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게 당긴다”…우리가 캡사이신에 끌리는 이유 6

편집부
2024년 05월 17일 오후 6:20 업데이트: 2024년 05월 17일 오후 6:20

흔히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날, 매운 음식으로 화끈하게 풀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한국인이라면 때로는 혀가 불에 댄 듯 괴로움을 느끼면서도 “맵지만 맛있다”며 자제력을 잃고 매운 음식을 연거푸 집어삼킨 경험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맵부심(매운맛에 대한 자부심)’에 관한 한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한국인들만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영양 전문가 제니퍼 에르난데스는 매운맛에 끌리는 이유와 관련해 “특정한 맛에 대한 갈망은 우리 몸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신호”라며 “이를 인지하고 부족한 것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에르난데스는 “그렇다고 모든 갈망이 즉시 충족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신체에 필요한 영양소가 잘 공급되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뭔가 먹고 싶을 때의 기분을 스스로 자세히 관찰하라”고 권유했다.

다음은 영양 전문가들이 선정한 매운 음식을 먹고 싶은 원인 6가지다. 자신에게 해당하는 것은 없는지 자신의 신체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데 참고하면 좋겠다.

물론, 정확한 건강 상태를 확인하려면 의사 등 관련 분야의 공인받은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이 글에 등장하는 영양사들은 모두 미국 관계기관에서 공인받은 전문가라는 점을 밝혀 둔다.

호르몬

임산부가 매운맛을 갈망하는 것은 호르몬 변화가 원인일 수 있다.

영양사 켈시 코스타는 “임신 중에는 흔한 일이며 호르몬 변화 또는 단순히 미각에 대한 갈망이 원인”이라며 “일반적으로 해가 없지만, 소화 장애를 피하기 위해 매운 음식의 종류와 양을 조절하는 것이 예비 엄마에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신이나 월경 중이 아니라도 매운맛에 대한 갈망을 유발하는 호르몬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렙틴과 세로토닌은 매운 음식에 대한 욕구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이라고 클리블랜드 클리닉 인간 영양 센터의 공인 영양사 줄리아 줌파노는 덧붙였다.

떡볶이 | 연합뉴스

감기

줌파노는 “매운 음식은 코막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며, 바이러스와 싸우느라 추위를 느낄 때 체온을 높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캡사이신은 천연 충혈 완화제이며 비알레르기성 비염 관련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코스타는 설명했다. 즉, 매운맛에 대한 갈망을 충족하는 동시에 감기를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코스타는 “매운 음식은 유일한 치료법이 아니고, 감기를 이기는 전략 중 하나로 여기는 것이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빠른 회복을 위한 균형 잡힌 영양소와 수분 섭취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체온 상승

매운 음식에 대한 욕구는 우리 몸에서 “너무 덥다”고 말하는 신호일 수 있다.

에르난데스는 “더우면 실제로 매운 음식을 먹고 싶어진다”고 2015년 보고서를 인용해 설명한다.

매운 음식의 캡사이신은 체온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코스타 역시 “매운 음식, 특히 캡사이신이 함유된 음식은 땀이 나는 것을 촉진한다”고  동의했다.

이어 “(땀을 흘리면) 체온이 내려간다”며 더운 환경에서 매운 음식을 먹으면 체온을 낮출 수 있지만 흘린 땀만큼 적절한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서적 욕구

매운맛에 대한 갈망은 정서적 욕구와 관련된 경우도 있다.

주파노는 “감정적 식습관, 특히 불안이나 슬픔은 종종 즉각적인 안정을 제공하는 음식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진다”고 해석했다.

그녀는 “캡사이신은 이런 감정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되는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한다. 단, 음식이 정답은 아니다”라며 감정을 잘 조절하고, 감정적인 식사를 피하도록 전문가와 상담할 것을 권장했다.

아울러 “호흡, 마사지, 뜨거운 목욕, 친구에게 전화하기, 산책하기 등 다른 방법으로 감정을 해소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매운 맛은 엔돌핀을 분비해 불안 등 정서적 욕구를 해소하는 효과가 알려져 있으나, 전문가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할 것을 조언한다. | cottonbro studio/Pexels

음식 문화

매운맛에 대한 선호는 개인의 취향 외에도 사회 문화적 배경도 작용한다.

영양사 트리스타 베스트는 “매운 음식이 널리 퍼진 문화에서 자라면 매운맛을 선호하고 갈망하게 될 수 있다”며 전반적으로 균형 잡힌 식단을 염두에 둔다면 이런 갈망을 충족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매운 음식을 먹고 싶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스트레스다.

코스타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은 심리적 주의 분산 및 대처 메커니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체적 통증과 그에 따른 엔도르핀 분비로 단기간에 스트레스와 불안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트레스 해소를 매운 음식 먹기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그녀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음식보다는 정신 건강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귀띔했다.

고추장과 고춧가루 등이 들어간 매운 양념. | 연합뉴스

매운 음식, 해로울까?

최근 매운 음식 먹기에 도전했다가 사망한 10대 소년의 사례가 전해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지나치게 매운 음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주파노는 “매운 음식을 고도로 가공하지만 않으면 몸에 나쁘지 않다”며 고추와 고추 향신료 자체에 오히려 항염증 성분이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매운맛이 종종 식물성 기름과 튀긴 음식, 가공육 등 가공식품에 더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식품에 첨가된 다른 성분이 더 많은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