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연속 가뭄에 커피 원두 생산 둔화…가격 한달 새 25% ↑

톰 오지메크
2019년 11월 30일 오후 10:32 업데이트: 2019년 12월 2일 오후 5:11

아라비카 원두의 주요 산지인 중남미 지역에 가뭄이 계속되면서 커피 원두값이 최근 몇 주간 25%이상 뛰었다. 약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세계 최대 커피 거래소이자 규제 기관인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의 커피 선물은 10월 17일 파운드당 92.9센트(약 1096원)에서 27일(현지시간) 1파운드당 11.78달러(약 1390원)를 기록했다. 국제커피기구(ICO)가 판매한 커피 원두 중 가장 비싼 커피 원두인 ‘콜롬비아 마일드’가 26일 미국 시장에서 1파운드당 1.553달러(약 1832원)까지 올랐다.

아더 마일드·브라질리언 내추럴·로부스타 등 커피콩 종류별 평균가격을 나타내는 복합지표가 26일에 파운드당 10.11달러에 거래됐다. 최근 몇 주 동안 일부 거래에서는 두 자릿수 가격 차이가 났다.

온두라스의 건조한 날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커피 거래상의 말을 인용해 온두라스의 커피콩 수확이 줄고 재고량도 감소해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콜롬비아 산투아리오에서 커피를 수확하는 남성. 2019. 5. 10. | Raul Arboleda/AFP/Getty Images

온두라스산 아라비카 원두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10%인데, ICE가 인증한 공급망에서는 비중이 더 높아 국제 커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큰 편이다. 그러나 세계 3위 아라비카 커피 생산국인 온두라스는 5년 연속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달 초 온두라스 정부는 극심한 가뭄으로 콩과 옥수수 수확량도 80%까지 감소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콜롬비아 산투아리오에서 커피를 운반하는 차량. 2019. 5. 10. | Raul Arboleda/AFP/Getty Images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온두라스 에티엔 라반데 부국장은 몇 년 동안 계속되는 가뭄으로 농산물 수확량이 줄었고, 시간이 경과할수록 식량 부족의 불안에 빠져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원두의 생산량이 줄어든 또 다른 요인은 커피 콩 재배지 전체에 퍼져가는 녹균병 때문이다.

온두라스의 커피 생산지를 찾아 취재한 미국의 비영리 민간법인 방송 PBS의 마르시아 빅스 기자는 “커피 농가에 스페인어로 로야(roya)라고 하는 녹균이 확산됐다”며 “이는 암과 비슷한 고약한 식물병으로 건조하고 따뜻한 기후에 빠르게 자라 커피 재배지 전체를 파괴하고 있다”고 전했다.

콜롬비아 산투아리오의 커피 재배지. 2019. 5. 10. | Raul Arboleda/AFP/Getty Images

커피농가의 저소득, 구조적 문제가 악재

미국의 장외 주식 거래시장인 나스닥 집계에 따르면, 커피 가격이 지난해 바닥을 쳐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최근 몇 주 새 2017년 초의 약 40%, 2011년 최고치인 파운드당 3달러 이후 거의 70%수준으로 반등했다.

슈퍼펀드 TFI의 파웰 그루비악 회장은 비즈니스 인사이더 논평에서 “커피 거래상들이 수년간 커피 차트를 지배해 왔다”며 고질적인 구조 문제가 진행되는 가운데 커피콩 생산량마저 급감해 커피 시장에 낙관론이 보이지 않는 특별한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커피의 공정무역을 상징하는 막스 하벨라르(Max Havelaar)의 발레리아 프랑스 지부장은 커피 콩 생산자가 저가의 소득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문제가 더욱 심각해져 농부들이 더 이상 생계를 꾸리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뙤약볕에서 커피나무를 키우고 열매를 따서 말려야 하는 커피 농부들이 돈을 벌어야 할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에서 커피 한 잔 가격이 약 4~5달러(약 5000원)인데 비해 커피 농부들은 커피 한 잔 당 약 30원을 받는 정도이다.

콜롬비아 산투아리오 농장에서 한 남성이 커피 알갱이를 들고 있다. 2019. 5. 10. | Raul Arboleda/AFP/Getty Images

중남미 커피 농가에 직면한 저소득의 문제는 생계를 찾아 국경을 넘는 일로 이어지고 있다.

과테말라의 커피 농부는 파운드당 62~63센트를 받고 있지만, 생산 비용은 1.30~1.50달러에 달한다. 소득에 비해 2배 이상을 투자해야하는 악 순환이 거듭되면서 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윌리엄 에르난데스 레케호 교수는 남미 지역에 이민자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해 과테말라·엘살바도르·온두라스에서 생계수단이 해결된다면 과테말라-멕시코 국경과 캘리포니아-멕시코 국경을 넘는 인구가 현저히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미의 농촌 인구 비중은 세계 평균 농촌인구 43%에 비해 낮은 편이나, 영세 소농의 비중은 전체 농가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콜롬비아 산투아리오 나뭇가지에 달린 커피 열매를 가까이 찍은 사진. 2019. 5. 10. | Raul Arboleda/AFP/Getty Images

2019년 10월 국제커피기구가 발표한 커피시장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0년 세계 커피 생산량이 1억6740만 자루로 전년도보다 0.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대로라면 아라비카 원두 생산량은 4년만의 최저수준이 된다. 커피 원두의 포장 단위는 보통 69kg을 한 자루로 한다.

보고서는 남미의 생산량이 3.2% 감소한 7808만 자루으로 추정했으며, 생산량 감소 원인은 브라질의 아라비카 커피가 2년 주기로 해거리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전 세계 커피 소비량은 증가 추세다. 국제커피기구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커피 소비량이 연평균 2.1% 증가했다.

공정무역 관련 비영리 조직 페어트레이드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전 세계 사람들은 하루에 약 16억 컵의 커피를 마시고, 약 1억2천5백만 명의 사람이 커피와 관련된 직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커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거래량이 많은 품목으며 커피 수출 시장은 약 200억 달러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