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정점” 연준 전망 틀렸다…美 6월 물가도 급등

남창희
2022년 07월 14일 오후 5:56 업데이트: 2022년 07월 14일 오후 5:56

41년 만의 최고치 갈아치워…상승폭 9.1%
바이든 대통령, “뒤떨어진 통계” 불만 표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폭이 9.1%를 나타냈다. 1981년 11월 이후 41년 만에 처음으로 9%대를 넘어섰다.

지난달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를 밟으며 큰 폭으로 금리를 끌어올린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또 한 번 자이언트 스텝을 내디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3일 미 노동통계청은 식료품과 휘발유 값, 주거비 상승으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1% 올랐다고 밝혔다. 41년 만의 최고치였던 지난달 8.6%를 넘어선 수치다. 전날 시장 예측치인 8.8%를 뛰어넘었다.

에너지 지수 상승률은 41.6%로 오일쇼크 직후인 1980년 4월 이후 최고치였다. 식료품 지수 상승률도 10.5%로 1981년 2월 이후 최대치였다.

소비자물가지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 지수 상승률은 0.6%였다.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주거용 주택 지수 상승률은 0.8%로 1986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달 “물가의 정점을 지났다”던 연준의 전망은 이번 달 들어 6월 물가지수 예측치가 속속 발표되면서 틀렸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실제로 수치로 확인되면서 시장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기업연구소(AEI) 데스먼드 래크먼 연구위원은 에포크타임스에 “오늘날 놀랍도록 높은 CPI 상승폭은 미국 경제 전망에 좋지 않은 징조”라고 말했다.

래크면 연구위원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지속하면서 초강력 긴축재정을 나설 것이라며 “국내외 경제 및 금융시장의 약세 징후가 커지고 있지만, 연준이 금리를 대폭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CPI 급등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주식 시장은 전반적인 하락세를 나타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6% 급락한 뒤 0.4% 추가 하락하며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7% 하락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2.1% 하락했지만 마감 때 하락폭은 0.2%로 조정됐다.

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해 미국 달러의 평균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DXY)는 물가 통계 발표 직후 0.13% 하락하며 108.02로 마감했다. 달러지수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13% 하락하며 약세를 유지해왔다.

전날 주식 시장에는 6월 CPI 상승률이 10.2%라는 가짜 보고서가 나돌아 주가 소폭 하락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가짜라는 것을 알고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노동통계청 발표에 대해 “(물가 상승률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며 “시대에 뒤떨어진 통계”라고 비판했다. 특히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한 달 사이 기름과 밀 가격이 하락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인플레이션 상승이 정점을 지났는지는 미국에서 큰 관심사다. 이번 통계에서는 에너지 지수 상승률이 두드러졌지만, 6월 중순부터 미국의 원유와 휘발류 가격은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과 수요 감소로 눈에 띄게 하락했다. 농산물 가격도 급락했다. 옥수수, 밀, 대두는 지난 한 달 동안 약 20% 하락했다.

스위스쿼트은행의 수석분석가 이펙 오즈카르데스카야 선임연구원은 “식품,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진정되고, 공급망 상황이 나아지면서 운송비용도 안정됐다.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가 낮아지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도 지난달 정점에 지났거나 정점에 도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하더라도 주택 임대료나 항공 요금, 여러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은 계속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시장에서는 이달 26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1%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됐다. 다만, 0.75%포인트 인상을 예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연준은 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하락세가 확대되더라도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단기적인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일부 금융기관들은 기준금리가 최종적으로 4.1%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6월 FOMC 회의 이후 연준은 3월 발표한 금리인상 목표치를 수정해 기준금리를 올해 3.4%, 내년 3.8%, 2024년 3.4%로 상향 조정했다.

래크만 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이 곧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미국과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현재 진행 중인 국제 상품 가격, 특히 유가 하락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했다.

노동통계청은 미국 시간으로 14일(한국시간으로 15일)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를 발표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상승폭을 5월 10.8%에서 하락한 10.7%로 예측하고 있다.

*  이 기사는 앤드루 모런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