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미 대선 승부 적중한 ‘족집게 마을’ 19곳…올해 18대 1로 갈렸다

페트르 스바브, 이서현
2020년 11월 16일 오후 4:56 업데이트: 2020년 11월 16일 오후 5:13

미국 대선에는 지난 40년간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이 관측돼왔다.

지역 투표 결과가 전체 승부와 정확하게 일치한 19개 카운티의 존재다. 카운티는 한국의 군에 해당하는 행정구역이다.

미국에서 ‘길잡이(bellwether) 카운티’로 불리는 이들 카운티의 선거 결과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때부터 지난 대선까지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었다.

정확히 맞춘 것도 그렇지만 40년에 걸쳐 19개 카운티 투표 결과가 서로 합을 맞춘 것도 아닌데 늘 일치했다는 점이 새삼 놀랍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드디어 선택이 갈렸다. 그것도 18 대 1이다.

18곳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를 뽑았다. 평균 16%포인트의 큰 격차였다.

단 한 곳 워싱턴주 클라램 카운티만 4%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선택했다.

비공식적인 집계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상당한 격차로 선두를 달리며 대선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수의 주에서 부정선거, 유권자 사기, 공화당 참관인에 대한 부당한 제지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조지아는 전면 수개표 재검표가 진행 중이며 위스콘신에서는 재검표 요청이 처리되고 있다.

길잡이 카운티의 신기한 기록은 언젠가 끝날 운명이기도 했다.

흥미로운 건, 다른 그룹의 길잡이 카운티에서도 선택이 갈렸다는 점이다.

대선 결과와의 일치 여부를 2000년 이후로 완화하면, 길잡이 카운티는 새로 58곳이 추가된다.

이들 58곳은 올해 트럼프 51 대 바이든 7로 나뉘었다. 마찬가지로 트럼프는 승리한 지역에서 평균 15%포인트의 격차로 앞섰고, 바이든은 평균 4%포인트로 승리했다.

그러나 모든 길잡이 카운티 중에서 가장 주목 받는 곳을 하나 고르라면 바로 인디애나주의 비고(Vigo) 카운티다.

1888년부터 지금까지 33번의 대선 가운데, 1908년과 1952년 단 두 번만 제외하고 모두 대선 결과와 카운티 투표 결과가 일치했다.

1952년에는 트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당선됐는데, 비고 카운티는 상대방이었던 아들라이 스티븐슨을 선택했다. 두 번의 빗나감이 모두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는 점도 묘한 우연이다.

적중률 95%의 비고 카운티가 올해 뽑은 대선 승자는 트럼프였다. 지지율 격차도 15%포인트로 지난 대선 때와 비슷했다.

올해 대선 전 다수 매체가 비고 카운티에서 여론 조사를 벌일 때까지만 해도 승부는 불투명했는데 뚜껑을 열고보니 상당한 격차가 났다.

비교적 최근에는 길잡이 카운티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보고서도 나왔다.

지난 8월 덴버대와 뉴햄프셔대 연구진은 발표한 보고서에서 “길잡이 카운티는 대부분 작은 시골 마을”이라며 “인구 10만 이상인 지역은 단 2곳”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에서는 길잡이 카운티들의 공통점을 분석해 높은 적중률의 비결을 찾으려고도 시도했다.

그러나 소득은 하위 지역과 상위 지역 격차가 2배 이상으로 크게 나고, 인종구성도 히스패닉에서 아프리카계(흑인), 원주민(아메리카 인디언) 등으로 다양했다.

다만, 이곳 주민들은 교육이나 소득수준에서 더 낫거나 하진 않지만 소속된 주 전체의 투표성향과 무관하게 더 나은 후보를 선택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기존에 알려진 곳 외에 새로운 지역도 발굴하고 있다.

지난 10회의 대선에 걸쳐 미국 전체 3천개 이상 카운티를 대상으로 ‘길잡이 지수’를 조사, 기록했다.

지리적 정보를 분석해 ‘명당’을 찾으려는 귀여운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남부와 중서부에서는 띄엄띄엄 있지만, 북동부의 적중률 높은 곳은 서로 접한 경우가 많고 미시시피강 상류 계곡과 주변 지역에 특히 집중됐다”고 했다.

올해 미 대선의 승자 결정이 늦어지면서 결과가 궁금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길잡이 카운티로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