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6중전회…폐막 공보로 내다 본 시진핑 향후 행보

룽텅윈, 뤄야 기자
2021년 11월 15일 오후 4:12 업데이트: 2021년 11월 16일 오전 1:49

중국 공산당은 11일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를 마치고 결과를 집약한 ‘공보(公報)’를 발표했다.

공보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역사상 세 번째 역사 결의를 채택하고 시진핑의 지위를 마오쩌둥·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에 올렸다.

그동안 언론에서 자주 거론한 ‘3단계론’, 즉 마오쩌둥-덩샤오핑-시진핑으로 이어지는 삼단계 시대 구분론을 기본적으로 확인했고 시진핑의 다음 행보도 드러냈다.

6중전회 결의의 두 가지 관전 포인트

공보에 따르면 6중전회는 이른바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결의’를 채택하고 2022년 하반기에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를 열기로 했다. 중국 공산당은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의 연임을 포함한 차기 지도부를 확정한다.

시진핑이 주도한 이번 결의안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이번 역사 결의는 앞선 두 차례의 역사 결의가 과거의 과오를 인정한 것과는 달리 과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역대 당수들을 칭송했다는 점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은 1945년 ‘당의 약간의 역사 문제에 관한 결의’를 통해 당내 라이벌을 숙정했고, 덩샤오핑(鄧小平)은 1981년 ‘건국 이래 당의 약간의 역사 문제에 관한 결의’를 통해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노선을 시정했다.

하지만 시진핑이 주도한 이번 결의는 시진핑의 정적 장쩌민을 포함한 역대 당수들의 오류를 지적하지 않고 오히려 칭송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다른 하나는 이번 결의가 시진핑의 역사적 지위를 마오쩌둥에 뒤지지 않으면서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를 뛰어넘는 높이로 올려놓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전해지던 3단계론과 달리 이번 결의는 공산당의 역사를 4단계, 즉 ▲신민주주의 혁명 시기(마오쩌둥)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 시기(마오쩌둥)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시기(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 시기(시진핑) 등으로 나누었다.

또한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등 전임 당수를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마오쩌둥이 통치한 시기를 공산당 역사 단계 중 2단계를 차지하게 했다. 또한 문화대혁명과 1989년 천안문 대학살 등 그들의 과오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당 부분을 시진핑의 공적을 칭송하는 데 할애했다. 시진핑이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많은 난제를 해결했고, 과거에 이루지 못한 많은 큰일을 해냈다”는 등의 표현을 써서 그의 역사적 성취와 위상이 역대 전임자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암시했다.

공보에는 마오쩌둥이 7번, 덩샤오핑이 5번, 장쩌민·후진타오가 각각 1번 언급된 반면 시진핑은 17번이나 언급됐다.

또 국제 정세와 홍콩·대만 문제에 대한 언급은 매우 적었고, 중공이 홍콩을 다스린 성과를 칭송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대외 투쟁 VS 내부 단속…시진핑의 다음 목표는?

90년 전 일본이 중국을 침략했을 때 마오쩌둥은 중국 정권을 빼앗는 과정에서 장제스(蔣介石)의 “외적을 물리치려면 반드시 내부를 먼저 안정시켜야 한다(攘外必先安內)”는 정책을 가장 두려워했다. 지금 시진핑도 비슷한 난제에 직면해 있다.

시진핑이 곤경에 처했음은 공보 내용 중 “1년 동안 외부 환경은 더욱 복잡하고 심각해졌고, 국내 코로나19 방역과 경제·사회 발전의 각종 임무는 극히 복잡하고 막중하다”는 말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실제로 시진핑은 이미 위기에 빠졌다. 국제적으로는 중공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는 데다 미국·영국·호주가 중공을 겨냥한 새로운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를 결성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사회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부동산 개발업체의 채무 위기와 정전(停電) 위기,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하고 또 공산당 내부의 파벌 투쟁까지 겹친 상태다.

내우(內憂)부터 해결해야 할까, 외환(外患)부터 해결해야 할까? 6중전회 공보에서 시진핑의 다음 단계 동향이 드러났다.

1931년 중화민국 국민정부 주석 장제스는 ‘안내양외(安內攘外·안을 안정시키고 나서 외적을 물리침) 정책을 내세워 공산당의 반란을 토벌한 다음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울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정치적 라이벌과 언론의 방해로 장제스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마오쩌둥은 국민당 군대가 항일전쟁을 도맡느라 힘이 소진된 틈을 타 정권을 탈취했다.

내우외환 시진핑…큰 ‘내우’는 정치 투쟁이다

6중전회 개최 당일인 8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에 실린 논평이 시진핑의 가장 큰 내우(內憂)가 무엇인지를 드러냈다.

