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된 이슬람 사원 부수고, 홍콩선 교회에 오성홍기…中 공산당 ‘종교 중국화’ 박차

강우찬
2023년 05월 31일 오후 11:30 업데이트: 2024년 01월 21일 오후 7:37

‘외국 색채’ 없애자며 모스크, 십자가 등 상징물 철거
공산당, 종교에 무신론 끼워넣기…“신앙 변질 시도”
홍콩선 “애국=애교” 내세워 기독교 공산주의화 추진

중국과 홍콩에서 21세기판 ‘문화대혁명’이 벌어지고 있다. 종교 분야를 대상으로 한 통일전선 공작 확대라는 분석도 나온다.

RFA에 따르면, 지난 27일 중국 남부 윈난성에서는 600년 된 이슬람 사원의 개축을 둘러싸고 무슬림들의 대규모 반대 시위가 발생하자, 공안당국이 출동해 시위대와 과격하게 충돌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국은 ‘사원 개축’이라고 설명했지만 아라비아 양식의 대형 모스크를 철거하고 중국식 건물을 다시 짓겠다는 방침에 무슬림은 “종교 말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슬람을 칭쩐(淸眞), 이슬람 사원을 칭쩐쓰(淸眞寺·청진사)로 부른다. 순결하고 올바르다는 의미다. 이슬람이 중국에 들어와 정착한 것은 기원후 7세기, 당나라 때부터다. 유서 깊은 동서양의 교역로인 실크로드를 오가는 상인들을 통해 상품과 함께 문화와 종교도 전파된 것이다.

오늘날 무슬림은 과격한 이미지가 연상되지만, 역사적으로 이슬람과 중국 한족은 적당한 거리감과 균형을 유지하면서 장기간 공존해 왔다. 이러한 조화가 깨진 것은 20세기 중반부터다. 특히 신장 위구르 지역의 갈등은 중국 공산당이 집권한 1949년부터 시작된 한족 이주 정책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중국 내 무슬림은 실크로드가 지나는 신장 지역뿐만 아니라 당나라 시절에는 수도 장안, 송나라와 명나라 시절에는 해상교역로와 이어진 연안 도시, 청나라 때는 베이징에 머물며 중국 역사의 일부분으로 활약해 왔다. 다만, 내륙 깊은 곳인 윈난성에도 무슬림이 거주한다는 점은 이채롭다.

무슬림의 윈난성 정착은 몽골제국이 등장한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징기스칸의 손자인 쿠빌라이가 대군을 이끌고 남하해 윈난성 대리국(大理國)을 정벌, 마침내 항복을 받아냈는데(1253년), 그가 이끈 원정군에 회족 무슬림 병사가 많았다. 이들은 전쟁 후에도 윈난에 남아 정착했다.

원나라 궁정에서 재정을 담당했던 이슬람계 관리 사이드 아잘 샴스의 역할도 컸다. 그는 쿠빌라이가 원나라 황제에 오른 후 윈난성에 ‘함양왕’으로 봉해져 약 15년간 통치했다. 그는 훌륭한 통치로 민중의 존경을 받았고, 이는 윈난성 무슬림이 이후 800년간 민족적 정체성과 긍지를 지킨 기반이 됐다.

올해 정권 수립 74주년을 맞는 중국 공산당이 그들보다 10배의 세월을 견디며 중국의 일원으로 살아온 윈난성 무슬림을 “분리 독립 세력”이라며 탄압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들에게 종교 자유를 박탈하고 공산주의 사상을 강요한 공산당 정권에 근본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정권이 추진 하는 ‘종교의 중국화’

이번 사건은 무슬림 사원 철거가 논란이 됐지만, 사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수년 전부터 이슬람 사원뿐만 아니라 기독교 교회의 십자가와 첨탑 등 전반적인 종교 시설물 철거를 추진하고 있다.

호주 전략 정책연구소의 2020년 연구에 따르면, 신장 지역에서 지난 3년간 총 1만6천 개의 이슬람 사원이 부분 혹은 전면 철거된 것으로 집계됐다. 홍콩 명보는 2018년 9월 기사에서 공산당 당국이 허난성에서만 4천 개 교회의 십자가를 철거하고 예배당 집기 등을 압수했다고 보도했다.

교회에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의 사진과 오성홍기를 걸라는 지침도 내려졌다. 이 지침은 그해 7월 전국종교단체연석회에서 결정된 사안이다. 종교 지도자들이 시진핑 개인숭배에 찬성했다는 점은 공산주의 사회 속 종교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RFA는 이번 모스크 철거가 ‘시진핑 사상’을 종교계에 주입하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시진핑 사상은 2017년 10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제시된 통치 철학이다. ‘중국 내 모든 것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지도력 보장’, ‘마르크스주의, 공산주의, 중국특색 사회주의 실천’, ‘인류운명공동체’, ‘과학적 발전관’ 등을 주창한다.

