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일 동안 700명밖에 안 죽었다, UN 천천히 해라” 미얀마의 절규

연합뉴스
2021년 04월 14일 오후 11:39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04

미얀마의 유혈 사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미얀마인들이 유엔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어깃장을 놓은 중국을 향한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12일 현지 SNS에는 한 미얀마 청년이 “70일 동안 단지 700명 죽었다. 천천히 해라, UN. 우리는 아직 (죽을 사람이) 수백만 명이 남아 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든 사진이 널리 퍼지고 있다.

유엔의 신속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메시지였다.

SNS

지난 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미얀마 군부의 민간인 살해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미얀마 군부에 대한 제재를 반대하고 나서며 실질적 조치 없는 헛구호에 머물렀다.

중국은 서방 국가들이 성명에 미얀마 군부를 압박하기 위해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라는 표현을 넣으려 했지만 이를 반대했다.

또, “민간인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표현을 지우자는 주장까지 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미얀마 내에서는 중국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을 불태우며 중국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미얀마인들 | AP=연합뉴스

미얀마 시민들은 거리에서 중국의 국기를 불태우고 중국산 불매 운동을 벌였다.

중국에서 만든 앱과 게임 등을 삭제하며 전 세계에 ‘중국 보이콧’을 요청하는 SNS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조롱할 때 사용되는 ‘곰돌이 푸’ 가면을 쓰고서 “부끄러운 줄 알라”며 날 선 비난도 쏟아냈다.

지난 9일에는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인근 지역에서 군부의 무자비한 진압에 8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시신조차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시민들은 유엔 등 국제사회가 개입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군경 무력진압에 ‘세 손가락 경례’로 맞서는 미얀마 시위대 | A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양곤에서는 시민들이 ‘선거, 민주주의, 자유’를 뜻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평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R2P'(responsibility to protect·보호책임 원칙)라고 적힌 머리띠도 둘렀다.

R2P는 집단학살 등 반인도적 범죄가 발생할 때 주권국가가 이를 막지 못하거나 인권을 유린하는 당사자일 경우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R2P 원칙을 적용해 UN의 미얀마 사태 개입을 촉구하는 시위대 | EPA=연합뉴스

국제사회에서도 중국과 러시아에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도 지난 9일 유엔 안보리에 미얀마 군부를 대상으로 한 제재 등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버티고 있는 한 실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미얀마 군부는 유명무실한 유엔과 중국의 ‘옹호’를 등에 업고서 여전히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