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 소송 변호인단 “대법원, ‘감정’ 통해 진상 규명해야”

2021년 7월 12일
업데이트: 2021년 7월 13일

선관위 “투표지 이미지 원본 삭제…대법원에 사본 제출”
변호인단 “원본 없이 선거 정당성 검증 불가…엄중 문책해야”

4·15총선 인천 연수구 을 선거 무효소송(2020수30) 재검표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4·15 개표 당시 생성한 투표지의 이미지 파일 원본을 모두 삭제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4·15총선 연수구 을 선거 무효소송 원고대리인단(이하 소송대리인단)’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선거 무효소송에 필수적으로 분석·검토돼야 하는 주요 증거의 인멸로, 마땅히 엄중한 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과 변호사 5명이 참석해 대법원 특별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가 지난 6월 28일 진행한 재검표 과정에서 문제시됐던 부분과 향후 재판 대응에 관해 설명했다.

소송대리인단은 대법원 특별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가 지난 6월 28일 진행한 재검표 과정에서 문제시됐던 부분과 향후 재판 대응에 관해 설명했다.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중앙선관위 “투표지 이미지 원본 파일 삭제”

이동환 변호사는 “6·28 재검표 당일 재판부에 ‘피고 선관위 측에 4·15총선 당시 투표지 이미지 파일의 원본을 보관하고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선관위 측이 ‘총선 직후 노트북과 개표기들을 초기화하면서 그 당시 생성됐던 투표지 이미지 파일 원본은 모두 삭제했고 재판부에 제출한 4·15 투표지 이미지는 사본’이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지금까지 나온 발언만으로도 법률적 구속요건에 해당된다”며 법률적 근거를 제시했다.

공직선거법 제186조에 따르면 투표지·투표함·투표록·개표록·선거록 기타 선거에 관한 모든 서류를 그 당선인의 임기 중 각각 보관해야 한다. “선거 사무는 전산 작업에 의해 시행한다”고 공직선거법에 명시된 만큼 디지털로 확보된 이미지도 당연히 서류에 포함된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개표 당일 투표지 분류기에 투표지를 넣으면 이미지 센서에 투표지의 모습이 전자적으로 기록(노트북에 저장)되는데 이것이 ‘투표지 이미지 파일’이다. 따라서 지난해 4월 15일 선관위가 개표사무를 수행하면서 생성한 이미지 파일은 ‘전산화된 투표지’에 해당한다.

그는 “우리나라 대법원이 채택한 디지털 증거 능력에 따라 사본을 최소한 증거로 인정할 수 있으려면 무결성과 동일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며 “원본을 사본화할 때까지 외부적 개입이나 변경이 없어야 하고(무결성), 사본도 애초의 원본과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동일성)”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본을 삭제한 경우 형법 제141조 공용서류 등의 무효, 공용물의 파괴에 해당된다”며 “전자기록 등을 손상 또는 은닉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혹은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어떤 소송에서도 원본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재판하는 경우는 경험하지 못했다”며 “이미지 파일 원본이 없으면 선거가 정당했는지에 대한 검증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이 중차대한 문제를 대법원에서 알게 되었음에도 원고 측에 석명 준비 명령을 내렸다”며 “원본과 사본이 동일하다는 것을 어떻게 대조하고 검증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중앙선관위가 답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명 준비 명령’은 소송에 대한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해 재판장이 당사자에게 설명을 요구·증명하는 의견에 대해 진술할 사항을 지적하고 변론 기일 전에 이를 준비하도록 명령하는 것이다.

민경욱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시작 전 에포크타임스에 “원본을 없앤 것은 6·28 당시 세었던 표가 진짜 표(4·15 총선 투표지)인지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사라진 것”이라며 “이는 범죄행위다. 사법적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지난 8일 에포크타임스와 전화통화에서 원본 삭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절차상 보안 관리 때문에 삭제하고 있다”며 “개표가 끝나면 원본을 백업하고 삭제하라고 지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본과 사본의 동일성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면 법원이 판단할 것”이라며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으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비정상적 투표지들…“4·15 당시 투표지 아니라는 합리적 의심 든다”

재검표 당시 나온 비정상적인 투표지에 대한 목격담도 이어졌다.

권오용 변호사는 “재검표 당시 원고 측과 함께 참관한 인쇄전문가에 따르면 실물투표지 중 프린트가 아니라 인쇄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상 투표지들이 각종 유형으로 쏟아져 나왔다”며 “선관위의 세부 규정에 따르더라도 온전한 정규 투표지로 보기 힘든 투표지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전투표지 한 묶음에서 나온 투표지 전체가 다 새것처럼 빳빳한 모습이었다”며 “기계는 숫자만 셀 수 있을 뿐 투표지의 진위를 가리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비정상적 투표지의 유형은 △잔영이 중복 인쇄된 일명 ‘배춧잎’ 투표지 △뭉그러진 도장이 찍힌 ‘일장기’ 투표지 △절단 자투리가 남은 투표지 △풀기가 남아 옆면이나 모서리 혹은 뒷면이 2~3장씩 서로 붙어있는 투표지 △옆면이 절단된 투표지 △글자색과 간격, 네모귀퉁이가 비틀어진 투표지 등이다.

