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과징금 폭탄 맞고 머리 조아린 알리바바…중국 IT기업의 속사정

스산(石山)
2021년 04월 22일 오후 4:16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7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기록적 수준의 반독점 벌금형을 받고도 “감사와 존경”의 뜻을 밝히며 이를 수용했다.

알리바바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중국 공산당(중공) 산하 시장감독관리 총국으로부터 2019년 중국 내 매출의 4%에 달하는 182억 위안(약 3조 11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당국은 알리바바가 2015년부터 시장 지배적 권한을 남용해 자사 쇼핑몰 입점 업체에 다른 경쟁사가 입점하지 못하도록 강요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즉각 공개서한을 통해 “정부의 건전한 규제와 비판적 지원이 없었다면 성장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함과 존경심이 가득하다”고 신속하게 대응했다.

서구권에서는 알리바바라는 대기업이 정부 압력에 저항 한번 없이 굴복하는 모습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아시아권에서는 ‘공산주의 국가이니까’라며 그럴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알리바바의 성장 과정을 들여다보면 거액의 과징금에 오히려 아첨하는 모습으로 대응한 이유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전 세계가 새로운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고 전자상거래가 큰 인기를 끌었던 2000년 당시, 중국은 온라인 결제 수단이 부족해 성장이 느렸다.

신용카드 결제는 가능했지만, 중국에는 신용카드 사용자가 거의 없었고, 사기 사건까지 겹치면서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성장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2004년 알리바바가 중국 최초 온라인 결제 플랫폼으로 알리페이를 시작했다. 이후 중국 내 전자상거래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알리바바는 돈방석에 앉았다. 알리페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에 따르면, 알리페이는 페이팔을 모방해 만들어졌다.

마윈은 한 연설에서 “알리페이를 만들 때, 직원들에게 (알리페이가) 어떤 법적인 문제를 일으킨다면, 비록 감옥에 간다고 할지라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은 권력자의 비호가 없으면 일정 규모 이상 성장이 불가능하다.

서구권에 마윈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개척자로 비치지만, 그것은 지금도 여전히 건재한 권력 세력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세력은 중공 특색의 자본주의를 형성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장쩌민 일가다.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장쩌민 전 주석 대신 그 아들과 손자가 암약하고 있다.

물론 장쩌민 일가만은 아니다. 알리바바 지분에는 시진핑 주석 일가를 비롯해 중공 고위층 일가가 한 다리씩 걸치고 있다.

현재 공식적으로 이런 지분들은 상당수 처분됐다. 시 주석이 공식적으로 주석 자리에 오르자 그의 처남은 알리바바 주주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대부분 고위 관료들은 비공개 사모펀드 등을 통해 알리바바에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알리바바가 독점적 환경 속에서 성장한 비결이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 이 정치 세력들이 없었다면 알리바바의 독점은 말할 것도 없고, 알리바바도 없었을 것이다. 3조원의 과징금을 맞고도 알리바바가 감사와 존경을 입에 올린 이유이기도 하다.

알리바바 기업의 로고가 본사 밖에서도 보인다.

권력을 등에 업은 알리바바의 두 번째 독점은 외국 경쟁사의 중국 시장 진출을 막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중공이 외국 신용카드, 외국 온라인 결제 시스템, 외국 전자상거래 업체의 중국 본토 진출을 막지 않았다면, 알리바바는 그렇게 쉽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독점의 가장 큰 문제는 시장과 가격을 통제해 사회적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고,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의 발전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수년에 걸쳐 중국 본토에서 사회적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기업의 독점이 아닌 권력의 독점이다. 예를 들어 알리바바의 배후에는 자본이 아니라 자본을 먼저 독점해 시장을 독점하려는 권력의 독점이 있다. 이는 전체주의 체제의 필연적인 결과이다.

마윈은 확실히 사업에 능통하고 매우 똑똑한 인물이지만, 그의 배후에 이 같은 독점적인 정치력이 없었다면, 불과 10여 년 만에 알리바바를 수백만 달러 규모의 작은 회사에서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실세 집단으로 성장시킬 기회를 결코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3조원의 역대 최대 규모 벌금을 맞은 알리바바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하자, 놀란 것은 서방 외신들이었다.

만약 미국 정부가 구글이나 아마존에 엄청난 벌금형을 부과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상상해 보자. 두 기업은 정부와 맞서 싸울 뿐만 아니라 유료 광고를 통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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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알리바바 건물 | 로이터=연합

중국 기업은 서양 기업과 다르다. 이들은 독립적인 사업체가 아니라, 전체 권력 사슬의 연결 고리일 뿐이다. 중국 헌법은 전체주의 공산주의 사회라는 이유로 ‘사유재산의 존엄성’을 담은 조항이 없다.