이 사상은 무신론을 기반으로 하지만, 모든 공산당원과 중국 종교인들이 의무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동시에 ‘종교의 중국화’도 진행 중이다. 이는 시진핑이 집권 2년 차였던 2015년부터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언론통제 강화’와 함께 추진하는 정책이다. 종교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융합하는 것이 목적이다. 종교에서 외국 색채를 덜어내고 중국 상황에 맞게 바꾸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사원과 교회 등 종교 시설물에서 모스크와 십자가, 예수와 성모 마리아 그림 등 ‘외래적 요소’를 철거하고 오성홍기를 건다. 또한 경전과 성경, 종교 서적을 치우고 시진핑 어록과 담화집 마오쩌둥 전기 등을 비치한다. 승려나 목회자, 성직자에게 중국 공산당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게 한다.

또한 ‘변절’한 종교인을 모아 공산주의 사상이 담긴 설교를 연구해 보급하기도 한다. 찬송가 대신 공산주의 정권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는 보고도 있다.

국가안전법 시행 후 본토화돼가는 홍콩도 예외는 아니다.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18일 홍콩에서는 중국 양대 기독단체인 중국기독교삼자애국운동위원회, 중국기독교협회와 홍콩기독교협진회 등 3개 단체 공동 주최로 ‘기독교중국화심포지엄’이 열렸다.

홍콩서 5월 18~19일 열린 ‘기독교 중국화(基督教中國化) 심포지엄’ | 홍콩 크리스찬타임스 화면 캡처

홍콩서는 ‘기독교 사회주의화 심포지엄’

중국 측 방문단 20여 명과 홍콩 출신 목회자, 학자 등 총 120명이 참석한 이 심포지엄에서는 기독교 신자들의 ‘애국’을 위해 기독교를 사회주의 사회에 적응하게 하고, 사회주의 핵심가치 실천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제 강연이 펼쳐졌다.

홍콩 성공회 전 사무총장 더글라스 쿤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애국애교는 기본”이라며 “자본주의 체제의 홍콩을 따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 중국화’에 대해 “지나친 서양 종교 색채를 덜어내고 현지 문화와 여러 방면에서 결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쿤 전 사무총장은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성공회 성당에서 미사 때 낭독하는 성시(聖詩 )에 중국 음악적 특색을 더 반영하거나 중국 본토에서 창작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중화인민공화국(중공) 수립 기념일을 기점으로 오성홍기를 걸어놓자는 제안도 했다.

‘애국애교’는 종교의 본토화, 사회주의화에서 자주 언급되는 표현이다. 종교 신도들에게 종교를 수호하려는 마음을 애국과 연결 짓게 하고, 애국을 명분으로 내세워 종교의 사회주의화를 받아들이도록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화권 시사 평론가들은 이러한 주장에는 종교의 진정한 핵심인 신앙심, 부처와 신에 대한 숭고한 경의를 슬쩍 뒤로 젖혀두고 ‘애교’를 내세워 신도들을 교묘하게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지적한다.

평론가 리닝은 “종교는 지난 수천 년간 인류문명의 보물창고이자 정신문화와 도덕성, 전통적 가치를 지키는 보루였다”며 “‘애국’, ‘애교’를 내세워 무신론을 기반으로 한 공산·사회주의를 종교와 융합하자는 것은 실제로는 종교를 변질시켜 철저하게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종교의 중국화’가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 전술 차원으로 이뤄진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쿤 전 사무총장은 1980년대 부동산 개발회사에서 일하다 2005년 성공회 사제가 됐으며, 중국 공산당의 후원하에 홍콩성공회 사무총장, 성공회 대주교 고문 등 요직을 역임했다.

그는 통일전선공작 조직인 중화해외연의회 이사 등을 거쳐 2021년 홍콩 입법회 의원으로 당선됐다. 중국 공산당은 작년 10월 중앙통일전선부장에 정치국 위원인 스타이펑(石泰峰)을 임명했다. 스타이펑은 중앙서기처 서기에 인민정치협상회의 부서기까지 겸직한다.

이에 홍콩 성도일보는 “통일전선은 중국 공산당이 역사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세 가지 마법무기’의 하나”라며 스타이펑이 시진핑 정권 출범 후 가장 권력이 막강한 통전부장이 됐다고 평가했다. 앞선 시진핑 집권 2기 통전부장은 정치국 위원이 아닌 인물이 임명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