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기념식에 등장한 한국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기수

취환 한중문화우호협회 회장
최창근
2022년 03월 2일 오후 7:11 업데이트: 2022년 03월 3일 오전 9:24

한중문화우호협회 설립 후 ‘문화교류’ 명목으로 한국 사회 곳곳에 발걸음
일대일로연구원 공동원장, 충청남도 국제자문역 등으로 활동

3월 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제130주년 3·1절 기념식이 열렸다.

행사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하여 박병석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김부겸 국무총리,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 각 정당 대표, 종교 대표, 독립유공 포상자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소규모로 개최됐다. 애국가 후렴구이기도 한 ‘대한사람 대한으로’를 주제로 행사가 열린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은 3·1운동을 계기로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활동과 선열들의 희생을 기억할 수 있는 장소로서 이날 공식 개관했다.

3·1운동 기념식은 국민의례, 추모의 시간, 독립선언서 낭독, 독립유공자 포상, 대통령 기념사, 기념공연, 3·1절 노래 제창, 만세삼창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에서 눈길을 끈 부분은 독립선언서 낭독이다. ‘전 세계에 알리는 독립선언서’를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외국인들이 참여해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우리말 수어 등으로 낭독했다.

취환 한중문화우호협회 회장 겸 일대일로연구원 공동원장. |연합뉴스.

존 린튼 연세대 교수(영어), 모델 겸 방송인 파비앙(프랑스어), 오쿠사 미노루(大草稔) K인터내셔널 슈퍼바이저(일본어), 취환 한중문화우호협회 회장(중국어), 러시아 출신 모델 겸 방송인 고미호(러시아어) 등이 각자의 언어로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그중 중국어 낭독을 맡은 취환(曲歡) 한중문화우호협회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외국인 성화 봉송 주자로 유명세를 타기도 한 인물이다. 취환은 어떤 인물일까?

취환이 창립 회장을 맡고 있는 한중문화우호협회(韓中文化友好協會)는 2004년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등록 사단법인이다. 협회는 ‘지리적・문화적으로 인접한 한 ・중 양국 간의 긴밀한 문화교류를 통해 양국 간의 문화 이해와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한다. 주요 법인 목적 사업으로는 ▲한・중 양국 문화교류 위한 문화연수교육 및 세미나 개최 ▲한・중 양국 청소년 문화교류를 위한 문화교류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 ▲한・중 양국 문화체험마을 조성 및 여가시설 운영사업▲한・중 문화예술 세계화를 위한 국내외 학술교류 활동 ▲한・중 문화예술 활동에 관한 자료수집 및 미디어 발간, 홍보사업 등을 명시하고 있다. 2014년 ‘레이디경향’ 인터뷰에서 취환 회장은 한중문화우호협회의 주요 활동을 “첫째, 한중연(韓中緣) 문화축제를 개최해 양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것. 둘째, 중국으로 가서 한국의 사물놀이, 판소리, 부채춤과 같은 공연을 하거나 중국 소수민족을 초청해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것. 셋째, 한중 청소년들을 초청해 역사 탐방을 지원하거나 한중 지자체가 자매결연 맺는 일을 돕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취환(曲欢) 회장은 한·중 수교 초기 한국에 건너 온 신(新) 화교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산둥(山東)성이 원적으로 청(淸)나라 말기 인천 차이나타운에 정착한 구(舊) 화교로서 취환의 아버지도 인천이 고향으로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냈다. 취환은  톈진(天津) 난카이(南開)대 졸업 후 홍콩에서 미국계 화장품 포장 용기 제조기업에서 일하던 중 현재의 남편을 만나 1999년 결혼했다. 결혼 후 한국에 정착한 취환은 2004년 한중문화우호협회를 창립해 오늘에 이르렀다. ‘문화행사’를 중심으로 한중 교류 행사에 앞장서 온 취환은 2014년 이익섭 서울대 명예교수(학술 부문), 재즈 가수 나윤선(예술 부문)과 더불어 중국인 최초로 제33회 세종문화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4년 제33회 세종문화상 시상식에 참석한 취환(첫째 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한국 정·관계를 대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취환 회장은 성폭력 사건으로 2019년 9월 9일,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월을 확정 선고받고 복역 중인 안희정 전 충청남도 도지사와도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취환은 당시 구이저우(貴州)성 중국 공산당위원회 서기이던 천민얼(陳敏爾) 현 충칭(重慶)시 서기와 안희정 지사와의 회동을 주선하는 등 가교(假橋) 역할에 충실했다. 그 공로로 2015년 충청남도 명예도민, 2018년 충청남도 국제자문(통상부문) 역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취환이 안희정 전 지사와 사적으로도 밀접한 관계였다고도 본다. 이는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 피해자인 김지은씨의 회고록을 통해서 알려졌다.

