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고열에 ‘응급실 뺑뺑이’ 다섯 살 아이… 끝내 숨졌다

연유선
2023년 05월 17일 오후 5:08 업데이트: 2023년 05월 17일 오후 5:08

고열에 시달리며 상태가 위중했던 5살 아이가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입원진료를 거부당했다가 결국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16일 SBS에 따르면 어린이날 연휴였던 지난 6일 밤 서울 군자동에서 5살 아이가 갑자기 열이 오르고 호흡이 가빠져 구급차에 타게 됐다. 그러나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향했지만 빈 병상이 없었다. 구급대원이 응급실 안 담당자와 직접 대화했지만 5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게다가 이 병원을 포함한 4곳에서 병상이 없거나 진료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SBS뉴스 캡처

‘입원 없이 진료만 받겠다’는 조건으로 간  5번째 병원에서 아이는 ‘급성 폐쇄성 후두염’ 진단을 받고 치료받은 뒤 다음 날 새벽 귀가했다.

급성 폐쇄성 후두염(크루프)은 1~5세의 유아에서 흔히 나타나는 질환으로 목이 쉬거나 목소리에 변화가 오고, 숨을 들이마쉴 때 소리가 나며, 개 짖는 소리와 비슷한 특징적인 기침이 나며, 호흡곤란이 나타난다. 계속 방치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아이 엄마는 아이가 계속 호흡곤란을 호소해 전날 갔던 응급실에 전화해봤다. 하지만 여전히 입원이 어렵다는 말이 돌아왔다.

진료라도 받기 위해 응급실 갈 채비를 하던 중 아이는 화장실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아이 엄마는 “(아이가) ‘엄마, 쉬가 안 나와’ 하더니 갑자기 주저앉았다. ‘엄마, 나 목소리 왜 이래’ 그러더니 그냥 바로 1초도 안 돼서 (쓰러졌다)”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SBS뉴스 캡처

즉시 구급차를 불러 가까운 응급실로 갔으나, 아이는 도착 40여분 만에 사망했다.

아이 아빠는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나)”라며 “병실이 없다고 해서 진료가 거부되고 그런 현실이 참 (기막히다)”라고 토로했다.

아이를 진료했던 병원 측은 “엑스레이상 문제가 없었던 걸 확인했고 호흡기 분무 치료도 즉각 시행했다. 안정된 것을 확인해서 약을 처방해 퇴원 조치를 시켰다”라고 밝혔다.

SBS뉴스 캡처

이 병원은 12명이던 소아과 전공의가 최근 3명으로 줄었는데, 그 상태에서 24시간 소아 응급실을 운영하다 보니 의료진이 번아웃돼 운영을 중단해야 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소아과 전공의 정원은 159명이었지만 단 32명만이 지원했다. 또, 대학병원 50개 중에서 38곳에 소아과 지원자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