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터리 기업들, 한국에 5조 투자한 속내는…美 IRA 우회

알드그라 프레들리
2023년 08월 2일 오후 7:37 업데이트: 2023년 08월 7일 오후 5:56

중국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우회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자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몇 달 새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한 금액이 최대 5조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 위해서다.

일례로 중국의 양극재 기업 ‘닝보 룽바이’는 2023년도 제6차 새만금국가산업단지 입주심사를 승인받고 연간 8만 톤(t) 생산량의 이차전지 삼원계 전구체 생산기지를 설립할 계획이다. 전구체는 양극재의 핵심 원료이며, 양극재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중국 최대 코발트 생산 기업인 ‘저장 화유코발트’는 LG화학, 포스코퓨처엠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국내에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거린메이’의 경우 SK온과의 배터리 소재 생산을 위한 합작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중국의 ‘CNGR’ 역시 포스코그룹과 손잡고 포항에서 전구체 및 니켈 제련 사업을 벌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한국을 이용해 미국산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적용받는 방안을 찾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IRA를 시행,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에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만든 부품 또는 소재를 40% 이상 채택한 배터리에 최대 7500달러(한화 약 1000만 원)의 세액 공제 혜택을 준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한미 FTA를 체결한 국가다. 중국 기업들은 한중 합작 배터리를 제조해 세액 공제 혜택을 받으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현재 미 정부는 이 같은 우회 전략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우려되는 외국 법인(foreign entity of concern)’과 연계 생산된 외국산 제품을 규제할 것인가에 대해  아직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않았으며, 한중 합작 배터리에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지난 3월 미국 재무부는 우려되는 외국 기업이 배터리 부품을 제조하는 경우 세액 공제 혜택에서 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025년부터는 주요 광물에도 마찬가지 규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Brendan Smialowski/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IRA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을 재건한다는 대선공약의 일환으로 시행한 법으로, 전기차 공급망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게 주요 목적 중 하나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리튬 등 핵심 광물과 관련, 중국 의존도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러한 중국 의존도가 국가 및 경제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IRA를 통해 “배터리를 비롯, 미국산 제품 제조를 장려하는 세금 인센티브를 통해 중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고 미국의 국내 생산을 확대, 노동시장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 Y|Patrick Pleul/Pool/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중국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전기차 시장, 미국

현재 미국의 전기차 시장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지난 수년간 유럽에 뒤처졌던 미국의 전기자 시장은 IRA 시행에 따라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 보조금 지급이 도입되면서 크게 성장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지난 6월 발표한 최신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은 전년 동기 대비 전기차 판매량이 79% 급증했다. 이로써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전기차가 많이 팔리는 국가로 등극했다.

이렇듯 전기차 판매량은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는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