중국 기업인들의 기업활동 중 절반가량이 중공의 거래와 관련이 있다.

필자는 중국에서 부동산 사업을 했던 친구가 있다. 그 친구와 통화했을 때, 그는 항상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때때로 그는 자신이 전국적인 수준의 억만장자가 될 수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거의 따낼 뻔했었다고 매우 유감스럽게 말하곤 했다.

2014년 그의 태도는 싹 바뀌었고, 그는 나에게 당시 초대형 프로젝트를 맡았던 일부 상사들이 감옥에 갔다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러한 초대형 프로젝트는 권력이 작용한 결과이다. 프로젝트의 배후에 있던 지방당국이 정치적 갈등의 결과로 무너졌을 때, 그들의 부하들도 연루됐다.

이제 알리바바의 사정을 알았다면 이 회사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은 다음과 같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정권의 권력 독점은 수많은 경쟁자를 몰아냄으로써 성장할 기회를 제공했다. 과거에 우리가 불법 행위에 가담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정권의 지원을 받았다. 정권의 권력은 무한정이고 생사까지 결정할 수 있다. 감사하게도 정권은 우리를 체포하고 회사의 모든 자산을 빼앗는 대신, 우리를 변화시키고 벌금을 내라고 요구함으로써 우리가 계속 살아남을 수 있도록 했다.”

중국의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는 이제 미국의 3대 기술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중공은 알리바바에 이어 음악과 게임을 주로 독점하고 있는 텐센트에 대한 조사도 원한다. 두 기업 모두 사정은 알리바바와 비슷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이달 초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투자가인 피터 틸을 초청해 중국과 미국 기술 경쟁 이슈를 논의하는 닉슨 세미나를 개최했다.

당시 틸은 “미국인들은 혁신과 창의성에 능통하고, 중국인들은 도둑질을 잘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거의 모든 기술 혁신과 창작은 미국인에 의해 이뤄졌고, 중국은 이를 베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적 특색을 가미해 시장성을 높였다면 매우 후한 평가가 될 것이다.

틸의 발언은 정곡을 찌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의 과학적, 기술적 성과는 대부분 미국 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세미나에서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배울’ 필요 없이 독자적인 기술 창출에 나설 수 있냐고 질문했다.

틸은 “혁신 정신은 중국이 아직 발전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문화적, 사회적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답했다.

미국에는 기업 혁신과 창조성에 관한 많은 책이 있다. 대체로 △명확한 목표 수립 △혁신을 위한 탈권위주의적 분위기 △갈등·질문·논쟁을 허용하는 건설적인 환경 △실험에 대한 장려 △실패를 통한 학습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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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 창업자 마창둥 회장과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전 회장 | Wang Zhao/AFP/Getty Images 연합

중국은 △명확한 목표 수립 △실험에 대한 장려 등 두 가지 정도는 가지고 있지만, 혁신을 뒷받침할 다른 미덕들이 결여돼 있다.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경영 전문가 중 한 명인 피터 드러커는 “집중식 계획은 경제 혁신의 가장 큰 적”이라고 말한 적 있다.

그러나 중공은 집중식 계획을 체제의 큰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은 건설적인 갈등을 받아들이고, 다른 생각과 의견을 장려하고 수용하며, 실패를 조장하는 서구의 혁신과 개방 체제와는 정반대로 국가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차원에서도 전체주의 체제를 작용했다.

해당 세미나에서 폼페이오, 오브라이언, 틸 등 참석자들은 중국 유학생 문제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다.

2019년 미국에는 36만 명의 중국 유학생이 있었다. 중국인 학생 중 상당수는 두뇌가 우수하고 중국 대학에서 탄탄한 과학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대학, 연구소, 대기업 등 미국 기관에서 진행하는 혁신과 기업가 정신에 대한 교육을 중국에서는 단 한 번도 받은 적 없었다. 혁신과 창조는 이들에게 가장 난해한 개념이었다.

그러면 알리바바와 같은 중국의 거대 기술기업에 앞으로 어떤 일들을 닥치게 될까?

첫째, 그들은 중공의 전력 독점으로부터 더 많은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둘째, 그들은 여전히 혁신이 부족할 것이다. 셋째, 미국에서 ‘배울(도둑질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중국의 거대 기술기업의 좋은 시절은 끝나가고 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