취환의 또 다른 직함은 2018년 출범한 사단법인 일대일로연구원 공동원장이다. 연구원은 제17·19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최재천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가 이사장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변호사가 공동원장을 맡고 있다.

일대일로연구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원장 인사말에서 취환은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계획이 세계질서 재편과 동북아 및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한중 간 상호 호혜적 입장에서 교류와 협력, 공동연구에 힘쓰며 일대일로 정책에 대한 국제 사회의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꾀하고 국제적 우호 친선을 증진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설립 목적을 밝혔다. 즉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세계 패권 장악 계획인 일대일로 사업의 한국 내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한중문화우호협회 2020년도 법인 결산 자료. 기부금 지출 내역에 일대일로 관련 사업, 주한중국대사관 등이 명시돼 있다. 한중문화우호협회 회장 취환은 일대일로연구원 공동원장을 맡고 있다. | 한중문화우호협회 홈페이지.

2019년 4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일대일로연구원 개원 기념 세미나에서 노재헌 공동원장은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한반도에 지대한 영향 미칠 것이며, 일대일로는 새로운 글로벌 문화 및 가치가 아시아를 중심으로 태동될 수 있도록 하는 인류사적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대일로연구원은 앞으로 세계적인 변혁의 시기에 한중 간의 미래 지향적인 관계 정립, 또 나아가 동북아 상호 협력 및 발전방향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공유해 나갈 것”이라고 향후 활동 계획을 밝혔다. 개원 기념 세미나에는 최재천 이사장, 설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류젠페이(劉建飛)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전략연구원 교수, 왕웨이(王煒) 주한중국대사관 정무과장 등이 참석했다.

일대일로연구원 출범 후 취환은 자신이 회장을 맡고 있는 한중문화우호협회와 공동으로 2019년부터 매년 ‘일대일로 국제청년포럼’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첫해 행사에는 세계 78개국에서 200명 이상의 청년·학자·전문가가 참석했다. 2019년 제1회 포럼에서 취환은 “우리는 청년들이 ‘일대일로’에 대한 학습과 이해를 통해 공동상의, 공동건설, 공유를 원칙으로 하는 ‘일대일로’를 더욱 잘 이해하고 동시에 매 사람의 발전에 더욱 많은 선택과 공간이 주어지기를 바란다.”며 “싱크탱크 포럼 개최를 통해 각 나라 전문가와 학자가 한곳에 모여 의견을 나눌 수 있고 이는 ‘일대일로’ 전반적인 구도와 거시적인 청사진을 더욱 전면적이고 입체적으로 인식하는데 도움이 되며 단편적인 이해를 피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2018년 5월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일대일로연구원 주최 세미나 ‘신시대 중국 특색 대국 외교’에서 발언하는 최재천 변호사. 제17,19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최재천 변호사는 일대일로연구원 이사장을 맡았다. | 에포크타임스 자료 사진.

2019년 6월,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新華社) 인터넷 망인 신화망(新華網)은 ‘환구시보(環球時報)’ 기사를 전재하여 ‘한국의 첫 번째 일대일로 연구원’ 제하에서 다음과 같이 보도하기도 했다. “점점 많은 한국인들이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갈망하는 상황에서 2018년 2월 사단법인으로 한국 최초의 일대일로 연구원이 발족했다. 일대일로연구원 성립 배경으로는 중국과 바다 건너 마주보는 이웃 나라 한국에서 문재인 정부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참여할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한중협력발전의 최대공약수를 추구하고 있다. 많은 한국 학자와 전문가들이 문재인이 제시한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이 일대일로와 연결될 때 생길 수 있는 잠재적 기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참여국을 ‘부채의 늪’에 빠트려 재정 파탄으로 몰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취환은 한 매체 인터뷰에서 “‘중국 어머니의 딸’이자 ‘한국 딸의 어머니’인 나는 어느 한 편에 서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양국 간 소통 확대에 박차를 가해왔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취환은 한중 간 가교 역할을 하는 민간 외교관일까? 중국의 국익을 위해 일하는 로비스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