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규모 회계 오류가 실수?…中 상장기업 회계 수준 의문

FAN YU
2019년 05월 16일 오전 4:11 업데이트: 2019년 10월 23일 오후 4:08

중국 최대 제약회사 중 하나가 자산을 44억 달러로 과대평가함으로써 최근 중국 상장기업의 회계 수준에 의문이 제기됐다.

중국의 전통 의약품 생산업체인 캉메이제약이 회계상 실수를 했음이 지난달 30일 규제 서류를 통해  밝혀졌다. 2017년 재무제표에 현금 300억 위안(약 5조 1705억 원)이 과대 표시됐다. 이 회사는 또한 2017년 수익을 89억 위안(약 1조 5337억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자들이 캉메이 주식을 내놓는 바람에 이 주식은 지난달 30일 하루 10% 한도까지 폭락했다. 채권단이 회사의 채무상환 능력을 의심하면서 채권도 20%나 떨어졌다.

현금이 대차대조표에서 가장 쉽게 식별되는 자산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엄청난 규모의 실수는 우려할 만하다. 이번 일은 캉메이 회장이 투자자들에게 회사가 드러나지 않은 금융 공시 문제로 감독 당국에 조사를 받고 있다고 말한 지 약 4개월 만에 밝혀진 사실이다.

중국증권감독위원회(CSRC)는 최근 회계 공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들을 상장폐지하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만약 CSRC가 캉메이의 회계 오류를 ‘중대 위반’으로 간주한다면, 이 기업은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될 수도 있다

캉메이의 재정상태가 의심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캉메이의 채권 디폴트 금액이 거의 3억 달러에 이르렀다. 11시간 만에 광둥성 정부가 개입해 캉메이에 빚을 진 모든 지방 병원에 빚을 갚으라고 (그러지 않으면 병원 지도부가 징계를 받게 될 것이라고) 압박해 캉메이가 채무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했다.

중국 금융전문지 차이신에 따르면 캉메이는 2018년 정부 관리들을 상대로 한 여러 뇌물 사건에 연루됐다. 법원 문서에 다르면 이 회사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30만 위안(약 5170만 원)에 이르는 금액을 광둥성 식품의약품안전청 약물안전감독국장을 지낸 차이 밍에게 뇌물로 주었다.

외화 유입

광둥성에 본사를 두고 있는 캉메이는 MSCI 지수가 신흥시장 지수에 추가한 중국 기업 중 하나다. 신흥시장 지수는 많은 글로벌 뮤추얼 펀드와 상장지수 펀드(ETF)가 놓치지 않는 지수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MSCI의 신흥시장 지수는 운용 중인 총자산이 1조 9000억 달러에 이르는 펀드들이 참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9년 말까지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외국 자본이 캉메이 주식을 포함한 중국 증시로 유입될 전망이다.

몇몇 기관 투자자들은 이미 이 중국 제약회사의 상당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블랙록의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8월 현재 블랙록의 iShares MSCI 신흥시장 ETF와 iShares 통화 헤지 MSCI 신흥시장 ETF가 캉메이 주식 110만 유닛을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연기금 투자자문사인 노르게스은행 투자관리사는 2018년 12월 자로 캉메이주 61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자들을 위한 위험한 베팅

금융 회계 관련 캉메이의 몰지각한 행위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상장기업에 투자할 때 겪을 위험을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케이스다.

중국 기업들은 기록적인 속도로 디폴트가 늘고 있다. 작년에 중국 내 채무 불이행 사태가 사상 최대 규모였으며, 중국 기업들이 속속 올해 말 채권 만기에 직면함에 따라 2019년은 중국 금융 감독 당국의 의지를 시험하는 해가 될 것이다. 로이터가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채권 발행자들이 2019년 1분기에 총 233억 위안(약 4조 162억 원)의 채권을 디폴트한 것으로 나타나 2018년보다 70% 증가했다.

2018년 채무 불이행 케이스는 대부분 중국에서 경제적 의미가 거의 없는,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기업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잘 알려진 몇몇 중국 대기업이 채권 채무 불이행에 엮였다. 4월 초, 중국 대기업 HNA 그룹의 홍콩 상장 자회사인 CWT 인터내셔널은 불과 몇 달 전에 인출한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했다.

중국 최대 금융회사 중 하나인 중국민성투자그룹(CMIG)이 2월 채권 이자 지급을 놓쳤다. 이 영향력 있는 거대 금융기업은 중국 리커창 총리의 비호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CMIG는 아주 복잡하고 다양한 재정적 고통의 징후를 보인다며, 블룸버그는 지난 4월 회사가 커크랜드 앤 엘리스(Kirkland & Ellis)를 전속 로펌으로 고용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채무재조정의 전조일 수 있다.

회계법인 BDO의 앤드류 램 이사는 캉메이 폭로 이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중국 기업의 보고에 더 조심해야 한다”며 “투자자들은 회사의 재무보고를 면밀히 검토해 잠재적인 부정행위에는 실질적인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투자자들이 중국 회사들의 계좌를 독자적으로 검토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도 자체 신용평가기관과 자체 신용평가기준을 갖고 있다. 그러나 투자등급 이하 등급의 기업은 거의 전무해 투자자들이 기업의 진정한 신용도를 해독하기가 어렵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중국 신용평가사들의 기준이 미국의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 피치, 무디스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기업의 회계장부에 사인한 중국인 감사들은 그들의 고객이 미국의 거래소에 상장돼 있더라도 미국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미국의 규제 감독 대상이 아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장사 회계감독위원회는 중국인 감사들의 업무를 심사하는 결의안을 중국 당국과 도출하려 했지만, 거의 10년간이나 성공하지 못했다.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을 조사하는 감사들을 더 잘 감독하라는 초당적인 요구가 있었음에도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 중인 중국과의 무역 협정도 이 문제 해결을 의무화하지 않은 상태다.

투명성과 감독 결여는 머디 워터스 같은 일부 세련된 투자자들이 독점적인 연구와 조사에 근거해 특정 중국 기업에 하락 베팅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런 점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중대한 결점이다.

이제 펀드매니저, 미국 규제 당국, 금융회사들이 좀 더 투명하게 중국 투자의 추가적인 위험성을 고객들에게 교육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