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마약 등 입국거절 태국인 급증…中 일대일로 참여와 맞물려

전경웅 객원칼럼니스트/자유일보 기획특집부장
2023년 11월 10일 오후 3:40 업데이트: 2024년 05월 7일 오전 10:54

국내 언론, 태국인 분노에 초점…법무부 비판 보도
태국 매체는 “한국 입국금지는 불법체류 폭증 탓”

지난 1일부터 며칠간 태국인 관광객 한국 입국을 거절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태국인 입장에 초점을 맞춘 언론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법무부는 “출입국 관리를 제대로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외교부는 태국과 입국 거절 문제로 협의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태국인 불법체류자와 마약 사범의 국내 입국 폭증은 시기적으로 태국 정부가 고속철도 건설을 계기로 중국 공산당의 ‘일대일로’에 본격 참여하기로 한 2015년과 맞물린다. 이후 8년간 태국인 불법체류자는 5배 증가했다.

지난 1일 태국 일간지 ‘방콕포스트’ 등은 한국에서 입국을 거절당한 태국인 관광객 이야기를 전했다. 신문은 태국인 부유층이나 저명한 학자도 한국 입국을 거절당했다며 “X(구 트위터) 등 SNS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시태그가 ‘한국 여행 금지’였다”고 전했다.

이런 여론에 태국 총리까지 편승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방콕포스트는 “한국이 태국인 입국 거절을 하는 이유는 무비자로 입국한 관광객 중 다수가 불법체류자로 남기 때문”이라며 태국도 일부 원인 제공을 했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격분의 목소리를 전한 것은 오히려 국내 언론들이었다. 주요 일간지와 공중파·종편 방송들은 이날부터 태국인들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전했다. 일부 매체는 ‘태국인 관광객 감소’에 초점을 맞췄다. 법무부나 대검찰청, 경찰이 공개한 태국인 마약범죄나 불법체류자 문제는 외면했다.

법무부는 3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불법체류 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은 당연한 임무”라면서 “엄정한 외국인 체류 질서 확립은 국익과 주권 사항이고 불법 체류는 국내 노동시장을 왜곡하고 마약범죄 등 강력범죄로 이어져 국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 태국인은 약 18만 명이다. 그런데 올해 9월 말 기준 합법 체류자는 1만 8000명인 반면 불법체류자는 15만 7000명이 넘는다. 국내 체류 태국인의 78%가 불법체류자로, 여러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라는 게 법무부 지적이었다.

태국인의 불법체류 규모는 중국인 불법체류자 6만 4000명과 비교해도 2.5배에 이른다. 법무부는 “2015년에는 5만 2000명 선이었던 태국인 불법체류자가 지난 몇 년 새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런 점 때문에 불가피하게 입국 심사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태국에 대한 차별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재유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은 “태국은 전통적인 우방국이자 6·25 전쟁에 대한민국을 위해 참전한 고마운 나라로 태국과 태국 국민에게 늘 고마운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법무부는 향후 입국심사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외교적 노력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무비자 관광’ 불체자, 불법취업에 마약유통까지

법무부 지적처럼 태국인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우리나라에 무비자 관광객으로 들어와 불법 체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들에게 알려진 건 마사지 업소나 노래방 등에서의 불법 성매매나 이런 곳에서 만난 한국 남성과 결혼해서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비자로 들어온 뒤 국내에서 태국산 마약을 대량 유통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1월 1일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전남 일대에서 신종 마약 ‘크라톰’을 유통·투약한 혐의로 태국인 13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 모두 불법체류자로 국내에서 ‘크라톰’을 비롯해 필로폰, 합성마약인 ‘야바’ 등을 외국인 노동자에게 팔았다.

해경은 지난 2월 외국인 노동자들이 신종 마약을 길거리와 공원에서 공공연하게 투약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태국인 마약사범들은 경찰과 국정원 등이 수사를 시작하자 광주, 전주, 나주, 함평 등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숨었다고 한다.

이보다 앞서 지난 8월 부산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은 6.5kg(시가 213억 원 상당)의 필로폰을 반입한 한국인 3명을 검거했다. 마약을 구한 곳은 태국이었다. 지난 5월에는 전남경찰청이 국내에서 ‘야바’를 유통한 태국인 등 11명을 검거했다.

