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은 다시 못 심는다” ‘과일나무 전염병’ 걸려 과수원 전체 밀어버린 농민들의 눈물

황효정
2020년 06월 30일 오후 1:46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2:39

“잠이 안 와. 농사가 다 된 건데. 이 사과 같은 건 한 달 있으면 다 (수확할 거였는데) …”

“진짜 나무들 이거, 공 많이 들였는데. 내가 심은 건데 10년 넘었어…”

“나는 다시는 못 심지. 젊은 사람들은 다시 심을 수가 있지. 3년 지나고 나면…”

불에 탄 것처럼 검게 변한 과일나무들 사이에, 마음이 타들어 가는 농민들이 있다.

JTBC ‘뉴스룸’

지난 18일 JTBC ‘뉴스룸’은 올해 전국적으로 유행해 과수원 농민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는 ‘과수 화상병’에 관해 보도했다.

과수 화상병이란 나무를 말라비틀어지게 하고 열매를 썩게 하는, 한 번 걸린 나무는 무조건 죽는 나무 전염병이다.

세균성 전염병으로 전염성이 매우 높고 치료 방법도 없다.

그 말은 과수 화상병에 걸린 나무는 모두 뽑아서 묻어버려야 한다는 뜻. 과수원 전체를 싹 다 밀어버려야 한다.

JTBC ‘뉴스룸’

그뿐만 아니다. 병이 발생하면 3년은 나무를 다시 심을 수 없다.

이날 취재진은 과수 화상병에 걸린 과수원 몇 곳을 찾았다.

과수 화상병 양성 판정을 받은 농민들은 “3년 동안은 지으실 수 없고, 10일 내로 매몰 완료해야 한다”는 지침에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

곧이어 출입 금지 팻말이 설치되고 과수원은 폐쇄됐다.

JTBC ‘뉴스룸’

“잠이 안 와. 농사가 다 된 건데. 이 사과 같은 건 한 달 있으면 다 (수확할 거였는데) …”

“진짜 아까운 나무들 이거. 공 많이 들였는데. 내가 심은 건데 10년 넘었어…”

“나는 다시는 못 심지. 젊은 사람들은 다시 심을 수가 있지. 3년 지나고 나면…”

3년 동안 나무를 심을 수 없고, 3년 뒤 심는다 해도 과일나무 한 그루를 키우는 데 최소 7년이다.

JTBC ‘뉴스룸’

과일 한 개를 수확하는 데 총 10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때까지 농민들은 빈손이다.

나이가 지긋한 일부 농민들은 아예 단념한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나무를 자르고 묻는 방역업체 측 관계자마저 “이것 키워서 자식들 다 가르치고 했던 분들인데”라고 취재진에 전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나무들을 모두 뽑아 구덩이에 파묻는 중장비 움직이는 소리만 들려오는 과수원에서 농민들은 쉼 없이 움직이는 굴착기만 바라보고 있었다.

JTBC ‘뉴스룸’

한편 과수 화상병은 강원도, 경기도까지 퍼지며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농가 수도 그만큼 많다.

농민들은 최소한의 보상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비상이 걸린 농촌진흥청은 일단 과수 화상병에 걸린 나무들의 매몰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