6월 28일 재검표에 참여한 목격자들의 주장대로 재구성한 ‘배춧잎’ 투표지. 소송대리인단은 “비록 한 장이 나왔지만 가장 충격적이었다. 현장에서 촬영이 금지돼 감정목적물 5호로 분류됐다”고 전했다. | 민경욱 페이스북

민 전 의원은 이를 두고 “6·28 현장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돼 여러 사람의 기억을 더듬어서 재현한 투표지”라며 “이런 투표용지를 받고 그냥 투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석동현 변호사는 “사전투표지는 투표하러 온 사람마다 잉크젯 프린터로 한 장씩 프린트해주는데 이 투표지들은 그렇게 낱장으로 프린트된 게 아니라 대량으로 오프셋 인쇄됐다는 의심을 살 수 있는 사례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표장에서 이런 투표지가 나왔다면 당시 개표한 사람들이 무효처리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을 리가 없다”며 “6·28에 재검표한 투표지가 4·15 당시의 투표지가 아니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재검표를 참관한 종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전투표지가 전부 다른 투표지로 교체됐다’는 견해도 나와 혼란스러웠다”고 털어놨다.

민 전 의원은 “송도 한 투표구에서는 ‘일장기 표’가 너무 많이(1천여 장) 나와서 대법관들이 빨간 원 가운데 단 한 글자라도 인식이 가능하면 구제하라는 판정을 함으로써 대부분은 유효로 처리되고 294장만 무효표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드러난 결과만으로도 선거무효 선언해야”

이번 재검표를 통해 정일영 의원과 민 전 의원의 표 차이는 당초 2893표에서 2614표로 279표가 줄었다.

민 전 의원은 “이정미, 주정국 후보가 얻은 표 숫자도 달라져 결국 전체 382표 차이가 났다”며 “이런 오차율은 국내 선거 사상,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이런 선거를 정당한 선거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현 변호사는 선거인명부 문제를 거론했다.

박 변호사는 “재검표 현장에서 본 통합선거인명부는 편집본이었다”며 “선관위가 발급일시를 모두 생략한 통합선거인명부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천 연수구 을 관외 사전투표지에서 옥련2동(연수 갑) 투표지가 15~20% 나왔다”며 “이는 옆 동네에 가서 관외 사전투표를 한 경우로,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사전투표는 몇 명이 투표했는지 확인할 수 없어 부정선거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참관인이 시간대별로 투표자 수를 정확히 기재하고 공표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만으로도 선거무효를 선언해야 한다”며 “이미 많은 사람이 인지하고 있어서 결코 덮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소송 대리인단에 따르면 6·28 재검표 현장에는 대법관 3명, 부장판사를 포함한 법관 8명, 법원 직원 100여 명, 변호인 15명, 인쇄전문가를 포함한 시민 참관인들이 다수 참석했다.

“대법원, 감정 통해 진상 규명해야”

선거소송은 대법원 단심제로 진행되며 공직선거법상 소송이 제기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지난 6월 28일 진행된 재검표는 민 전 의원이 지난해 5월 7일 소를 제기한 지 413일 만에 이뤄졌다. 하지만 이날 재검표 결과에 대한 대법원판결은 유보되고 있다.

선관위가 밝힌 대로 디지털 이미지 원본이 삭제됐다면 6·28 재검표한 투표지의 진위는 감정(鑑定)을 통해서 가릴 수밖에 없다는 게 소송 대리인단의 설명이다.

소송 대리인단에 따르면 6·28 재검표에서 천 대법관은 4·15 총선 당시 확보한 투표지 이미지 파일들과 6·28 당일 생성한 이미지 파일들의 비교를 통한 원본성 확인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원고 측이 강력히 항의했고 결국 민 전 의원 측 의사가 관철돼 재검표 이후 즉시 감정을 통해 확인하기로 했다.

대법원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에포크타임스는 지난 8일 대법원에 6·28 재검표를 비공개로 진행한 이유, 재검표가 끝난 지 10일이 지나도록 투표지 감정 등의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 투표지 이미지 대조 감정을 시행할 것인지, 시행한다면 언제 할 건지 등에 관해 질의했으나 지금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소송대리인단은 “대법원은 감정을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며 “현재 대법원의 감정에 관한 석명에 따라 감정 범위와 방법을 정리 중”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지난 6일 투표지를 스캔한 이미지 파일의 원본을 삭제한 일시·경위·방법 및 삭제한 자의 직위와 성명을 답변해달라는 구석명신청서를 대법원 특별 2부에 신청했다”고 전했다.

/ 취재본부 이윤정 기자 yunjeong.lee@epochtimes.n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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