 후 몸을 수그리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나이와 경제뿐만 아니라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벌어지는 불법 이민자 급증도 골칫거리다.

바이든은 대선 후보 시절, 트럼프의 이민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취임 직후 이를 되돌리는 행정명령을 연이어 발표했지만 이후 오히려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을 확대했다. 전례 없는 규모로 불법 입국이 폭증하면서 사회 위기로까지 확대되고 있어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공산주의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대만 침공 가능성이 바이든 행정부에 압박이 되고 있다.

바이든은 4년 전 대선 때 오랜 외교 경력을 내세우며 외교 전문가로서 트럼프와 차별화를 내세웠지만, 그만큼의 외교 역량을 보여주는지 확실한 평가를 얻진 못하고 있다.

기밀문서 유출을 둘러싼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의 ‘내로남불’도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밀문서를 유출했다는 혐의로 미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자택 압수수색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사상 초유의 전 대통령 자택 압수수색에 미국에서는 사법 시스템의 정치 무기화 논란이 일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한 인터뷰에 출연해 “어떤 사람이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는가”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했고,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트럼프의 기밀문서 관리를 조사할 특별검사를 임명했다. 민주당 역시 대대적인 비난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워싱턴의 바이든 개인사무실에서 기밀문서가 발견됐고 올해 1월에는 델라웨어주 월밍턴의 바이든 대통령 자택에서도 부통령 시절 기밀문서가 발견됐다. 바이든은 고의성이 없는 실수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비난 여론 끝에 특검 수사를 받게 됐다.

민주당 경선 분위기도 지난 경선 때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당내 주류 인사들이 바이든 중심으로 규합하고 있다.

당초 대권 후보 물망에 올랐던 개빈 뉴섬(55) 캘리포니아 주지사, J.B. 프리츠커(57) 일리노이 주지사가 대선 불출마와 바이든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했고, 지난 대선 때 당내 경선에서 바이든을 위협했던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 등 중진들도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또한 민주당전국위원회(DNC)는 지난 2월 회의에서 바이든과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의 연임에 대해 “충만하고 완전한 지지”를 선언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의 선거전략가인 데이비드 칼루치 전 뉴욕주 상원의원은 에포크타임스에 “힘은 단결에서 나온다”며 “후보군 인물 중 일부가 바이든에 도전하기로 하더라도 민주당은 강력하고 투명하며 통합된 메시지로 선거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경선에 도전한 인물들도 없진 않다. 지난달 4일 영성 멘토링의 권위자이자 진보 성향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리앤 윌리엄슨(70)이 민주당 대선 경선에 첫 주자로 참여했다.

이달 19일에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69)가 보스턴에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나는 바이든을 알고 좋아했지만 정부에 대한 기업의 영향력, 검열, 시민의 자유, 빈곤, 부패, 투명성, 보건 정책이나 전쟁 정책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그와 의견이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지지층의 일부를 흡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USA투데이와 서퍽대가 2020년 대선 때 바이든에게 투표한 유권자 600명을 상대로 최근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14%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케네디 주니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 이 기사는 제프 라우더백이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