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털 안 빠지는 개’를 처음 만든 사람의 후회

김규리 기자
2019년 09월 30일 오후 5:37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6:12

“판도라 상자를 열었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을 내놓았다.”

인위적인 개량을 통해 30년전 기준으로는 획기적인 품종을 탄생시킨 인물이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22일(현지시간) 호주 ABC뉴스 등 해외매체는 안내견 트레이너 월리 콘론이 ‘래브라두들’ 품종을 처음 만들어낸 사연과 그의 소감을 전했다.

털이 빠지지 않는 귀여운 개로 알려진 ‘래브라두들’ 강아지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믹스견 중 하나다. 하지만 래브라두들을 처음 만든 사람은 이를 후회한다고 밝혔다.

그의 품종개량을 보고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돈벌이를 위해 강아지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비윤리적이고 무분별한 품종개량을 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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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브라두들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으로 개발됐다.

개발자 콘론은 30년 전 호주 왕립안내견 협회 소속 트레이너였던 시절, 한 시각장애인으로부터 “남편이 개의 털 알레르기가 있으니 털이 많이 빠지지 않는 안내견을 부탁한다”는 요청을 받았다.

콘론은 처음엔 표준 푸들이 적합하리라 생각했지만 그 어떤 푸들도 안내견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는 안내견을 기다리는 시각장애인을 생각하며 3년 동안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한 끝에 새로운 교배종인 ‘래브라도의 안내견 자질에 푸들의 털을 가진 개’를 생각해냈다.

그리하여 1989년 표준 푸들 아빠와 래브라도 엄마 사이에서 세 마리의 래브라두들이 처음 태어났다. 세 마리 중 털 알레르기 테스트에 합격한 한 마리가 안내견 훈련을 받아 시각장애인에게 보내졌다.

콘론은 “당시 언론에 알레르기가 없는 새로운 품종이 나왔다고 발표하자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래브라두들이라는 이름이 붙어 순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믹스견과는 차별화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며칠이 지나지 않아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직장상사에게 이 끔찍한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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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론의 성공 이후 서로 다른 품종의 개를 교배시킨 ‘디자이너 도그’가 트랜드가 됐다. 교배업자들은 정확한 검증 없이 마구잡이로 교배를 실행했고 많은 믹스견이 심각한 건강문제를 겪게 됐다.

이에 콘론은 “많은 교배업자들이 그저 돈을 위해 래브라두들을 마구 번식시키고 있다. 그저 비싼 가격에 파는 게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훌륭한 래브라두들은 매우 드물다”며 “순종 개를 교배해 새로운 견종을 만들어 낸 것에 큰 후회와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세대를 거듭하며 다수의 래브라두들에게 많은 정신적, 유전적인 문제가 발견되고 있지만 애견가들 사이에서 래브라두들의 인기는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