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의장 사상 첫 해임…공화당 강경파 “바이든과 타협”

윤건우
2023년 10월 4일 오전 11:05 업데이트: 2024년 05월 28일 오후 3:36

공화당 강경파 “동료의원 속이고 정부지출 늘려줘”
온건파는 지지…민주당은 “바이든 탄핵 조사” 비판

미국 연방하원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전격 해임됐다. 해임결의안은 같은 공화당 소속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미 하원은 그간 연방정부 예산안 처리,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조사 등 예민한 안건을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여왔다. 전례 없는 하원의장 해임이 더해지면서 하원의 혼란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원은 3일(현지시간) 전체 회의를 열고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해임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전원 찬성표를 던진 가운데, 공화당은 해임결의안을 발의한 맷 개츠 의원과 7명의 강경파 의원이 찬성에 동참했다.

당내 강경파 의원들을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과 주요 법안에서 타협해 온 매카시 의장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 왔다.

강경파는 대폭적인 예산 삭감을 주장하며 10월 1일 전까지 끝내야 할 연방정부 예산안 처리를 거부해 왔다.

하지만 매카시 의장은 연방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해 임시 예산안을 제안했고, 이 법안은 9월 30일 하원 본회의에서 찬성 335표, 반대 91표로 가결 처리됐다.

이는 개츠 의원을 비롯한 당내 강경파가 해임결의안을 추진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개츠 의원은 또한 매카시 의장이 공화당 의원들에게 계속 거짓말을 해왔으며 우크라이나에 전쟁 자금을 계속 지원하려는 민주당과 비밀리에 합의한 사실도 있다고 주장했다.

매카시 의장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CBS 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에서 출연해 “개츠 의원이 의사봉을 빼앗으려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라며 “개츠 의원은 뭔가를 이루는 것보다 TV 인터뷰에 더 관심이 많았다”면서 셧다운이 일어나기를 원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강경파는 매카시 의장에 대해 처음부터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매카시 의장은 지난 1월 6일 하원의장 당선 때도 자신에게 반대하는 강경파와 수차례 협상하며 15번의 투표 끝에 겨우 자리에 올랐다.

이때 협상 과정에서 어떤 의원이라도 단독으로 언제든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한 것이 이번에 발목을 잡는 덫이 되어 돌아왔다.

매카시 의장은 취임 후 바이든 대통령과 타협하며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법안을 통과시키는 대신 국경안보, 에너지 비용 절감법, 국세청 예산 삭감 등 공화당이 주도한 법안을 가결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법안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은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을 통과할 수 없어 사실상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만 도와준 꼴이라는 게 그간 강경파의 불만이었다.

공화당 온건파는 매카시 의장의 인품과 리더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그가 하원을 투명하게 운영했다며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다.

해임건의안 표결 전 의회 토론에서 톰 콜 하원의원은 “매카시 의장은 옳은 일을 했다”며 “그는 위기의 시기에 (끊임없는 협상을 통해) 의회가 제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나는 그가 우리 당을 위해서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매카시 하원의장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를 추진했다는 점에서 하원의장 공석이라는 정치적 모험을 무릅쓰고 해임결의안을 당론으로 찬성했다.

매카시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깝다는 점도 민주당이 해임에 찬성한 주된 이유로 꼽힌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인 하킴 제프리스 의원은 “진정성 있고 포괄적인 방식으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 극단주의에서 벗어나려는 공화당의 의지를 감안해 민주당 지도부는 해임결의안 찬성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이 통과된 것은 234년 미국 의회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해임결의안은 이번까지 포함해 총 3번 발의된 바 있다. 1910년 조지프 캐넌(공화당), 2015년 존 베이너(공화당) 전 의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이 발의됐으나 모두 통과되진 못했다.

한편, 하원 규정에 따라 차기 하원의장이 선출되기 전까지 공화당 패트릭 맥헨리 의원이 임시 의장으로 선출됐으며, 임시 의장은 즉시 하원 휴회를 선언하고 양당이 전당대회를 열어 하원의장 후보 경선을 치르도록 했다.

하원의장은 양당이 각각 후보를 내면 하원 전체 투표를 통해 선출한다. 현재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지만, 당내 파벌 간 견해차가 존재할 경우 투표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