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섬 대만의 대약진, 2022년 1인당 GDP 대만-한국-일본 順 전망

대만은 19년 만에 한국에 재역전, 일본은 장기 경제 침체로 G7 탈락 경고도
최창근
2022년 05월 3일 오후 2:56 업데이트: 2022년 05월 3일 오후 2:56

‘귀신섬(鬼島)’이라 불리던 대만 ‘호국신기’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경제 성장률 약진
세계1위 반도체 수탁생산업체 TSMC  매출액, 시가 총액에서 삼성전자 압도
일본은 무역·경상 수지 적자, 엔저 3중고… 이대로 가면 한국에 1인당 GDP 역전 예상

‘귀신섬(鬼都)’은 수년 전부터 대만 2030세대 사이에 회자되는 말이다. 2016년 대만 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집권 이후 악화된 대(對)중국 관계, 평균 임금 상승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 등 거시경제 환경 속에서 대만 청년들은 대만을 ‘귀신 섬’ 혹은 ‘귀신 들린(저주받은) 섬’이라 자조한 것이다. 그 이유로는 소득대비 집값지수(PIR), 월 평균 한화 110만 원 선에서 정체된 대졸 평균 임금 등 실물경제 면에서 대만 젊은 세대가 체감하는 고통지수가 컸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대만 수도 타이베이의 PIR은 16.0이었다. 이는 중위 소득자가 16년 동안 월급을 쓰지 않고 모아야 타이베이의 중간 수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약 6년 경과 후 대만은 대반전을 이루어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글로벌 악재 속에서 대만 경제는 지속 성장했다. 성장률 지표에서는 경쟁국 한국을 앞섰다. 2020년, 2021년 대만 경제 성장률은 3.4%, 6.3%였다. 반면 한국은 –0.9%, 4%를 기록했다. 무역수지에서도 양국의 격차는 현격하다. 12개월 누적치로 보면 2022년 3월 기준 한국은 15조 5484억원, 대만은 66조2889억원을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4,990달러를 기록하는 반면 대만의 GDP는 3만6,000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전년 대비 190달러 증가하지만 대만은 2,200달러나 급상승할 것으로 보았다. IMF의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이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을 역전한 2003년 이후 19년 만에 재역전하게 된다.

대만 경제 성장의 상징인 타이베이101빌딩과 주변의 고층 빌딩들. | 연합뉴스.

대만 경제의 약진 배경에는 반도체가 자리한다. 대만에서 ‘호국신기(護國神器·나라를 지키는 신의 무기)’라고 불리는 반도체는 대만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대만 대표적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인 TSMC의 시가총액은 3년 전 삼성전자를 넘어섰고, 올해 예상 시장 점유율도 삼성전자의 3배가 넘을 전망이다.

대만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작년보다 19.8% 늘어난 1천287억8천400만 달러(약 161조원)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중 1위 TSMC의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지난해 53%에서 올해 3%포인트(p) 오른 56%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21년 18%에서 2022년 16%로 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TSMC의 2022년 1/4분기 실적은 매출 4910억 대만달러(약 20조8000억원), 영업이익 2237억 대만달러(약 9조4000억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각각 36%, 49% 증가했다. 매출은 역대 처음 분기 기준 20조 원을 넘었고 영업이익도 10조원에 근접했다. TSMC는 전방 수요에 대한 우려에도 올해 매출액이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26조870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보다 5조원 이상 증가한 8조4500억 원을 기록했다.

신규 투자 면에서도 격차가 난다. TSMC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최대 440억 달러(약 55조 원)로 제시한 반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연간 투자 규모는 20조 원 수준이다. 이 속에서 TSMC는 ‘호국신산(護國神山)’, 즉 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이라 불리고 있다.

