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인자’ 리커창 급사 후…당 원로들·태자당, 시진핑에 반발 시작

제시카 마오
2023년 11월 15일 오후 4:44 업데이트: 2023년 11월 15일 오후 6:16

리커창 전 중국 중국 총리가 68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급사한 가운데, 리커창 전 총리의 사망이 중국공산당 내부 투쟁과 관련된 사건인지를 두고 각종 의혹과 논란이 촉발되고 있다. 이와 함께 리커창의 죽음이 정치적으로 격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일(이하 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바바오산 혁명열사묘역에서는 리커창 전 중국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무원 총리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중국 2인차’ 치고는 조용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리커창이 사망한 직후 8시간 동안 공식 발표를 미뤄 의구심을 낳았던 중국 당국은 이날에도 리커창 전 총리의 장례가 있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시간과 일정, 장소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과거 리커창과 함께 당을 이끌었던 퇴임한 중국공산당 고위 관리들은 이날 리커창의 장례식에 대거 불참했다. 이들 당 원로들은 며칠 뒤 있었던 또 다른 지방 간부의 장례식에 추모 화환을 보내며 리커창에 대한 중국 당국의 태도에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리커창의 사망 및 장례식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계 원로와 태자당(중국 공산당 혁명 원로의 자제와 친인척들로 구성된 정치 계파)의 불만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한다.

중국의 최고지도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치원로·태자당 사이 내부 투쟁은 점점 더 확대되고 가시화되고 있다.

리커창의 영결식이 있고 나서 일주일 뒤인 이달 8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시에서는 장위환 전 구이저우성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장례식이 열렸다.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 원자바오 전 국무원 총리, 장더장 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 퇴임한 중국공산당 간부들은 다 함께 장례식에 참석했다.

이들 모두 리커창의 장례식에는 불참했다. 리커창의 정치적 스승인 후진타오 전 주석 역시 추모 화환만 보냈을 뿐 장례식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중국 관영 매체 신화통신의 보도에서도 리커창의 장례에 참석한 정치권 원로들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재미 정치경제분석가 루톈밍은 에포크타임스에 “당 원로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 당 최고 지부도에 대한 불만의 발로라는 것이다.

루톈밍은 “장위환은 고위직이 아니며 장위환의 장례식 또한 정치권 원로들이 애초에 나설 자리가 아니었다”며 리커창의 장례식에 고위관료들이 불참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꼬집었다.

그는리커창 같은 고위 인사가 사망했을 때 장례식에 직접 참석해야 마땅하나, 정치권 원로들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고 이는 그들의 입장을 보여준다. 그들은 중국 당국이 리커창의 죽음을 처리하는 방식에 불만을 품고 일부러 (장위환) 장례식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13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전 중국 총리가 함께 있다.|Noel Celis/POOL/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시진핑, 태자당 회동 불참

리커창의 장례식이 끝나고 난 뒤인 같은 달 6일에는 류사오치 전 중국 국가주석의 탄생 125주년을 기념하는 모임이 열렸다. 해당 자리에는 중국공산당 내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류사오치 탄생 120주년 기념 좌담회에서는 직접 연설까지 했던 시진핑은 이번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루톈밍은 “태자당 내 거의 모든 인사가 시진핑과 반대편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루톈밍은 “과거에는 이런 대립이 뚜렷하지 않았다. 시진핑은 어찌 됐든 당의 지도자이고, 사람들은 시진핑을 어느 정도 존중했으며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시진핑 또한 당시만 해도 태자당을 수용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류톈밍에 따르면, 3기 집권에 성공한 이후 시진핑이 독재자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엄청나게 달라졌다.

“비록 중국공산당이 일당 독재 체제이지만, 과거만 해도 당 내부적으로는 여럿이 모여 발휘하는 집단적 리더십을 강조했다”고 언급한 류톈밍은 “지금은 시진핑 한 사람이 독재적으로 책임진다. 태자당은 시진핑에게 불만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지난 몇 년 동안 이어진 중국의 경제난이 중국 공산당 정권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쳤으며, 시진핑이 실시한 반부패 운동 중 많은 부분이 혁명 원로 자제들의 이익에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이들은 분명 시진핑을 반대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사평론가 리린이도 이에 동의했다.

리린이는 류사오치의 아들이자 장교 출신인 류위안이 개인의 독단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낸 것을 거론하며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태자당이 현 시진핑 정부에 불만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태자당 내부에도 분열은 있지만, 대다수가 현재 시진핑에게 불만이 많은 건 분명하다. 그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모이는 게 사실상 하나의 제스처다.”

내부 갈등 심화

아울러 루톈밍은 리커창이 공산주의 청년단(공청단) 파벌의 핵심 인물이었다는 점을 짚었다. 지난해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회의에서 공청단 파벌의 정치인들 전원이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와 기타 주요 직책에서 해임된 바 있다.

루톈밍은 “공청단 파벌의 ‘전멸’ 이후 리커창과 같은 퇴임한 사람들조차 내부 투쟁에서 ‘사망’했다. 남은 사람들도 불안해할 것”이라며 “더욱이 리커창의 사망 원인이 의문스럽다는 것이 중론인데, 여기에 중국 당국이 리커창의 시신을 서둘러 화장한 점 또한 사람들이 시진핑을 더욱더 불신하고 있는 이유”라고 전했다.

생전 리커창은 내치(內治)를 책임진 총리로서 민생,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고 권력을 향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하여 소탈한 행보로 민중의 지지를 받았다. 이와 관련,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 “중국 특권 지배층이 대체로 80대, 90대까지 장수하는 상황에서 68세로 갑자기 사망한 리커창의 죽음에 여러 의혹이 돌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리커창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중국 당국 관리들 사이에서 시진핑을 몰아내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는 게 루톈밍의 시각이다.

“시진핑은 태자당뿐만 아니라 퇴임한 고위 관료와 정치권 원로들까지 불쾌하게 만들었다. 시진핑에게 복종하는 현직 관리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중국 정치권 인사가 시진핑을 반대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내부 투쟁은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