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소비자물가 5.4% 상승…“정부, 환율 안정에도 힘써야”

이윤정
2022년 06월 3일 오후 3:56 업데이트: 2022년 06월 3일 오후 3:56

2008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상승
경유 45.8%↑ 밀가루 26%↑
한은, 7월까지 높은 오름세 지속 전망
한경연 “환율도 국내 물가 급등에 큰 영향”

국내 소비자 물가가 5.4%까지 치솟은 가운데 물가안정을 위해선 정부가 환율 안정에도 주력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4%로 집계됐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대로 진입한 것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6월 3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지수는 107.56(2020=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4% 상승했다.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6.7%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상승세를 보여온 소비자물가는 지난 3월 4.1%를 기록하며 4%대로 들어섰다. 이후 4월엔 4.8%로 상승하더니 5월에는 5%대를 돌파하며 천정부지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품목별로는 석유류와 공업제품, 가공식품, 외식비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5%대 물가 상승률을 견인했다.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석유 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치솟았다. 경유(45.8%), 휘발유(27%), 자동차용 LPG(26%), 등유(60.8%)의 상승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유는 2008년 7월(51.2%)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농·축·수산물도 4.2%의 상승률을 기록해 전달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농산물은 0.6% 하락했지만, 돼지고기, 수입 쇠고기 등 축산물은 12% 넘게 올랐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여름철 기상악화에 대비해 배추, 무, 마늘 등 3만4천t을 비축하고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막기 위한 긴급 방역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서비스는 0.7% 오르는 데 그쳤지만 개인 서비스는 5.1% 상승했다. 특히 외식 부문에서 7.4% 올랐고 이 중 갈비탕(12.2%), 생선회(10.7%), 치킨(10.9%) 상승 폭이 컸다. 밀가루(26.0%), 식용유(22.7%), 빵(9.1%) 등 가공식품도 7.6% 올랐다. 재료비 상승뿐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수요 증가와 배달료 인상 등의 영향도 큰 것으로 풀이됐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 | 연합뉴스

국내 소비자물가의 높은 오름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3일 오전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물가 상황과 향후 물가 흐름을 점검했다. 회의를 주재한 이승헌 부총재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를 상회한 데 이어 6월과 7월에도 5%대의 높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총재는 “국제유가와 국제 식량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최근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수요 측 압력이 더욱 커지면서 물가 상승 확산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가계와 기업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무역수지 흑자전환과 환율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1분기 환율이 안정적이었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로 낮아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한경연은 6월 3일 ‘환율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올 1분기 소비자물가는 3.8% 상승했는데, 환율 상승의 기여도가 0.7%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울러 “1분기 중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8.8%였는데, 역시 환율 변동이 없었다면 6.8%로 낮아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p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0.1%p, 생산자물가는 0.2%p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3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지난 19년간 원달러 환율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추정한 결과다. 최근 국내 물가의 급등세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이 크지만, 환율의 영향도 결코 작지 않다는 의미다.

6월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42.5원에 출발해 현재 1240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 하순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왔다. 지난 5월 12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90원대까지 치솟아 1288.6원으로 마감했다. 이 같은 원·달러 환율 흐름은 미국의 통화긴축 속도,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여부 등에 따라 최근 들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변화의 폭이 커지고 있다

6월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1252.1원)보다 9.6원 내린 1242.5원에 출발해 현재 1240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기업의 원재료 수입 가격이 올라가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실증적으로 확인됐다”면서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국제원자재 공급 애로 타개에도 노력해야 하지만, 무역수지 흑자 전환 등 환율안정을 위해서도 총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