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굶긴’ 물고기 풀어놓는 산천어축제 논란 “동물 학대다 vs 축제일 뿐이다”

이서현
2020년 01월 8일 오전 9:17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31

오는 11일 강원도 화천에서 열리는 산천어축제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1개 동물·환경 시민단체로 이뤄진 ‘산천어 살리기 운동본부’는 오는 9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 산천어축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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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본부 측은 “인간들의 생존을 위해서도 아닌, 오로지 유흥을 위해 수십만의 생명이 단 몇 주 안에 죽어 나가는 해괴한 이벤트”라며 “인간들이 축제라고 부르는 이 동물 지옥은 집단 살상의 현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아이들은 명을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다루는 법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동물 학대를 체득한다”라며 축제가 비교육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먹으면서 산천어축제만 지적하는 건 과하다”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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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방송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산천어축제 논란을 다뤘다.

이날 출연한 백성문 변호사는 “지역사회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훌륭한 축제다. 하지만 현지 산천어도 아니고 전국의 양식장에서 다 몰아서 5일 동안 굶긴 다음에 낚시를 한다”라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동물보호법 8조를 언급하며 “도박,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금지”라며 산천어축제가 동물학대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함께 출연한 조수진 변호사는 “가족분들이 즐기고 지역에 도움이 된다. 동물 학대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공익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조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에 대해서도 권리 보호가 안 되고 있는데 산천어의 권리까지 생각한다는 건 너무 성급한 게 아닌가 싶다”라며 “‘바퀴벌레랑 같이 살자’까지 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과 함께 진행한 청취자 설문 조사에서는 58%대 42%로 “동물 학대다”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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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17회째를 맞은 산천어축제는 2006년부터는 매년 백만 명 넘게 찾는 대표적인 겨울 축제다.

지난 2011년 미국 CNN이 선정한 ‘세계 겨울철 7대 불가사의’로 소개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방문하고 있다.

축제위원회는 지난 4일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2020 화천산천어축제’를 사전 개장했고 주말에만 1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찾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겨울답지 않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비까지 쏟아지면서 축제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