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좌파 “해체” 한목소리 냈던 유엔사…국방 세미나선 “강화 시급”

전경웅 객원칼럼니스트/자유일보 기획특집부장
2023년 11월 15일 오후 2:03 업데이트: 2024년 05월 7일 오전 10:54

용산서 제1회 한국-유엔군사령부친선협회 세미나
참석자들 “유엔사, 한반도 유사시 대비에 꼭 필요”
“우크라·이스라엘 전쟁 와중 한반도 관심 저하 유의해야”

북한은 예전부터 “법적 근거도 없는 유엔사령부가 통일을 방해한다”며 정전협정 폐기 및 미북 평화협정 체결, 유엔사 해체를 요구해왔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좌파  진영에서도 이전 정부 시절 이에 동조했다. 중국도 한반도 비핵화 해법이라며 같은 주장을 폈다.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세미나가 지난 7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홀에서 ‘한-유엔사 친선협회’ 주최로 열렸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유엔사는 충분한 국제법적 근거가 있다”며 “이제는 우리나라도 유엔사 회원이 돼 유엔사 체제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단안보체제 작동 쉽지 않은 현실…우리가 유엔사 회원국 돼 기능·역량 강화해야

첫 발제를 맡은 예비역 육군 소장 이기성 박사는 우선 주일미군 기지가 겸하고 있는 후방기지의 역할,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 회원국을 주축으로 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개입을 유엔사령부(이하 유엔사)의 중요한 가치로 평가했다. 특히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는 주일미군을 비롯한 미군의 신속한 한반도 전개를 보장하고 작전 지속을 위한 군수기지, 유엔사 회원국의 전력 제공 및 한반도 전개 지원을 위한 허브 역할이 중대하다고 봤다.

다만 최근 국제 정세의 변화가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기점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자주 행사한 점으로 보아 6.25 전쟁 때 유엔사를 만들었던 것과 같은 결의를 한반도 유사시 새로 내놓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게 이기성 박사의 우려였다.

이기성 박사는 국제 정세가 변했지만 그래도 외침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데는 국제적 연대와 지지를 얻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 칼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침략을 당한 뒤 올해 1월까지 41개국으로부터 총 1385억 3000만 유로(약 195조 2950억 원) 상당의 지원을 받았다”며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는 이런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지원을 얻을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기성 박사는 하지만 최근 국제정세 때문에 미국도 유엔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 안보리 문제로 유엔 집단안보체제가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 물론 기존의 유엔사를 통한 침략 대응에 국제사회의 지지가 1950년 6.25전쟁 때와 다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또한 한반도 유사시 전력 제공에 있어 유엔사 회원국들의 의지가 약화됐을 가능성도 미국은 우려하고 있다고 이 박사는 주장했다.

이기성 박사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내놓은 제언은 “우리나라도 유엔사 회원국이 되는 것”이었다. 우선 우리나라가 유엔사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이어 유엔사 참모부에 우리 군 요원을 편입시키며, 유엔사와 전력 제공 절차에 대해 발전하는 논의를 평소 꾸준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동시에 유엔사 회원국을 위한 국제보훈사업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유엔사 회원국 가입을 위해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로 이기성 박사는 “평소 유엔사와의 연계활동을 강화하고, 유엔사 회원국들과의 친선우호 관계를 대폭 증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엔사 차원의 접근은 물론이고, 각 회원국과 1대1의 친선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7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KT 앞에서 열린 ‘미국의 유엔사 강화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유엔사, 법적 근거 없다는 정치권 일각 주장은 북한 주장과 동일”

이날 세미나에서는 “유엔사는 국제법적 근거도 없고,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 평화협정만 체결하면 해체해야 할 조직”이라는 북한과 중국, 좌파 진영의 주장을 논파하는 내용도 나왔다.

북한이 유엔사 해체를 요구한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그런데 2018년 9월 평양 공동선언 이후에는 국내에서도 이런 주장이 빈번하게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그 지지층은 유엔사 해체에 관심이 매우 많았다. 2019년 3월에는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중국에 건너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후 유엔사 해체 방안을 중국 공산당과 협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이 일기도 했다.

2019년 2월 당시 통일연구원 원장이던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중국 상하이로 가서 통일연구원이 작성한 ‘한반도 평화협정’ 시안을 중국 측과 논의했다. 유엔사 해체 방안을 담은 평화협정 시안에는 “북한 비핵화가 50%를 달성하는 시점으로 예상되는 2020년 초반 남·북·미·중 4자가 서명하는 방식으로 한반도 평화협정을 맺고, 90일 이내 유엔사를 해체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미·중 핵무기 한반도 전개·배치 금지” “외국군과 대규모 연합 훈련 금지”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북한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이들을 지지하는 좌파 진영에다 중국까지 유엔사 해체를 주장하지만 국제법적으로 따져보면 함부로 없앨 수 없는 기구라는 것이 예비역 육군 소장 김병기 박사의 설명이었다.

김병기 박사는 대다수 국민이 잘 모르는 ‘워싱턴 선언’과 유엔총회의 ‘한국 문제 결의안’이 유엔사 구성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국제법적 근거라고 설명했다. 유엔사는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유엔 안보리 결의 84호를 근거로 창설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체결한 날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참전한 16개국 대표가 모여 “만약 유엔 원칙에 반한 무력공격이 재발할 경우 (우리는) 다시 단결하여 즉각적으로 대항할 것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휴전에 관한 참전 16개국 공동정책선언’을 발표했다. 이것이 ‘워싱턴 선언’이다.

1950년 10월 1일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이듬해 4월 발효한 뒤 드와이트 D.아이엔하워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은 외부의 침략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의 독립과 안정을 지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이를 위한 핵심적인 2개의 장치가 ‘워싱턴 선언’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엔은 1953년 8월 유엔총회 결의 711호를 시작으로 매년 총회 때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국 문제 결의’를 채택했다. 이는 1975년까지 이어졌다.

이런 내용이 국내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다 보니까 북한과 중국, 좌파 진영이 “유엔사 설립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편다는 것이 김병기 박사의 지적이었다. 김 박사는 “북한과 좌익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판문점 유엔군사령부 건물. | 유엔군사령부 페이스북

◇“우크라이나 전쟁 이어 이스라엘 전쟁까지…한반도 집중도 낮은 상황서 유엔사 필요”

이날 토론자로 나선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정치권 일각에서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유엔사가 존속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나 이는 북한의 유엔사 해체 주장과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양욱 연구위원은 “냉전 이후 미군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고, 현재 국제 정세는 미중 패권경쟁에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으로 한반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집중도가 떻어지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 한반도 유사사태가 발생하면 유엔사를 통해 국제연합군을 편성할 수 있다는 점만 해도 큰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 연구위원은 “현재 상황에서는 유엔사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제 유엔 주류 회원국이 된 우리나라는 유엔사에 대해서도 주체적으로 관여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토론자 마이클 맥아더 보삭 박사는 현재 유엔사의 역할은 단순 정전협정 감시가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가 집행되는 것을 감시하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프랑스 등이 일본 내 유엔사 후방기지를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유엔사가 없다면 대북제재 감시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한편 이날 세미나 축사를 맡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김재창 예비역 육군대장은 이승만 대통령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강력히 추진한 이유를 설명한 뒤 “세계 유일의 유엔 통합사령부인 유엔사가 갖는 가치를 우리가 다시 되새겼으면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