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17주년 시진핑, 장쩌민과 결별 행보

2016년 04월 29일 오후 1:39 업데이트: 2020년 04월 24일 오후 12:04

1999년 4월 25일, 중국의 파룬궁 수련자 1만 명이 베이징 중난하이를 찾아 자유로운 수련 허용을 요청한 사건 이후 매년 4월 25일은 중국공산당이 예민해지는 날이 됐다. 하지만 17주년을 맞은 올해 4월 25일에 즈음해 시진핑 주석은 이례적으로 정치법률·민중청원·종교 등 예민한 이슈에 대해 언급했다. 시 주석이 파룬궁 탄압을 결정한 장쩌민과 결별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시진핑, 4·25 앞두고 정법 분야 관리 기강확립 나서

매년 4월 25일은 전 세계 파룬궁(法輪功·중국 수련단체) 수련생이 1999년 베이징에서 1만 명이 모여 평화 청원한 사건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날 중공 당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치법률(정법) 분야 관리의 기강확립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에 앞서 21일과 23일 관영 신화통신은 각각 민원과 종교에 대한 시 주석의 연설을 주요기사로 다뤘다.

시 주석 이날 정법 분야에 대한 기강확립을 강하게 요구한 것은 공교롭다. 1999년 당시 뤄간(羅幹) 당시 중공 정치법률위원회(정법위) 서기가 파룬궁 수련자들의 평화청원 사건 ‘4·25’를 ‘중국 지도부에 대한 포위공격’으로 날조해 언론을 통해 유포시켰기 때문이다.

마치 시 주석이 4월 25일 의미심장하게 정법위를 꾸짖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날에 앞서 시진핑 당국이 정법 분야 관리 다수를 낙마시킨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보탠다. 24일 하루에만 관영언론은 정법 분야 관리 4명을 낙마시켰다고 보도했다. 이에 포함된 장웨(張越)는 1999년 4·25 당시 베이징시 공안국 국보처 처장으로 정황상 4·25를 과격시위로 허위 보도하도록 한 정법위의 모의에 가담했음을 확실시된다.

텐진 구타 사건 발생 17주년, 시진핑 종교문제 거론

1999년 4·25 사건의 직접적 원인은 그해 4월 22일과 23일, 톈진(天津)시 공안국에서 경찰부대를 투입 파룬궁 수련자들을 구타하고 체포한 사건이었다. 당시 수련자들은 파룬궁에 대한 허위비방기사를 게재한 한 잡지사를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고 정정기사를 내줄 것을 평화롭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기사는 뤄간의 친인척 관계인 허저슈(何祚庥) 중국 과학원 원장이 쓴 것으로 파룬궁에 ‘종교적 색채’가 있으며 ‘망국’을 초래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4·25 이후 장쩌민은 ‘망당망국’이란 구실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 자신을 제외한 6명의 반대를 무릅쓰고 파룬궁 탄압을 강행했다.

그리고 17년이 지난 올해 4월 22일과 23일 시 주석은 장쩌민파 상무위원 장가오리(張高麗)를 제외한 5명의 상무위원과 ‘전국종교사업회의’에 참석해 “종교사업의 수준을 전면적으로 향상해야 한다”면서 “종교를 믿는 광대한 군중을 더욱 훌륭히 조직하고 응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4·25 앞두고 민중 청원활동 언급

21일 관영언론은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민중의 청원활동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시 주석은 “군중의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권익 요구를 잘 해결해야 한다”고 했고, 리 총리는 “모순 해결에 노력해 군중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 민중의 청원활동과 관련해 세계사적 사건으로 언급되는 ‘4·25’를 불과 나흘 앞둔 시점이었다.

이 사건이 주목받게 된 데에는 당시 중국 총리였던 주룽지(朱鎔基) 총리의 사건 대응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주 총리는 수련자 대표와 만나 “파룬궁 수련자에게는 수련할 합법적인 권리가 있다”고 밝힌 뒤 이들을 중난하이(中南海·중공 지도부 집단거주지)에 들어가 해당 부서에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공 총서기는 방탄차에 앉아 파룬궁 수련자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고 오히려 탄압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시 주석이 단순히 민중 청원활동만 언급했다면 우연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사평론가 란신(藍辛)은 “시 주석이 곧 종교와 정법 분야의 기강확립까지 비슷한 시기에 같이 언급한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이런 행보는 현 시진핑 당국이 파룬궁 문제에 있어 파룬궁 탄압을 일으킨 주범 장쩌민과 결별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 인터넷에서는 장쩌민에 대한 처벌이 임박했다는 글이 끊임없이 게재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