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감원 막은 아파트 주민들이 또 힘을 모아 경비원들 지켰다

이서현
2020년 06월 14일 오후 1:19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3:17

경비원들의 감원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한 아파트 주민들의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1일 서울 강북구 SK북한산시티 아파트에서는 종전에 통과됐던 경비원 감축안이 철회됐다.

올해 1월 기존 경비업체 계약이 끝나면서 지난달 입주자대표회에서는 새로운 경비업체 입찰공고 안건이 통과됐다.

여기에는 경비원을 기존 87명에서 33명으로 줄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눈이 부시게’

그런데 법률적 문제를 고려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다.

경비원이 줄어들면 기존 경비초소 43개가 사실상 폐기된다.

이럴 경우 주택법에 따라 입주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고 관할 관청 허가도 받아야 한다.

입주자 대표 측은 이 절차를 밟지 않았고, 경비인력 감축안은 재심의에 붙여졌다.

입주민이 붙인 경비원 감원 반대 대자보 | 촬영 문다영=연합뉴스

발단은 법률적 문제였지만, 이 과정에서 일방적인 경비원 감원에 반대하는 입주민들의 노력이 있었다.

이 아파트는 2015년에도 경비원 감원 논의가 있었으나 입주민 반발로 무산된 사례가 있다.

이날 재심의 회의에는 의결권이 있는 동대표들 외에도 참관을 신청한 입주민 50여 명이 몰렸다.

2시간가량 입주자 대표 측과 주민들 사이에 치열한 설전이 오갔고, 결국 경비인력 감축안은 철회됐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한 동대표가 순찰 기능이 미흡하며 “경비원분들이 순찰하는 것 본 적 있냐”고 묻자 주민들은 “많이 봤다”며 반발했다.

20년간 아파트에서 살았다는 한 주민이 “이런 안건은 주민의 동의를 구해야지 대표라고 마음대로 해달라고한 적 없다”고 하자 주민들이 박수로 호응하기도 했다.

입주민이 붙인 대자보를 보고 회의에 참석한 또 다른 주민은 “경비원들은 봄이 오면 꽃잎 하나까지 쓸고 겨울에는 쏟아지는 눈을 쓸어주시는 감동적인 분들”이라고 고용유지기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 한고비 넘겼지만, 향후 다시 경비원 감원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관리업체 측은 입주자 대표들에게 자료를 배부하며 “일정 기간 이후 적절하게 경비 인원을 축소하는 방안으로 전체 입주자의 동의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