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1년새 중국발 불법입국 4만명 체포…‘공산당원 망명 금지법’ 추진

윤건우
2023년 09월 23일 오후 11:07 업데이트: 2024년 05월 28일 오후 3:34

공화당 의원들 주도 ‘중국 공산당 간첩 망명 금지법’
“중국 공산당원들 망명 위장해 침투 후 간첩 활동”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중국 공산당원의 미국 망명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언제든 공산당의 첩자로 돌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마르코 루비오, 릭 스콧 상원의원을 포함한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은 ‘중국 공산당 간첩 망명 금지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중국 간첩’ 대신 ‘중국 공산당(CCP) 간첩’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중국과 중국 공산당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지난 2020년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주창한 ‘공산당 파훼법’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이는 전 국무부 중국정책 수석고문 마일스 위(余茂春·위마오춘)가 ‘공산당을 중국인(또는 중국이라는 국가)과 분리해야 더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고 제안한 데서 비롯됐다.

‘중국 공산당 간첩 망명 금지 법안’은 루비오, 스콧 의원 외에도 로저 마샬, 빌 해거티, 마샤 블랙번, 조시 홀리, 마이크 브라운, 피트 리케츠 등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루비오 의원은 성명에서 현재 미국의 출입국 정책은 입국자들의 배경을 정확히 파악해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 공산당이 우리의 민주주의와 국가 안보의 빈틈을 타고 위협할 여지를 준다”고 발의 배경을 밝혔다.

스콧 상원의원은 공산당원들을 조직 폭력배에 빗대 강력하게 비판하며 법안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살인을 일삼는 공산주의 중국의 지도자들과 시진핑 정권의 잔인한 정책을 수행하는 조직 폭력배들이 ‘망명한다’는 구실로 미국에 들어와 간첩활동의 최일선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해거티 상원의원은 “올해 총 170여 개가 넘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불법 입국으로 체포됐다”며 “여기에는 공산주의 중국 국적자 4만 명이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하원에서도 마크 그린, 트로이 닐스, 바이런 도널드 등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같은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의 입법 절차에 따르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관련 위원회의 심사 및 통과를 거쳐 하원과 상원에서 각각 같은 내용의 법안을 가결하고 이를 대통령이 서명하면 법으로 제정된다.

중국 공산당 간첩 망명 금지 법안에는 예외 조항도 두고 있다.

망명을 신청하기 전, 미 연방정부가 승인한 서비스를 통해 공개적으로 탈당한 경우, 공산당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경우, 강압에 의해 당에 가입했음을 입증할 수 있는 경우 등이다.

가입 당시 16세 미만이었거나, 취업 혹은 식량 배급을 목적으로 생계를 위해 당에 가입했을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망명 승인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했다.

아울러 현재 공산당원이더라도 미국 정부가 판단했을 때, 국가안보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보유하고 제공하려 할 경우도 면제 사유로 명시했다. 다만, 이 경우 미국 정부는 해당 인물이 국가안보에 위협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공산당원 망명 금지법, 국제사회 간첩 침투 경종”

미국 정부 및 의회가 중국 공산당원의 입국이나 이민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20년 10월 연방이민국(USCIC)은 공산당이나 전체주의 정당, 그 산하 조직에 단 한 번이라도 가입했다면 미국 영주권이나 이민 신청을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민국은 이때에도 “특별한 면제 사유가 있을 경우 영주권·이민 신청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이번 ‘중국 공산당 간첩 망명 금지 법안’은 이민국의 정규적인 심사 절차 외에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어 들어와 망명 신청하는 경우까지 그 규제 대상을 확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불법 입국과 망명 신청에 대해 관대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에 경종을 울리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인권 변호사 우샤오핑은 “이 법안은 미국과 전 세계를 향해 공산당원의 침투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일 것을 상기시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우샤오핑 변호사는 “당원들은 중국 공산당을 평생 배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며 “중국 공산당과 그 산하 조직은 정규적인 탈퇴 절차가 없다. 제명당하지 않는 한 스스로 당을 탈퇴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공산당원들은 몸은 외국에 있더라도 당이 요구하면 언제든 당에 봉사한다. 올해 미국에 입국한 4만 명 가운데 간첩들이 하나도 없겠나”라며 “이 4만 명에 숨어든 간첩을 식별할 방법은 없다. 미국으로서도 간첩 침투를 막으려면 일괄적인 대책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중국 민주화 활동을 벌이는 단체인 중국 민주당 청년위원회의 카이리젠 위원장은 이 법안을 환영하며 “공산당의 침투를 막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카이 위원장은 “중국 공산당원들의 가장 큰 문제는 가치관”이라며 “그들은 서구 사회에 수용된 후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도 서구 사회의 가치관에는 거의 동화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공산주의 사회 가치관을 품은 이들이 사회 곳곳에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은 그 자체로 서구 문명에 대한 위협”이라며 “이에 더해 특수한 임무를 가진 당원들이 포함됐다면 그 피해는 수치로만 환산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카이 위원장은 실제로 이들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미국에서 행사를 열면 신원을 알 수 없는 낯선 중국인이 참가자들을 일일이 자세히 촬영하고 사라진다”며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한 참가자의 중국 가족에게 공안이 찾아와 협박했다”고 전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여러 행사는 공개적이다. 원칙적으로는 신분을 감춘 채 미국 체류 권한을 취득한 공산당원, 중국 정보요원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공산당 간첩 망명 금지 법안’은 이러한 위험에 맞설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공산당, 한 번 입당하면 평생 얽매여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떤 정당에 가입하거나 탈퇴하는 것은 비교적 자유롭다. 그러나 중국의 특권계급에 속하는 중국 공산당은 입당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탈퇴는 더욱 어렵다.