이 평론은 당이 새로운 정세하에서 많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시진핑의 말을 인용해 “부패 문제가 갈수록 불거지고 있어 결국은 망당망국(亡黨亡國·공산당도 망하고 국가도 망함)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또 반부패에는 ‘철모자왕(鐵帽子王·죄를 지어도 처벌받지 않는 면책특권을 가진 귀족)’이 없다고도 했다.

공보에서는 시진핑의 공덕을 한껏 칭송했지만, 그가 근 10년간 이룬 치적은 오랜 친구 왕치산(王岐山)과 함께 진행한 반부패 운동이 유일하다.

시진핑은 2012년 말부터 시작한 반부패 투쟁에서 정국급(正國級·국가 지도자급) 1명(저우융캉), 군사위원급 2명(궈보슝·쉬차이허우), 부국급 6명, 정부급 수십 명, 차관급 수백 명을 조사해 처리했다.

이들 중 절대다수가 시진핑 최대 정적인 장쩌민파에 속하는 인물이다. 중국 공산당 체제에서는 정국급과 부국급 관리를 함께 ‘당과 국가지도자’라고 부른다.

2015년 초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기위)와 공산당 기관지는 ‘철모자왕’을 맹비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시진핑이 자신의 최대 정적이자 부패 관료의 최대 배후인 장쩌민과 쩡칭훙을 숙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그 과정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2018년 3월 시진핑은 중공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연임 제한을 없앴다. 당시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시진핑과 장쩌민이 타협한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이때부터 시진핑의 반부패 운동은 ‘당과 국가지도자’를 한 명도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정적이 그를 암살하려 했다는 소식은 국내외에서 자주 들려왔다.

2020년과 2021년, 쑨리쥔(孫力軍) 공안부 부부장과 푸정화(傅政華) 공안부 부부장이 각각 낙마했다. 두 사람 모두 장쩌민파의 칼자루(刀把子), 즉 공안부와 사법부 등 정법계통의 인물이다. 이들은 파룬궁 탄압을 비롯한 인권 탄압에 가담했고, 시진핑이 집권하자 그에게 빌붙어 중용됐다.

시진핑 당국이 쑨리쥔에게 통보한 죄명에는 “정치적 야망이 극도로 팽배하다”는 등의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그가 시진핑에 반대하는 정치투쟁, 심지어 쿠데타에 가담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월 푸정화가 낙마한 시점을 전후해 낙마한 왕리커(王立科) 장쑤성 정법위원회 서기, 덩후이린(鄧恢林) 충칭시 공안국장 등 다른 정법계통 관리들이 쑨리쥔과 ‘패거리를 지은’ 내막이 폭로됐다. 이 중 왕리커에 대해서는 “당에 충성한 적이 없다”는 표현을 썼다.

같은 기간 중국 매체 ‘왕이신문망(網易新聞網)’은 중국 공산당 내부 ‘조회통보(朝會通報)’ 내용을 인용해 뤄원진(羅文進) 장쑤성 공안청 형사총대장과 덩후이린 등이 ‘국가 주요 지도자’ 암살을 모의했다고 보도했다. 중기위도 같은 해 9월 중기위 홈페이지에 게시한 글에서 이 정법계통 관리들이 “더 큰 정치 권력을 얻으려 한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이 여러 언론을 통해 내보낸 이런 메시지는 시진핑이 장쩌민파와 사활을 건 당내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반쯤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통일…이룰 수만 있다면 매력적인 과업

중국 공산당이 국제적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지만 시진핑에게 역사적 업적으로 부각될 수 있는 것은 대만 통일의 ‘대업(大業)’뿐이다.

지난 10월 9일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대회에서 시진핑은 중화민국의 국경일인 쌍십절을 앞두고 통일의 역사적 임무를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날 “평화통일을 견지한다”면서도 대만에 무력을 사용하는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다.

중공의 대만 무력 통일은 미국 정부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중공으로서는 대만 통일을 막는 장애물이 미국 정부인 셈이다. 미중은 최근 정치·외교·군사적으로 비직접적인 대결을 격렬하게 전개했다.

10월 초 4일 동안 중공은 총 149대의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투입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즉시 베이징에 대만에 대한 군사·외교·경제적 협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10월 11일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을 겨냥한 상륙 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10일 14~15일에는 미국·캐나다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10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송에 출연해 대만 방위를 약속하자 백악관은 “미국의 대만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10월 27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18개국 정상들에게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확고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중공의 ‘협박’ 행위에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이와 동시에 중공은 대만에 대한 군사훈련의 빈도도 높였다. 또 방공경보를 시험 발포하고 ‘전쟁 대비용 민방위 가방’을 지급하는 등 전쟁 준비를 하고 여론 선전을 통해 긴장 태세를 민간으로 확대했다.

