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美민주당 대선 캠프 변호사, 허위 진술 혐의로 기소

한동훈
2021년 09월 17일 오후 12:19 업데이트: 2021년 09월 17일 오후 12:43

트럼프-러시아 공모 관련, 거짓말로 FBI에 의혹 제기한 혐의
더럼 특검 “FBI 조사 방향 엉뚱한 데로 이끌어…엄중한 사안”
단독 행동 가능성 낮아…누가 시켰는지 밝혀낼지 관심 집중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러시아 공모 의혹 수사를 위해 임명된 존 더럼 특별검사의 칼날이 2016년 민주당 대선 캠프 관계자로 향하고 있다.

더럼 특검은 미 연방수사국(FBI)에 허위 진술한 혐의로 마이클 서스만(57) 변호사를 기소했다.

서스만 변호사는 2016년 9월 제임스 베이커 FBI 법무자문위원을 만나 트럼프의 가족 회사인 ‘트럼프 오가니제이션’과 러시아의 모 은행 사이에 이상한 컴퓨터 서버 연결이 있었다고 제보하며 관련 자료를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뉴욕타임스 등 미국 일부 대형매체들은 해당 은행이 ‘알파 은행’이라며 FBI가 둘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FBI는 조사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둘 사이에 어떤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후 해당 의혹은 별 가치가 없는 것으로 무시됐으나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의 ‘러시아 정부 미 대선 개입설’ 주장과 함께 재점화됐다.

이 의혹 제보가 허위였다는 게 이번 기소의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핵심 쟁점은 누가 의혹을 제기하도록 시켰느냐다.

서스만 변호사는 민주당 고위 지도부의 법률 업무를 맡아온 로펌 ‘퍼킨스 코이’ 소속으로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캠프에서 일했다. 그가 FBI에 ‘트럼프-러시아 공모’ 의혹을 제기한 것도 대선을 불과 두 달여 남긴 시점이었다.

따라서 서스만 변호사가 ‘착한 공익제보자’가 아니라 힐러리 캠프 측 변호사 겸 사이버 보안 전문가 신분으로 FBI와 만났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스만 측은 혐의를 부인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의뢰인(서스만 변호사)은 FBI에 허위 진술한 적이 없으며, FBI의 업무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도 없다”고 반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살려둔 더럼 특검, 민주당에 부메랑 될까?

더럼 특검은 2016년 트럼프 대선캠프에 대한 미 정보기관의 첩보활동이 합법적이고 적절했는지 수사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 시절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 의해 임명됐다.

새로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2월 트럼프 시절 임명된 연방검사 56명을 내보내며 사법부를 대폭 물갈이했지만, 더럼 특검은 유임시켜 수사를 계속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더럼 특검의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초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2년여 조사를 벌여 올해 1월 말 전직 FBI요원을 1명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유죄 판결도 형식에 그쳤고 보호관찰 1년, 사회봉사 명령 400시간이 선고됐다.

이번 서스만 변호사 기소는 더럼 특검의 두 번째 기소안이지만, 파급력은 첫 번째보다 훨씬 클 것으로 관측된다.

기소장에서는 “서스만의 거짓 진술은 무엇보다 FBI 자문위원과 다른 FBI 요원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고, FBI가 중요한 정보를 발견하고 분석할 기회를 박탈했다는 점에서 엄중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서스만이 소속된 로펌 퍼킨스 코이는 거액을 주고 ‘트럼프X파일’ 제작을 사주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 문건은 지난 2016년 사설정보업체 ‘퓨전GPS’가 전직 영국정보요원 크리스토퍼 스틸을 고용해 제작했다. 트럼프에 관한 떠도는 소문과 신빙성이 낮은 주장들을 담고 있다.

현재, 퍼킨스 코이의 웹사이트에 있는 서스만 변호사의 개인 페이지에 접속하면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출력된다.

* 이 기사는 잭 필립스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