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中 전기자전거 발화·폭발…“중국 당국 규제가 원인”

강우찬
2024년 05월 21일 오후 12:40 업데이트: 2024년 05월 21일 오후 2:35

‘멜라민 분유’ 특종 쓴 중국 언론인, 최근 기사서 의혹 제기
중국 정부, 2019년 전기자전거 전체 중량 55kg 이하 제한
이후 납축전지 대신 리튬이온 배터리 보급 확산…화재 급증

중국에서 전기자전거 자연 발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정부 규제가 사고 발생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여론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전직 금융 분야 언론인들이 활동하는 지식인 커뮤니티에서는 지난 20일 “전기자전거에 관한 새로운 국가 규정인 55kg 중량 제한은 위장 살인”이라는 게시물이 주목을 받았다.

해당 게시물은 2008년 중국을 뒤흔든 ‘멜라민 분유’ 특종기사의 주인공 젠광저우(簡光洲) 기자가 최근 작성한 기사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멜라민 분유’는 중국 분유제조사 싼루그룹의 분유를 먹은 유아 수천 명이 심부전에 걸린 것으로 드러나 중국이 발칵 뒤집힌 사건이다. 이후 중국의 여러 분유 제조사 제품들에서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전 세계에서 ‘중국산 독(毒)분유’로 인한 파문이 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젠광저우 기자가 최근 연이어 발생한 중국의 전기자전거 자연 발화 사건의 원인으로 정부의 무리한 규제를 지목했다는 사실에 중국 시사 분야 인플루언서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기사가 관심을 끄는 것은 그동안 중국의 전기자전거 화재를 다룬 현지 언론 기사에서는 사고 원인이 배터리 불법 개조 등 사용자에게 있는 것으로 초점 맞춰져 왔기 때문이다. 젠광저우의 기사에서는 다른 매체의 기존 보도와는 정반대로 정부의 잘못된 규제에 문제가 있다는 접근을 한 셈이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중국 국가소방구조국 통계에서 2023년 전국 전기자전거 화재 신고는 전년 대비 17.4% 증가한 2만1000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80%가 리튬 배터리 발화가 원인으로 나타났다.

앞서 2022년 같은 통계에서는 중국 전역에서 신고된 전기자전거 화재 사건이 전년 대비 23.4% 증가한 1만 8000건으로 집계됐다.

중국에서는 전기자전거가 (전기)스쿠터, 오토바이 등과 함께 대중의 일반적인 이동수단으로 애용된다. 2018년 말 2억5천만 대였던 전기자전거는 2024년 말 기준 약 4억 대로 급격한 증가 추세에 있다. 여기에는 소음·배기가스 등을 이유로 내려진 도심 오토바이 운행 금지령도 한몫했다.

문제는 6년 사이 전기자전거 수량은 60% 늘어나는 반면, 같은 기간 전기자전거 화재 신고 건수는 2018년 약 3천 건에서 지난해 2만1천 건으로 6배가량 폭증했다는 점이다.

젠광저우 기자는 “정부의 새 국가표준에 따르면 전기자전거 전체 무게는 55kg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기존에 사용하던 무거운 납산 배터리 대신 가벼운 리튬이온 배터리 전환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중국의 전기자전거용 배터리는 납 축전지와 리튬이온 배터리 두 종류가 있다”며 “납축전지의 주재료는 납과 묽은 황산이며 모두 불연성이다. 납축전지는 케이스 역시 난연성 BS 소재로 구성돼 자연 발화나 폭발이 일어나지 않아 전기자전거용 배터리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납축전지는 상대적으로 무겁다. 주행거리 50km를 기준으로 한다면 일반적인 납축전지의 질량은 최소 25kg은 돼야 한다”며 “무게를 줄이려 에너지 밀도를 더 높인다면 배터리 품질과 수명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전거의 무게는 일반적으로 38~46kg이므로 납축전지를 장착한 전기자전거의 전체 무게는 55kg를 넘어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2019년 4월 14일 발표한 ‘전동자전거 안전기술 규범’에 따라 시속은 최대 25km/h, 전체 무게는 55kg 이하, 모터 최대 출력은 400W로 규정했다. 안전모 착용, 두 명 이상 탑승 금지 등 안전을 위한 규정도 신설했다.

특히 전체 무게 제한으로 인해 가벼운 리튬이온 배터리 장착이 사실상 의무화되면서 관련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납축전지에 비해 가격이 높지만 대신 가볍고 부피도 작으면서 주행거리도 더 길다.

하지만, 몇 가지 안전상 주의점도 존재한다. 전기화학적으로 활성 리튬 물질이 포함됐고, 전해액이 유기용매에 전해질 염과 첨가제로 구성돼 충전 상태나 동작 상태에서 배터리 열 폭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열 폭주가 발생하면 단 몇 초 만에 격렬한 폭발이 일어나기도 한다. 현재 중국에서 빈발하는 전기자전거 화재의 약 80% 이상이 배터리 문제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전기자전거의 잇따른 화재 원인으로 정부의 무게 제한 규정이 지목되고 있다. 사진은 2021년 7월 저장성 항저우에서 도로를 달리전 전기자전거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이는 장면. 이 사고 탑승 중이던 운전자가 부상을 입었으며 7세 딸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사망했다. | 항저우 교통국 CCTV

또 다른 위험요소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명이다. 일반적인 리튬 이온 배터리는 하루 한 번 충전 시 약 1년 반 정도를 사용할 수 있다. 약 2~3년 정도가 지나면서 용량이 70~80%로 줄어들어 주행거리가 짧아지지만 사용 자체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게 지금까지 업계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젠광저우는 취재 결과를 종합해 “리튬이온 배터리는 2년이 지나면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위험도가 매우 높아진다”며 현재 중국에서 약 4천만 대 정도 운행 중인 전기자전거들이 도로나 주택 곳곳에서 충전하다가 화재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젠광저우는 중국의 현행 전기자전거 안전기술 규범을 “사람 잡는 규정”이라면서 “하루빨리 전체 무게 55㎏ 이하 제한을 폐지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납축전지 위주로 전기자전거 시장이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래야만 전기자전거가 언제 발화할지 모르는 폭탄이 아니라 편리한 이동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는 전기자전거 화재로 인한 재산 손실은 물론 인명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1년 5월 랴오닝성 푸신시에서는 도로 주행 중 전기자전거가 폭발해 운전자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같은 해 7월 저장성 항저우에서는 아버지와 7세 딸이 타고 가던 전기가전거에 불이 붙더니 순식간에 화염이 치솟아 아버지가 화상을 입고 딸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현지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으로 리튬이온 배터리 오작동 관련성을 언급했다.

올해 2월에는 난징의 한 아파트 1층 전기자전거 보관소에 보관 중이던 전기자전거에서 시작된 불이 아파트에 옮겨 붙으면서 15명이 사망하고 44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해, 이후 충전을 위해 배터리를 복도나 방에 반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 조치가 도입되기도 했다.

한편, 이달 초 중국 공업화정보부는 ‘전기자전거용 리튬이온 배터리 안전기술 표준’을 마련했으며 오는 1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