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원 짜리 액자가 전부였던 쓸쓸한 정인이 묘지 찾아 추모하는 시민들

이서현
2021년 01월 5일 오전 11:45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12:17

이제 겨우 16개월인데 양부모에게 학대받은 기억만 안고 세상을 떠난 아이.

지난해 10월 아동학대로 사망한 정인이의 사연은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재조명됐다.

방송은 정인이가 학대로 인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추적했다.

멍이 든 정인이를 안고서 방송까지 출연해 입양을 장려했던 양부모.

뼈가 부러지고 장이 터진 극한의 고통에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 못했던 정인이.

신고를 받고서도 학대 증거를 찾지 못해 아이를 다시 양부모에게 돌려보낸 경찰과 아동보호기관.

온라인 커뮤니티

정인이를 살릴 수 있는 몇 번의 기회를 그렇게 놓치고 말았다.

무엇보다 양엄마가 보인 뻔뻔한 행동은 시청자의 공분을 불렀다.

양엄마는 두 달여 동안 정인이를 무차별 폭행하다가 정인이가 죽기 하루 전, 어린이집에 등원을 시켰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그날 CCTV 속에 담긴 정인이의 모습은 삶을 포기한 듯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장이 터져 배가 부어오른 모습에 걱정이 된 선생님들은 정인이를 꼭 병원에 데려가라고 당부했지만, 양부모는 무시했다.

다음날 양모는 구급차도 아닌 택시를 불러 느긋하게 의식이 없는 정인이를 데리고 응급실로 향했다.

아이가 사경을 헤매는 동안 양엄마는 어묵을 공동구매했고, 정인이가 사망하자 무릎을 꿇고 울면서 “우리 아이가 죽으면 어떡하냐”고 소리를 크게 내어 울었다고 전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정인이는 지난해 10월 16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의 한 공원묘지에 안치됐다.

이곳은 소아암으로 사망한 어린이를 위한 무료 장지로 알려졌다.

정인이의 죽음 이후에도 양부모의 반성이나 온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장례식에 3000원 쓴 부부’라는 제목으로 정인양의 묘지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에는 ‘안율하’라는 이름이 적힌 비석 주위로 정인양이 웃는 사진을 담은 액자만 물에 젖은 채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글쓴이는 “정인이가 소아암 환자가 아닌데도 왜 이곳에 정인이를 두었을까”라며 “돈이 아까웠을까. 이렇게 무료로 장례를 치른 덕에 이들 부부가 아이를 죽이고 장례에 들인 비용은 다이소 액자 구매에 쓴 3000원이 전부”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들 부부는 아기를 잔혹하게 학대하면서도 아이 앞으로 지급되는 각종 수당을 매월 꼬박꼬박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쓸쓸했던 정인양의 묘지에는 사건이 알려진 뒤 많은 조문객이 찾고 있다.

4일 정인양의 묘지 주위에는 꽃과 장난감, 목도리·장갑 등 정인양을 위한 선물이 가득 쌓였다.

누군가는 스케치북 방명록을 준비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물품 정리함을 만들어 묘지 주변을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방명록에는 “정인아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다음 세상에선 행복하자” 등 애도의 글로 채워졌다.

연합뉴스

해당 공원묘원 관계자는 “정인양 장지에 어제와 오늘 족히 100명은 넘게 찾았다. 어떤 분은 어린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제사상을 차려왔고, 연가를 내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오는 분도 있어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했다.

현재 양모는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양부는 방임 등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양부모를 죄질에 비춰 형량이 높은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