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한 육군 준장이 장군 묘역 아닌 ‘장병 묘역’에서 영면한 사연

김연진
2020년 06월 25일 오전 11:02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2:45

“이름 없는 묘, 김 소위 옆에 묻어주오…”

지난 21일, 황규만 전 육군정보처장(예비역 육군 준장)이 별세했다. 고인은 서울 국립현충원의 제2묘역에 안장됐다.

그중에서도 ‘육군 소위 김의 묘’ 옆에 묻혔다. 군 생활을 장군으로 마친 황 전 처장이 장군 묘역이 아닌 ‘장병 묘역’의 김 소위 옆에서 영면하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이 뜨거운 사연은 1950년, 6.25전쟁 가운데 피어났다.

고인은 6.25전쟁 당시 육군사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전쟁이 터지자 고인은 소위로 전쟁에 투입됐다. 스무 살이었다.

MBC ‘뉴스데스크’

이후 1950년 8월 27일, 고인은 수도사단 6연대 소속으로 경북 안강지구 도음산 384고지에서 북한군과 싸웠다.

이날 ‘김 소위’와 처음 만났다. 1연대 소속이었던 김 소위는 “도우러 왔다”고 말하며 치열하게 전장에서 북한군에 맞섰다.

총 1500명이 넘는 군인들이 이 전투에서 산화했다. 이날 고인은 김 소위를 잃었다.

고인은 이름도 모르는 전우를 나무 밑에 묻어주고, 또다시 전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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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4년이 지난 1964년, 고인은 김 소위를 묻어준 장소를 기억해내 다시 그곳을 찾았다. 그 자리에 고이 잠들어 있던 김 소위의 유해를 발굴했다.

이후 김 소위는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고인은 명절마다 김 소위를 찾아와 인사를 건네곤 했다. 또 전우의 이름을 찾아주기 위해 평생 노력했다.

고인은 지난 2007년 MBC와의 인터뷰에서 “(김 소위의) 이름을 찾으면 넣으려고 (묘지에) 이름 두 자를 넣을 빈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26년간 수소문한 끝에, 고인은 먼저 하늘로 떠난 전우의 이름을 알아냈다. ‘수영’이었다.

MBC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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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부대를 도우러 왔다가 안타깝게 숨진 전우를 위해 이토록 노력한 고인이었다.

또 고인은 유언을 하나 남겼다.

“김 소위를 놔두고 내가 혼자 어떻게 가요. 같이 있어야지…”

“내세에 가서 김 소위를 만나면, 김 소위가 나한테 아마 술 한번 살 거야”

“내가 죽으면, 꼭 김 소위 곁에 묻어줘”

이 유언에 따라 황규만 장군은 장군 묘역이 아닌, 70년을 함께한 전우의 곁에서 영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