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근무뒤 모텔서 기절한 엄마 지켜주세요” 요양병원 간호사 자녀의 호소

이현주
2020년 12월 22일 오후 4:30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1:23

울산의 한 요양병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코호트 격리 상태에 들어갔다.

해당 병원 의료진들은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환자들을 위해 고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해당 병원 간호사 자녀가 “우리 엄마를 지켜달라”는 국민청원 글을 올려 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울산 양지요양병원 앞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이송 중인 의료진들/연합뉴스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울산 양지요양병원 저희 엄마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이 병원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 자녀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어머니는 환자를 두고 나올 수 없어 버티고 계시지만, 자식으로서는 ‘당장 때려치우라’고 말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청원인은 “잠시도 돌보기 힘든 분들을 24시간 간호하고 격리된 모텔에 갇혀 기절하곤 하신다”며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모르고 쓰러지기 직전 상태로 버틴다”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원인은 양지요양병원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확진자와 비확진자 층만 나뉘어있을 뿐이지 음압병실로 관리되는 게 아니라서 바이러스가 어디에 노출돼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복도에서 쭈그려 앉아 밥을 먹다가 관리가 안 된다는 이유로 각 층에서 일하는 의료진 모두 모여 밥을 먹는다고 한다. 어제는 같이 밥 먹은 의료진 중에 확진자가 나왔다고 하는데 뭘 믿고 병원에서 밥을 먹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울산 양지요양병원에서 방역복을 입은 병원 관계자가 문을 열고 있다/연합뉴스

청원인은 “이렇게 하소연하듯 말하는 이유는 이 상황이 끝날 것 같지 않은데 아무런 대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빨리 확진자들을 음압병동으로 이송하고 완전하게 분리하는 게 맞다. 울산에 음압병동이 충분히 없다는 건 잘 알지만 확보하겠다는 약속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이송 중인 의료진들/연합뉴스

끝으로 청원인은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과 환자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책임감 하나만으로 마스크와 방호복에 의지한 채 현장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신이 아니라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이라며 “두려움을 느끼는 건 그들도 똑같다. 하루 빨리 환자들과 의료진의 안전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이송 중인 의료진들/연합뉴스

앞서 울산 양지요양병원은 지난 5일 처음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코호트 격리를 해왔다.

그러나 전수검사 때마다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병원 밖 n차 감염 포함 관련 확진자는 206명이 됐다.

울산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추가 의료인력을 요청한 상태다.

또 병원 내 비확진자를 다른 시설로 이송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