지난 4월 경기 김포시에서는 태국인 마약조직과 경찰 간의 차량 추격전이 벌어졌다. 검거한 태국인 마약조직원은 ‘야바’ 4500여 정(시가 4억 5000만 원 상당)을 소지하고 있었다. 경찰은 추가로 태국인 마약조직원 34명을 검거해 11명을 구속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충남경찰청이, 지난해 8월에는 경기북부경찰청이 국내로 마약을 밀반입해 유통한 태국인 마약조직을 각각 40명, 25명 검거했다. 이처럼 태국인 불법체류자가 국내에서 마약을 대량 유통한다는 보도는 쉽게 찾을 수 있다.

7일 대검찰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적발된 마약사범은 총 2만230명이었고, 외국인 마약사범은 2039명이었다. 국적별로 보면 태국(41.9%), 중국(22.2%), 베트남(19.3%) 순이었다.

대검에 따르면 마약사범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 잡은 마약사범이 지난해 연간 마약사범보다 1700여 명 더 많다. 2018년 948명이던 외국인 마약사범은 지난해 2573명으로 5배 급증했고,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수가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대검은 밝혔다.

이처럼 국내에 무비자로 입국하면 불법체류자가 되는 태국인이 많은 데다 적지 않은 수가 마약 범죄에 연루되는 것 때문에 태국인 입국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8월 제주공항에서는 태국인 관광객 112명이 입국 거부를 당하는 일도 생겼다.

국민 다수도 태국인 입국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불법체류를 통한 성매매, 그 과정에서 한국 남성을 유혹해 결혼해 비자를 취득하는 행위, 태국 마약 유통 확산 등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태국, 2015년 중국 ‘일대일로’ 참여 이후 불체자·마약사범 급증

태국인 연루 마약범죄가 국내에서 급증하는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메콩강 유역을 따라 확대하는 ‘일대일로 사업’에 태국이 적극 동참하면서 마약 범죄도 함께 증가한 영향이 아닌가 의심한다.

태국은 미얀마와의 국경에 특별경제구역을 만들어 투자 유치를 하고 있다. 또한 경제혁신을 위해 동부경제회랑(EEC)를 만들었다. 여기에 중국 공산당은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중국 공산당은 또한 6조 원대 태국 고속철도 사업을 따낸 바 있다. 지난해 1월 태국은 라오스와 중국을 잇는 고속철도 완공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태국보다 앞서 ‘일대일로’에 참여한 캄보디아·라오스 등은 이미 중국에 경제적으로 예속된 상태다. 라오스에서는 더 이상 현지 화폐 ‘낍’을 쓰지 않고 위안화를 받는다는 소식이 지난 10월 국내에 전해졌다.

캄보디아에서는 대중국 부채가 급증하고, 중국인 범죄도 급증했다. 현재 캄보디아 대중국 부채는 전체 외채의 40%가량을 차지한다. 2019년 기준 캄보디아 내 외국인 범죄자 가운데 중국인 비율이 70%를 넘는다. 대부분 중국 공산당을 배후로 하는 흑사회 조직원들이다.

이들은 결국 지난해 9월 대만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청년 5000명 인신매매의 주 무대가 캄보디아가 되도록 만들었다.

현실이 이런데도 태국은 2015년 고속철 건설을 필두로 중국 공산당의 일대일로에 참여하기로 했다. 중국 공산당은 일대일로에 참여한 국가에 조직폭력배를 선발대처럼 보낸다. 이들이 현지에서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중국 문제 전문가들은 이를 ‘초한전’의 일환으로 풀이한다. 초한전은 전통적인 전쟁과 달리 제한을 두지 않는 전쟁, 전략을 말한다. 상대국을 대상으로 한 언론 매수, 여론전, 정치전은 물론 사이버 해킹, 가짜뉴스 유포에 마약 유통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국내에서 태국인 불법체류자와 마약 조직이 급증하고 태국산 마약이 유통·확산되기 시작한 것이 2015년부터다. 태국인 불법체류자 급증과 태국산 마약 유통의 배후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