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만에 일본 꺾고 태극기 펄럭인 ‘한국인 없는 한국팀’의 정체

김연진
2020년 10월 18일 오전 11:09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25

1무 19패. 지난 30여년간 일본과의 아이스하키 전적이었다.

우리나라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유독 일본과의 경기만 나서면 작아졌다. 단 한 번도 경기에서 이기지 못했다.

그러나 4년 전, 값진 첫 승을 이뤄낸 경기가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대활약한 주인공은 ‘푸른 눈의 한국인’ 선수들이었다.

지난 2016년 폴란드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일본을 상대로 3-0 대승을 거뒀다.

YTN

우리 대표팀은 초반부터 일본을 강하게 몰아붙이며 경기를 주도했다. 시작 5분 만에 일본 선수가 반칙으로 퇴장을 당했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우리 선수들이 연속골을 넣으며 승기를 잡았다.

경기 결과는 3-0의 대승이었다. 34년간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설움을 이겨내고 값진 첫 승리를 얻었다.

승리의 주역은 귀화 선수들이었다.

마이클 스위프트 선수를 포함해 맷 달튼(한국 이름 한라성), 마이크 테스트위드(강태산), 브락 라던스키(라동수), 에릭 리건(한이건) 등 아이스하키 강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푸른 눈의 한국인’ 선수들이 태극 마크를 달고 경기장을 누볐다.

YTN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이끄는 백지선 감독은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에서 뛰는 자원을 중심으로 특별 귀화를 신청했고, 대한체육회와 법무부가 이를 승인했다.

귀화 선수들은 우리 선수들의 약점을 보완해주면서 강점을 부각시켜주는 등 큰 힘을 실어줬다. 이후 대한민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일본을 상대로 추가적인 승리를 거뒀으며, 전력도 한층 강화됐다.

온라인에서는 “한국인 없는 한국팀”이라며 귀화 선수들만 모여 태극기를 들고 찍은 사진이 퍼졌으나, 이는 전체 20여명의 선수 중 일부 선수들만 찍힌 사진이었다.

또한 귀화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스포츠 무대에서 국가와 인종의 경계가 허물어진 지 오래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이들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고 자랑스럽게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단, 우리 선수들이다.

끝으로 지난 2014년 귀화한 마이클 스위프트 선수는 진심으로 한국을 사랑한다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김치찌개엔 라면 사리가 기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