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매일 20명씩 실종” 中 정권 납치실태…인권단체 보고서

캐시 허
2020년 09월 9일 오전 8:56 업데이트: 2020년 09월 9일 오후 12:05

중국에서 공산당 정권에 의해 ‘실종당한’ 사람들이 지난 7년간 매일 최소 20명씩인 것으로 조사됐다.

스페인 국제 인권단체인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2013~2019년 중국 대법원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법원 판결 자료를 조사해 이같은 내용을 지난달 30일 밝혔다.(보고서PDF)

세이프가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중공) 당국에 의해 붙잡힌 이들은 법원 영장 없이 외부와 단절된 채 비밀 장소에 감금됐다. 실종자들이 당국에 불법적으로 납치됐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구금된 사람들은 변호사 접견 또는 가족 면회가 금지되며, 대개 가혹행위나 고문이 가해진다. 또한 정식재판을 받거나 기소절차 없이 수개월에서 수년씩 장기간 구금된 이후에야 풀려난다.

이러한 강제구금은 ‘지정장소 감시거주’(指定居所監視居住)라는 명칭으로 지난 2013년 법제화됐다.

경찰이 대상자를 자택 혹은 지정된 장소에 가둬 자유를 제한하고 외부기관 등의 감시나 감독 없이 구금자에 대해 각종 조사를 벌일 수 있도록 한 일종의 가택연금 제도다.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도록 법에서 보장한 것이다.

세이프가드의 피터 달린 대표는 에포크타임스에 “경찰이 원한다면 구금 첫날 당신의 모든 몸의 뼈를 부러뜨리고 6개월 동안 뼈들이 붙도록 한 다음 당신을 풀어줄 수도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보고서는 2013~2019년까지 2만8천명에서 2만9천명이 ‘감시거주’ 조치를 받은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정식 재판이 진행된 사례만 집계한 것으로 실제로는 그 규모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세이프가드는 성명을 통해 “이것은 국가 주도 하에 이뤄지는 대규모 납치”라면서 “중공 정권의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납치는 국제법상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공 정권의 이런 행위는 1960~70년대 남미 독재정권 시절 고문, 납치, 살인 등을 연상시킨다”고 덧붙였다.

‘감시거주’의 주된 대상은 인권 활동가, 변호사, 언론인, 외국인 등이다. 외국인의 경우 중공의 ‘인질 외교’에 이용될 수도 있다.

최근 중공 관영매체 CGTN의 호주 국적 앵커 청 레이가 베이징에 구금된 것이 대표적이다. 레이가 구금된 이유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세이프가드에 따르면, 구금된 사람들은 몇 달 동안 햇빛을 보지 못한 채 형광등이 켜진 좁은 독방에서 밤낮 취조를 받으며 수면 박탈을 당하는 등 육체적 심리적 고문에 시달렸다.

달린 회장은 “감시거주를 받고 교도소로 이감된 피해자 대부분이 감시거주 기간이 더 힘들었다고 증언했다”면서 “이는 일종의 독방 감금으로 15일 이상 격리를 금지한 유엔(UN) 고문방지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고문방지협약 가입국이다.

중국에서는 중공 정권을 비판한 인물들이 종적도 없이 실종되는 일이 빈번하다.

지난 2014년 8월 7일(현지시간) 3년 형기를 마치고 출옥한 중국의 저명한 인권변호사 가오즈성(高智晟). | AFP=연합뉴스

저명한 인권 변호사 가오즈성(高智晟)이 ‘실종당한’ 대표적 사례다.

가오즈성은 중국의 지하교회 기독교인, 파룬궁 수련자 등을 변호해온 인물로 2005년부터 파룬궁 탄압의 잔혹성과 위법성을 지적해왔다.

2006년 처음 실종된 그는 2010년 ‘체제 전복’ 혐의로 3년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감시거주에 처했으며 이 기간에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고문과 가혹행위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에 2014년 형을 마치고 출소됐으나, 수감생활 동안 겪은 고문을 책으로 펴내며 정권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굽히지 않은 그는 또다시 실종돼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가오즈성의 부인과 두 자녀는 지난 2009년 미국으로 망명했으며, 이들은 중국에 있는 시댁 식구들이 경찰에 가오즈성의 행방을 묻고 있지만, 대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