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전 땅속에 묻힌 5살 소년 미라를 감싸고 있던 ‘천’, 전문가들까지 눈물 쏟았다

김연진
2021년 01월 22일 오후 2:25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50

우리나라 최초로 발견된 ‘어린이 미라’가 학계를 뒤흔들었다. 300여 년 전에 땅속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 이 발견으로 미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그런데 미라를 연구하던 전문가들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미라를 감싸고 있던 ‘천’이었다.

지난해 12월, 유튜브 계정 ‘KBS역사저널 그날’에는 과거 방영됐던 KBS 역사스페셜 ‘소년 미라, 300년 만에 깨어나다’ 특집이 게재됐다.

방송에 따르면, 당시 경기도 양주에서 도로 공사를 위해 무덤을 이장하던 중 어린이 미라가 발견됐다.

YouTube ‘KBS역사저널 그날’
YouTube ‘KBS역사저널 그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견된 어린이 미라였다. 전문가들은 미라 한 구를 면밀히 분석하며 300여 년 전 땅에 묻힌 비밀들을 파헤쳤다.

치아, 골격 상태 등을 분석한 결과 이 미라는 5살 소년으로 밝혀졌다. 또한 DNA 검사를 통해 해평윤씨 가문의 종친 ‘윤호’인 것으로 확인됐다. 족보 기록상 형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늦둥이 아들이었다.

상체에 있는 피부 병변의 흔적, 폐 조직 등을 분석해 사망원인은 ‘천연두’로 추정된다.

주변 흙에서 나온 꽃가루를 보아 어느 따뜻한 봄날에 땅에 묻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YouTube ‘KBS역사저널 그날’
YouTube ‘KBS역사저널 그날’

놀라운 점은 이 아이가 입고 있던 옷이었다. 옷감 전체에 솜이 가득 들어간 겨울옷이었다. 부모가 한 땀, 한 땀 정성껏 바느질한 흔적이 보였다. 전문가들이 이 옷을 복원하는 데에 무려 한 달이 넘게 걸릴 정도였다.

또한 아이는 위, 아래에 찢어진 천이 감싸는 형태로 발견됐다. 전문가의 분석 결과 위에는 여성의 옷, 아래에는 남성의 옷이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가 차디찬 바닥에 아이를 그대로 묻을 수 없었는지, 자신의 옷가지로 아이를 감싸준 것이다.

그렇게 아버지의 바지, 어머니의 장옷을 덮은 채로 땅속에 묻힌 아이. 부모의 사랑을 덮고 영원히 잠들었다.

전문가들이 복원한 아이의 옷 / YouTube ‘KBS역사저널 그날’

미라 발굴 당시 무덤에는 부모의 애절한 사랑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이가 죽자 그 아비는 자신의 옷을 찢어 바닥에 깔았다. 그 위에 아이를 곱게 눕히고 어미의 옷으로 이불을 삼았다”

“부모보다 먼저 죽은 아이들은 관에도 넣지 않은 채로 묻는다지만, 아이를 차가운 땅속에 그냥 묻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