중국 전문가 리닝은 “해외에 나온 공산당원들은 그가 진정성 있게 탈퇴를 선언하지 않았다면, 사회적 지위와 명망이 높아질수록 공산당의 검은 손길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봐야 한다”며 “공산당은 충성 맹세를 거론하며 첩자 노릇을 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밝혔다.

1982년 9월 제12차 당 대회에서 확정된 공산당 입당 선서문은 ‘당의 강령을 옹호하고, 당의 장정(章程·규약)을 준수하며, 당원 의무를 이행하고, 당의 결정을 집행하며, 당의 기율을 엄수한다. 당의 비밀을 지키고, 당에 충성하고 적극적으로 일하며 공산주의를 위해 죽을 때까지 분투하고, 언제라도 당과 인민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준비를 한다. 당을 배반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국민당과 맞서 싸우던 시절의 입당 선서문은 비교적 간단했다. ‘비밀을 엄수하고 기율에 복종하며 개인을 희생하고 계급 투쟁하며 혁명에 노력하고 영원히 당을 배반하지 않겠다’였다.

당의 강령, 규약 등 공산당 조직이 방대해지면서 추가된 내용을 제외한 입당 선서문의 핵심은 ‘비밀 엄수와 당에 대한 복종, 그리고 영원히 배반하지 않는다’이다.

리닝은 “공산당에 입당하려면 당 간부 2명 이상의 보증이 필요하고,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이런 까다로운 과정은 한 마디로 당에 대한 충성심을 검증하는 것으로, 입당했다는 자체가 공산당의 일개 분자라는 점을 입증한다”고 지적했다.

즉, 당에 대한 복종을 요구한다고 해서 꼭 따르라는 법은 없지만, 입당 과정에서 충성심을 증명한 당원들이기에 복종 요구에 굴복하거나 기꺼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 외 중국에 남은 가족들이 겪을 압박, 자신의 귀국 후 받게 될 징계나 불이익도 이들이 당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요소다.

하지만 공산당원이 됐다고 공산당의 굴레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리닝은 조언했다.

그는 미국 상원의원들이 ‘중국공산당 간첩 망명 금지 법안’에 면제 조항을 둔 것에 대해 “최소한의 구제장치를 마련한 것”이라며 “공신력을 인정받은 기구를 통해 탈당 성명을 하면 스스로 굴레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글로벌 중국 공산당 탈당센터를 거론했다.

탈당센터는 2005년 미국 뉴욕에서 중국인들이 설립한, 공산당 탈당을 돕는 비영리기구(NPO)다. 마땅한 탈퇴 절차가 없는 공산당 탈당을 위해 탈퇴 신청을 접수하고 일련번호가 기재된 탈당 증서를 발급한다. 이 증서는 미국 이민국 등 정부에서도 탈당 증명으로 인정받는다.

이 센터는 공산당 탈당 인원도 실시간으로 집계해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9월 23일 오후 1시 기준 탈당센터에 등록된 중국 공산당(공산주의 청년단, 소년선봉대 포함) 탈당 인원은 4억1930만 명이다.

다만, 진정성 없는 탈당 선언으로 증서만 받으려는 이들도 있어 미국 현지에서는 중국 민주화 단체 인사들을 중심으로 ‘가짜 탈당’을 한 공산당원에 대한 감시활동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한편, 한국에서도 중국 전문가로 방송과 매체,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는 중국 출신 일부 인사 중에는 공산당원도 있으며 스스로 당원 신분임을 밝힌 이도 있다.

이들은 중국에 대한 객관적 접근이나 한국 정부의 친미 외교를 경계하며 전략적 외교 등을 권고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결국은 중국(공산당)의 이익을 반영하는 논리를 편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