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만에서도 톈안먼 35주년 맞아 “중국에 자유를” 촉구

박순종 객원기자
2024년 06월 5일 오후 4:35 업데이트: 2024년 06월 6일 오전 11:39

일본 시민단체, 주일 중국대사관 앞에서 반중·반공 집회
대만선 톈안먼 학생운동 출신 인사 “당파 떠나 민주로 규합해야”

중국 공산당에 맞서 베이징의 자유 시민들이 들고일어난 6·4 톈안먼 항쟁 35주년을 맞아 일본 등 해외 거주 중국인들이 반(反)중국공산당 내지 민주화 요구의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이들은 자유가 보장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중국 당국에 ‘민주’와 ‘자유’를 요구하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중국 현지에서 공산당에 저항하는 이들을 응원하는 것이다.

1989년 6월 톈안먼 사태의 화(禍)를 피해 일본으로 망명한 중국 학생운동가 출신 인사들을 비롯해 이들을 지원하는 일본 내 우호 세력은 지난 1일 일본 도쿄 미나토(港)구 소재 주일 중국대사관 앞에서 반중 집회를 열었다.

사태는 중국 개혁개방과 민주화에 호의적이던 후야오방(胡耀邦)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의 죽음을 계기로 베이징 시민들이 1989년 4월부터 중국 당국에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인 데 대해 중국 중앙정부가 그해 6월 4일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사건을 가리킨다.

민주중국진선(民主中國陣線) 일본지부 회원들이 주축이 된 이날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톈안먼 사태 당시 민주화를 요구한 베이징 시민들에게 무차별 발포하고 시민들을 학살한 사실을 부정하는 중국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중국어로 “민주적 중국을 건설하고 일당 독재를 끝장내자” “일본을 포함한 민주주의 국가에 대해 중국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할 것을 요구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중국 당국에 현재 구속돼 있는 모든 정치사범을 석방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주일 중국대사관에 전달했다.

‘진선’ 회원인 왕다이(王戴) 씨는 ‘톈안먼 사태’는 중국에서 ‘터부’라며 중국 정부는 ‘톈안먼 사태’와 관련한 정보를 차단함으로써 중국 인민들이 사태의 진상을 알지 못하게 하고 있으나 요즘 세대 젊은 중국인들은 외부에서 정부를 수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왕 씨는 “1989년의 민주화 운동은 긴 안목에서 보면 시작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중국의 민주화를 실현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도쿄 신주쿠(新宿)에서도 6·4 항쟁을 기리는 반중 시위가 있었다. ‘경외세력’(境外勢力)이라는 단체 이름으로 모인 이들은 ‘체인지 차이나’(Change China) 등의 문구가 적힌 깃발을 내걸고 “민주주의 중국을 목표로 싸우겠다”고 주장했다.

‘경외세력’이라는 단체명은 중국 당국이 중국에서 ‘인권’에 관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향해 상투적으로 ‘경외세력에 의한 공작’이라는 표현으로 대응하는 데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지난 2022년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항의하며 도쿄 신주쿠에서 ‘백지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반중 집회를 시작한 700명의 중국인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는 단지 중국인으로서, 또한 사람으로서 자유와 존엄을 누리며 살고 싶을 뿐”이라며 중국 당국의 주장과 달리 외국 세력의 꼭두각시놀음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그들이 우리를 ’경외세력’이라 부른다면, 그 이름에 긍지를 갖고 활동할 것”이라고 말한다.

신쿠주 집회에 참석한 홍콩 출신의 민주 진영 활동가 윌리엄 리 씨는 “(중국에서)는 6·4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체포당하는 이들까지 생겼다”며 “지금 이 자리에도 중국 정부에 정보를 제공하는 이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톈안먼 사태로부터 한 세대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중국 현지에서는 애국주의·민족주의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가 극단적 국수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강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해외 정보를 접하는 이들도 늘어나 중국이 처한 현실에 눈을 뜨게 된 청년들도 늘어났다고 한다.

‘진선’의 왕다이 씨는 “’백지혁명’의 젊은 중국인들이 일어났다”며 “반(反)중국공산당 운동에 젊은 피가 유입되고 있는데, 중국이 좋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4일 톈안먼 항쟁 35주년을 맞아 일본에 거주하는 반중공 중국인들이 ‘경외세력’이라는 단체명으로 도쿄에서 추모 행사를 개최했다. | 중앙사

◇대만에서도 6·4 기념…홍콩에서는 ‘민주’ 인사 체포

중화민국(대만) 총통부가 들어선 타이베이(臺北) 소재 중정기념당(中正紀念堂)에서는 4일 ‘톈안먼 사태’ 35주년을 맞아 희생자들을 추도하는 행사가 열렸다.

2천여 명이 모인 이날 행사에서는 중국 법정대학교 교원 출신으로 1989년 학생 운동에 참가했다가 해외 망명한 우런화(吳仁華)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우 씨는 “톈안먼 광장을 나와 철수 중이던 학생들의 뒤편에서 학생들을 향해 계엄부대 전차가 돌진해 11명이 사망하고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며 “이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결코 잊을 수 없다”는 표현으로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톈안먼 사태에 관해 지어낸 커다란 거짓말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계엄부대가 톈안먼 광장에서 발포한 적이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전차가 학생들을 깔아뭉갠 적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날 민주주의를 향유하고 있는 대만에 있어 최대의 위협은 중국 공산당 전제 정권”이라며 “대만은 독립파가 됐든 통일파가 됐든 현상유지파가 됐든 누구든지 ‘민주파’여야 한다”며 “우선 대만 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홍콩 경찰은 지난달 28일 국가안전조례 위반 혐의로 수감 중인 홍콩의 유명 민주 활동가 저우신통(鄒幸彤) 등 6명을 체포했다. 사유는 ‘톈안먼 사태’와 관련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재한 글을 통해 대중을 선동했다는 것이다.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인 홍콩 국가안전조례는 국가 분열과 반란, 불복종 선동, 정부 전복, 국가 기밀 절도 및 간첩 행위 등을 처벌하는 내용의 홍콩 국가안전법을 보완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