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불법 투자자 2600억원 국제투자분쟁 사건, 한국 전부 승소

정향매
2024년 06월 2일 오전 11:41 업데이트: 2024년 06월 3일 오후 12:02

정부가 중국인 투자자가 제기한 2641억 원 상당의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에서 전부 승소했다.

ISDS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법령, 정책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장치다.

2일 법무부는 “중국 국적 투자자 민모 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 사건에 대해 중재판정부가 ‘대한민국 전부 승소’ 판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중재판정부가 우리 정부의 완승을 인정한 사건이자 본안 심리절차까지 진행해 최초로 전부 승소한 ISDS 사건이다.

민씨는 지난 2007년 10월 중국 베이징에 있는 부동산 ‘화푸빌딩’을 매수하기 위해 한국에서 (주)백익인베스트먼트(이하 ‘Pi Korea’)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금융회사들로부터 사업자금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은 민씨에게 3800억 원 상당의 자금을 빌려줬다. 우리은행이 채무 상환 기한을 6차례 연장했음에도 민씨가 채무를 갚지 않자, 은행 측은 담보권(담보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해당 회사의 주식을 외국 회사에 팔았다.

민씨는 우리은행의 담보권 실행의 적법성을 따져달라고 민사 재판을 청구했지만 대법원은 2017년 7월 이를 최종 기각했다. 같은 해 3월 민씨는 거액의 부실 대출을 받기 위해 우리은행 임직원에게 대가를 공여한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 등으로 징역 6년 형사 처벌을 받았다.

이에 민씨는 2020년 7월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중재 요청을 냈다.

민씨는 Pi Korea에 대한 우리은행의 담보권 실행과 민사 법원의 판결은 위법 행위이며 민·형사 소송에서 법원의 판단과 수사기관의 수사 등이 한-중 투자협정(BIT)상 사법 거부 및 공정·공평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민씨의 최초 청구액은 14억 달러(약 2조원), 최종 청구액은 1억 9150만 달러(약 2641억원)이었다.

우리 정부는 “한-중 투자협정상 보호되는 투자는 투자유치국의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진 투자로 제한된다”며 “민씨의 Pi Korea 설립 및 주식 취득은 대한민국의 국내법을 위반한 불법적 투자로서 투자협정상 보호되는 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지난 31일, 약 4년간의 치열한 공방 끝에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중재판정부는 “Pi Korea는 청구인(민씨)이 우리은행으로부터 부실 대출을 받을 위법한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이므로 그 주식은 한-중 투자협정상 보호되는 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민씨는 국내외 로펌 4곳을 선임해 한국 정부 측 법률비용의 약 3배를 지출했음에도 전부 패소했다. 또 중재판정부로부터 한국 정부의 소송 비용 대부분인 약 49억 1260만 원 및 그 이자를 한국 정부에 지급할 것을 명받았다.

정부는 “향후 소송비용의 집행 등 판정에 따른 후속 절차 대응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관련 법령과 중재판정부의 절차명령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민씨 측과 협의해 이번 사건 관련 정보를 최대한 공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