대만의 약진에는 정부 정책도 자리한다. 2021년 12월, 대만을 대표하는 명문대학인 국립대만대에 반도체 인력 특성화 대학인 중점과학기술연구학원이 개원했다. 이 대학원은 신입생을 1년에 1번이 아닌 6개월마다 1번씩 뽑는다. 반도체 인재 부족을 호소하는 업계의 요청을 교육 과정에 전폭 반영한 것이다. 2019년 초부터 금융·세제(稅制)·인력 지원 등을 묶은 패키지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해외에 나간 대만 기업도 국내로 불러들였다. 세계적인 테크 기업의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2019년 9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약 390억 원을 투입해 대만 AI 연구개발센터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 9월에는 구글이 대만 중부 원린(雲林)현에 약 8000억 원을 투입해 데이터센터 설치를 확정했다.

또 다른 이웃 일본의 경제 전망에는 적색등이 들어왔다. 지난해 12월, IMF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일본의 1인당 명목 GDP는 3만 9890달러로 한국(3만 1954달러)보다 25%, 대만(2만 8054달러)보다 42% 많다. 하지만 디지털화(DX) 지연이 낮은 노동생산성으로 이어지면서 일본의 GDP 성장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경제연구센터의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명목 GDP는 2025년까지 연 6.0% 증가하는 데 비해 일본은 연 2.0%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더하여 일본은 2028년 대만에도 추월당할 전망이다. 대만의 1인당 GDP는 2025년까지 해마다 8.4% 급증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 전망대로라면 현재 일본-한국-대만 순인 1인당 GDP 순위가 역전되는 것이다.

일본 경제성장의 축인 무역수지에서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재무성 발표에 따르면 2018년 -1조 6090억 엔이었던 일본의 무역수지는 2020년 1조 160억 엔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5조 3748억 엔을 기록했다. 수출이 생각보다 크게 늘지 않았고 에너지 수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무역적자는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2022년 3월 무역수지는 -4124억엔(약 3조95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8개월째 이어지는 적자이다. 이대로라면 무역수지뿐만 아니라 경상수지 면에서도 42년 만에 흑자 행진이 멈출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체 분석 결과 2022년 달러당 엔화 환율이 120엔,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유지하면 9조 8000억 엔의 경상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적자가 이어지면 수십 년간 쌓아올린 대외자산이 줄어든다. 2020년 말 일본의 순대외자산은 356조9700억 엔으로 30년 연속 세계 1위다. 하지만 2019년보다 약 50조엔 감소했다. 한때 2배 이상 벌어졌던 독일과의 차이는 24조 엔까지 줄어들었다.

1달러 당 130엔에 근접하는 수치가 표시된 환율시장. | 연합뉴스.

무역·경상 수지에 더하여 ‘엔저’ 현상도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22년 5월 기준, 엔달러 환율은 1달러당 130엔 선이다. 지난 4월 28일 130.2715엔을 기록하며 2002년 4월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30엔 선을 돌파했다.

준(準)기축통화로 분류되는 엔화는 달러화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혔다.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엔화 가치가 대체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진 상황에서 오히려 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하는 반면, 엔화는 약세를 보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오르면서 기업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도 있었으나 최근 일본 경제에서는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원자재 수입가격 부담이 상승하면서 무역적자 폭이 커지고 수입물가가 비싸지면서 가계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일본 대장성(현 재무성) 관료 출신 원로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 히토츠바시대 명예교수는 “1달러당 135엔이 되면 일본은 한국·이탈리아보다도 가난한 나라가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말부터 노구치 유키오 교수는 “20년 후 일본의 1인당 GDP는 한국에 2배 이상 뒤질 것” “G7 회원국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뀌어도 일본은 할 말이 없을 것” “일본의 반도체 메이커는 현재로서는 절대 삼성전자를 따라갈 수 없다” 등의 분석을 내놓으며 자국 경제 정책을 비판해왔다. 일본 경제가 디지털 혁신, 생산성 향상 등 체질 개선 없이는 잃어버린 30년을 넘어 잃어버린 40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만의 약진, 일본의 장기 침체는 한국 경제에도 ‘기술 혁신’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