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中 청년세대 ‘2024년 비참함 순위’ 확산…최고 9등급은?

박숙자
2024년 05월 14일 오후 1:15 업데이트: 2024년 05월 14일 오후 1:15

최근 중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드러낸 ‘2024년 비참 순위 차트(2024年悲慘排行榜)’가 중국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비참함의 순위를 매긴 이 차트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붕괴로 수많은 가정이 빚더미에 앉은 데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실업난이 더욱 악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래는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라온 ‘2024년 비참 순위표’이다. 가장 덜 비참한 최하위 1등급부터 최고 9등급까지 세부 사항을 담고 있다.

1성(星)급: 실직
2성급: 실직 + 예금 無
3성급: 실직 + 예금 無 + 주택담보대출
4성급: 실직 + 예금 無 + 주택담보대출 + 자녀(양육비)
5성급: 실직 + 예금 無 + 주택담보대출 + 자녀(양육비) + 빚
6성급: 실직 + 예금 無 + 주택담보대출 + 자녀(양육비) + 빚 + 채권 추심
7성급: 실직 + 예금 無 + 주택담보대출 + 자녀(양육비) + 빚 + 채권 추심 + 질병
8성급: 실직 + 예금 無 + 주택담보대출 + 자녀(양육비) + 빚 + 채권 추심 + 질병 + 부모 질병
9성급: 실직 + 예금 無 + 주택담보대출 + 자녀(양육비) + 빚 + 채권 추심 + 질병 + 부모 질병 + 주택 압류

이 순위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게시물에는  “10성급은 ‘9성급 + 집값 반토막’이고, 11성급은 ‘10성급 + 주택 공사 중단’이다”, “올해가 향후 10년간 가장 좋은 해다” 등의 댓글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한 네티즌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비참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순위표를 보니 나는 덜 비참하다는 걸 알고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2000년 이후 중국의 대학 졸업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증가율이 갈수록 커지면서 고용 상황은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

중국의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1~6월 각각 17.3%, 18.1%, 19.6%, 20.4%, 20.8%, 21.3%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4월 2022년 7월에 기록한 19.9%를 넘어서면서 청년실업률은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8월 16~24세 청년실업률 발표를 중단했다가 지난 1월 17일 다시 발표하기 시작했다.

국가통계국은 청년실업률 발표를 재개하면서 집계 방식을 바꿨다고 했다. 조사 대상에서 재학 중인 학생 인구를 제외한 것이다. 16~24세 인구 9600만 명 중 재학생 6200만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3400만 명만 조사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날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전국 실업률은 5.2%이고, 16-24세, 25-29세, 30-59세 실업률은 각각 14.9%, 6.1%, 3.9%이다. 당국이 편법으로 통계 방식을 바꿔 발표한 이 수치조차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여전히 부진함을 보여준다.

3월 18일 발표된 2월 전국 실업률은 5.3%로 1월보다 0.1% 포인트 상승했다.

3월 20일 중국 당국은 통계 방식을 바꾼 후의 두 번째 전국 청년실업률(2월)을 발표했다. 16~24세 실업률은 15.3%로 첫 번째 발표 때보다 0.4% 상승했다. 전국 실업률 5.3%에 비해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뚜렷이 드러났다.

4월 16일 성라이윈(盛來運) 중국 국가통계국 부국장은 “1분기 상황을 보면 청년실업률이 소폭 증가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생활고 토로하는 실업자들

중국 온라인에는 실업으로 인해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사연이 속속 올라왔다.

안후이성 허페이 1인 미디어인 ‘아푸다이’는 거의 매일 동영상을 올리며 생활고를 토로한다. 그에 따르면 금융을 전공한 그는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금융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만 해왔고, 졸업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저축은커녕 빚만 잔뜩 졌다.

금융을 전공한 안후이성 허페이의 한 청년은 졸업 후 전공과 관련된 직업을 찾지 못했고 지금은 실직 상태다. | 동영상 캡처

5월 10일 올린 영상에서 그는 현재 실직 상태라며 이렇게 말했다.

“1년이 넘게 고정 수입이 없다. 매일 날품팔이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거액의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대출금, 자녀 양육비, 온라인 대출금까지 감당해야 해 매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 걸음 한 걸음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100여 위안도 인터넷 대출을 받은 것이다.”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수년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해 온 일부 전문직 종사자들도 실업 위기를 맞고 있다.

상하이의 ‘1급 건조사’ 자격증을 소지한 한 여성은 연봉 20만 위안을 벌었지만 작년에 실직한 후 다른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동영상 캡처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1인 미디어인 ‘자딩천마’는 석사 학위와 ‘1급 건조사(建造師, Constructor)’ 등의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 인력으로서 2012년부터 상하이에서 연봉 20만 위안의 전문직에 종사했으나 2023년 실직했다고 했다.

그녀는 실업자가 된 후 “처음에는 일자리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자신을 광둥성의 프로그래머라고 소개한 류 씨는 지난 6일 공개한 영상에서 실직한 지 4개월 됐고, 중국 빅테크 기업 텐센트 계열사를 비롯해 베이징, 상하이, 선전, 청두 등의 관련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모두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했다.

광둥성의 프로그래머 류 씨는 인터넷에 공개한 영상에서 4개월 동안 실직 상태라고 했다. | 동영상 캡처

류씨는 5개월 동안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것은 프로그래머 업계 상황이 정말 좋지 않다는 증거라며 다음 달에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고향으로 돌아가 아무 일이나 할 생각이라고 했다.

“정권 지키기 위해 경제를 희생시킨 결과”

다수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주택시장 침체, 소비 부진, 디플레이션, 높은 부채, 노동력 감소, 외국인 투자 철수, 무역 장벽, 경기 둔화 등 최소 8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호주 방송사 ABC(중문)는 지난 3월 1일 ‘중국 경제가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붕괴되고 있다’는 제목의 보도에서 “중국 부동산 시장의 붕괴가 연쇄 충격을 일으키면서 증시가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 나라를 버리고 있다”고 전했다.

ABC는 “다른 선진국들이 최근 반세기 만에 찾아온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는 데 반해 중국 경제는 디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다”며 “소비자 물가가 하락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끔찍한 부정적 악순환으로 변할 수 있다”고 했다.

ABC는 이어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중국 정부가 경기 하락을 초래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은 놀랍지 않다”며 “관찰자와 투자자들에게 놀라운 것은 중국 정부가 이러한 문제에 대처할 능력이 없거나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라고 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중국경제제도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인 쉬청강(許成鋼)은 지난 3월 대만의 국영 라디오인 RTI와의 인터뷰에서 악화되고 있는 중국 경제 상황에 대해 분석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정권을 지키기 위해 경제를 희생시킨 결과라며 “중국 공산당이 대외적으로 ‘색깔혁명’을 두려워하고, 대내적으로는 ‘화평연변(和平演變·서방의 평화적 수단에 의한 사회주의 붕괴)’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이 기사는 팡샤오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