“6중전회 마친 시진핑, 내부 정치 투쟁부터 처리할 것”

6중전회 이후부터 내년 20차 당대회 전까지 시진핑의 최우선 목표는 무엇일까? 그를 호시탐탐 노리는 당내 정적을 잡아들이는 것일까, 아니면 외부 도전을 해결하고 통일 대업을 완성하는 것일까?

대만정치대 국가발전연구소 리여우탄(李酉潭) 교수는 시진핑의 최우선 목표로 내부 투쟁을 꼽았다. 그는 다른 많은 분석가와는 달리 “시진핑도 연임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20차 당대회 이전에 그의 최우선 목표는 정치투쟁이다”라고 했다.

리여우탄은 “중공 내부와 외부의 도전은 이미 하나로 묶여 있다. 미중 무역전쟁, 홍콩 인권 탄압, 전염병 확산 등으로 국제사회와 충돌하고 있는 데다 경제 발전을 위해 환경 파괴까지 하는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의 미래는 순탄치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서 “국내 정치와 외교가 한데 묶여 있는 상황에서 공산당 내부의 권력 투쟁은 언제라도 촉발될 수 있다. 시진핑으로선 정치 투쟁이 경제보다, 그리고 민생보다 훨씬 중요하고 외부의 도전보다도 중요하다. 폭력과 거짓말이 중공 정권의 본질이기 때문에 6중전회에서 어떻게 말하든 20차 당대회 전까지는 정치 투쟁이 거셀 것”이라고 했다.

리여우탄은 또, 시진핑이 힘에 부쳐 압박을 받으면 덩샤오핑 모델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시진핑)는 총서기 자리를 내주고 군사위 주석을 유지한 채 막후에서 수렴청정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옌젠파(顏建發) 대만 민주기금회(民主基金會) 부회장도 중공 정권의 미래를 어둡게 봤다. 그는 시진핑이 6중전회 이후 대내외적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며 “그는 전임자를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전임자의 사람들을 대거 척결했다”고 했다.

그는 시진핑이 한 많은 일을 이해할 수 없다며 “그는 중국 여권 발급을 중단하고 중국인의 출국을 제한했다. 그리고 부동산·문화교육·연예계에 일률적으로 규제 강화 조치를 취했다. 이런 상황이 내년 말까지 가면 중국의 경제 전반과 사회 상황이 크게 악화돼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옌젠파는 시진핑은 외부 도전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가장 중시한다며 “하지만 중공이 국제사회에서 갈수록 고립되면서 중공이 상대하는 것은 미국 하나가 아니라 전체 국제사회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호주로 망명한 법학자 위안훙빙(袁紅氷)은 에포크타임스에 대만해협 전쟁은 일촉즉발의 상태라고 했다. 위안훙빙은 중공 6중전회에서 시진핑에게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지위를 확정해야 안정감이 있다며 그런 위치라야 대만해협 작전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사평론가 탕아오(唐敖)는 “6중전회 결의는 시진핑이 연임을 위해 다시 한번 정적과 타협했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매우 위태롭다”고 주장했다.

이어 “6중전회를 앞두고 장쩌민파의 두목급인 쩡칭훙(曾慶紅)의 조카딸 쩡바오바오(曾寶寶)의 부동산 개발업체 화양녠(花樣年)이 채무 위기에 몰리고, 장쩌민파의 고위관리인 장가오리(張高麗) 전 상무위원이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帥)를 성폭행한 사건이 폭로된 것 등은 분명 시진핑이 상대를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장쩌민의 정치 성적과 지위를 인정한 것은 시진핑이 결국 장쩌민파와 타협했다는 것, 즉 강온 양책을 썼다는 것을 말해 준다”고 덧붙였다.

탕아오는 또한 “시진핑이 6중전회에서 자신의 지위를 높일수록 통일에 대한 유혹이 크다”면서 “(그러나 시진핑이 고려할) 유일한 문제는, 장쩌민파와의 타협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과거의 교훈에서 알게 된 만큼, 당면 목표는 내부 투쟁을 해결하고 연임을 도모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대만에 군사 협박을 하고 내부 선전을 통해 긴장을 부추기는 것은 적의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라기보다 연임을 위해 강경 자세를 보여주는 정치쇼”라며 “하지만 무력 공격을 완전히 겉으로만 하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실체도 존재한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19기 6중전회의 공고문에서는 “대만 독립을 단호히 반대한다”며 대만 문제를 단 한 번만 언급했다. 그만큼 대외 문제보다는 대내 안정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