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산 ‘소녀상’에 비닐봉지 씌운 남성, 처벌할 수 있을까

박순종 객원기자
2024년 04월 15일 오후 3:17 업데이트: 2024년 04월 15일 오후 5:55

최근 며칠 사이 부산 ‘평화의 소녀상’ 때문에 온 언론이 시끌벅적했다. 지난 6일 오후 30대 남성이 부산광역시 동구에 소재한 주(駐)부산 일본국총영사관 인근 ‘평화의 소녀상’과 ‘조선인 징용공 동상’에 ‘철거’라는 문구가 적힌 검정 비닐봉지를 씌우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를 대서특필한 것이다.

나와 사건의 당사자는 지난 2020년부터 서로 잘 알고 지내온 사이다. 일본영사관 영사관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는 30대 남성 장 모 씨는 당시 대학생이었는데, 그는 2019년부터 시작된 정부발 반일(反日) 캠페인 때문에 날이면 날마다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좌익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모여 집회를 벌이는 탓에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다고 호소했다.

장 씨는 특단의 사건을 벌였다. 지나가는 길에 타고 다니던 자전거를 ‘평화의 소녀상에 묶어버린 것이다. 장 씨가 동상에다가 자신의 자전거를 자물쇠로 체결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은 부산 동구청 소속 모(某) 직원에 의해 JTBC로 반출됐고, JTBC는 이를 보도에 활용했다. 그때 관련 취재를 하던 나와 장 씨가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나는 이 사건의 발생 경위를 잘 알고 있다. 일부 언론은 장 씨가 동상에 비닐봉지를 뒤집어씌우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고 장 씨를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장 씨가 현장에서 채증한 영상에는 경찰이 장 씨를 체포하기는커녕, “비닐봉지는 내 물건이니 건들지 말라”는 호령에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하는 경찰관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장 씨는 그날 보무도 당당히 귀가했다.

이 사건을 두고 문제의 동상의 관리 주체인 ‘부산겨레하나’는 지난 9일 장 씨를 관할 경찰서인 부산동부경찰서에 ‘모욕’ 및 ‘재물손괴’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부산겨레하나’는 왜 장 씨를 고발했을까? 자신들이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그를 고발한 것인지, 그게 아니면, 법률에 대한 무지의 발로로 그를 고발한 것인지 나는 알 수 없다. 만일 후자라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모욕죄’가 구성되지 않는 이유

형법상 모욕죄의 객체는 사람이다.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까지도 모욕죄의 객체가 된다. 장 씨가 한 행위는 문제의 동상이 철거돼야 한다는 자신의 의사(意思)를 동상에다가 표시한 것이다. 그러므로 장 씨의 행위가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적 표현’에 해당할지가 우선 의문이다. 설령 이를 ‘모욕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평화의 소녀상’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구태여 더 설명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형법상 모욕죄는 친고죄(親告罪)여서, 제3자에 의한 ‘고발’이 불가능한 범죄다. 그 자체로 수사 개시가 불가능하고, 모욕죄를 적용해 누군가를 고발한다는 것 자체가 법률상 하자 있는 행위여서 수사기관은 이 부분에 대해 ‘각하’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즉, 입건조차 불가능한 것이다.

설령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모욕 행위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행위로 인해 해 피해를 입게 되는 모욕의 구체적 피해자가 누구인지 특정되지도 않는다.

‘재물손괴죄’가 구성되지 않는 이유

재물손괴죄도 마찬가지로 성립하기 어렵다. 손괴죄에서 ‘손괴’란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대상물의 효용을 해(害)함으로써 본래의 사용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만드는 행위다. 이때 구체적으로 대상물의 효용이 침해됐는지 여부는 원상회복에 목적과 시간적 계속성, 행위 당시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사회 통념에 따라 판단된다(대법원 2022.10.27 선고 2022도8024 판결 등 참조).

장 씨는 문제의 동상이 설령 부산광역시가 제정한 조례에 그 설치 근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조례의 상위법으로써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 국제조약인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22조를 위반한 것으로써 불법 조형물이라고 주장한다.

해당 조항은 “접수국은 어떠한 침입이나 손해에 대하여도 공관 지역을 보호하며, 공관의 안녕을 교란시키거나 품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특별한 의무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주부산 일본총영사관 담벼락 바로 아래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영사관의 위엄을 해하는 조형물이라고 판단해 우리 정부에 문제의 동상을 철거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장 씨는 “그런 의미에서 문제의 동상이 조속히 철거되기를 바라는 내 의사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동상에 ‘철거’ 문구가 적힌 비닐봉지를 뒤집어씌운 것”이라며 “이 정도의 행위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수인 범위 내의 것이자 형법상 정당행위로써 설령 그 행위가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위법성이 조각(阻却)된다”라고 주장한다. 자신이 비록 비닐봉지를 뒤집어씌우기는 했지만 주위 경찰관들이 손쉽게 비닐봉지를 제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장 씨에게 ‘재물손괴죄’가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고, 설사 재판으로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유죄 판결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고 할 것이다.

‘불법’이 ‘합법’으로 변하는 마술

부산 ‘평화의 소녀상’이 최초 설치된 것은 지난 2016년 12월 28일의 일이다. 당시 박삼석 부산 동구청장(자유한국당)은 해당 동상이 <도로법>과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설치 당일 동상을 철거하도록 했으나, 끝내 동상 설치 주체의 압력에 굴복하고 말핬다. 2016년 12월 30일부터 문제의 동상은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해당 동상을 용인할 아무런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부산광역시의회는 시(市) 조례를 개정해 2019년 8월 14일 자로 동상 설치의 근거를 마련해 줬다. 동상 관리 주체인 ‘부산겨레하나’ 측은 이듬해인 2020년 2월 부산 동구에 해당 동상의 도로점용 허가를 신청했으나, 월 80만 원에 달하는 점용료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도로점용 신청을 포기했다. 그러자 부산광역시의회는 또다시 관련 조례를 개정해 ‘평화의 소녀상’에 점용료를 면제하는 특혜를 부여했다. 최초 불법적으로 설치된 동상이 만 4년여의 기간을 거쳐 외견상 합법적인 것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좌익 진영은 언제나 이런 식이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소재 주한 일본국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도 마찬가지다. 당시 종로구는 해당 동상에 여러 법적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결국 2011년 12월 14일 동상을 설치되고야 말았다.

‘법치’는 곧 ‘법 앞의 평등’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특정 개인 또는 특정 단체가 법을 초월해 있다는 현실에 직면하곤 한다. 대한민국을 과연 ‘법치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 이 글은 저자의 개인 블로그에 먼저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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