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고위층 대결구도 가열, 장쩌민 정변 집단이 수면위로 떠올라

2017년 10월 25일 업데이트: 2019년 11월 3일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10월 18일 개막했다.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를 포함한 3대 지도자들이 대회에 참석한 가운데 이들은 ‘단결’을 강조하면서 배후에서 미묘한 신경전을 펼쳤다. 이미 9월 19일 진행된 조별토론 때부터 시진핑과 장쩌민 간 대결은 가열되는 양상을 보인 바 있다. 그리고 장쩌민 정변 집단은 당대회 개막과 함께 드디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장쩌민에 대한 시진핑의 직격탄

중국 중앙방송 CCTV가 19대 개막식을 생중계하면서 연출 포인트가 화제로 떠올랐다.

“하나의 정당, 하나의 정권, 그의 미래와 운명은 인심의 향배에 달렸다. 인민 군중이 무엇을 반대하고 무엇에 증오한다면 우리는 이를 결연히 방지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시진핑의 발언이 나오는 가운데 CCTV의 생중계 화면이 장쩌민을 클로즈업 했다.

장쩌민을 클로즈업한 장면은 시진핑이 “인민 군중이 무엇을 반대하고 무엇에 증오한다면 우리는 이를 결연히 방지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말할 때 마침 나타났다.

CCTV는 중국 공산당의 주요 행사와 고위 간부에 대한 뉴스를 보도하는 정치적 임무를 띤 관영매체이다. 카메라 렌즈의 각도부터 지도자들이 화면에 나타나는 순서, 시간의 길이, 발화시 TV화면 등 모두 엄격한 규정을 따라 결정된다. 만약 규정에 어긋나면 곧바로 방송 사고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CCTV가 장쩌민을 클로즈업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고위층의 지시를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외부에 장쩌민을 타격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시진핑이 업무보고를 마친 뒤 후진타오, 장쩌민 간의 움직임에서도 이러한 신호를 찾아볼 수 있다.

시진핑이 19차 당대회 보고서를 발표하고 자리로 돌아오면서 후진타오 전 주석과 몇 초 간 악수를 나눴다. 카메라는 그 장면을 정지된 클로즈업 화면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장쩌민과 악수했을 때는 장쩌민의 얼굴이 촬영 기자에게 가려 나오지 않았다.

시진핑은 보고서 발표를 끝낸 뒤 먼저 후진타오와 악수를 했으며 관영매체는 이를 클로즈업 화면으로 내보냈다. 시진핑이 나중에 장쩌민과 악수를 나누었으며 관영 매체의 화면에는 악수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시진핑은 보고서 발표를 끝낸 뒤 먼저 후진타오와 악수를 했으며 관영매체는 이를 클로즈업 화면으로 내보냈다. 시진핑이 나중에 장쩌민과 악수를 나누었으며 관영 매체의 화면에는 악수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 동영상 캡처
시진핑이 19차 당대회 보고서를 발표한 뒤 주석대에 돌아와 후진타오와 악수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하지만 관영 매체는 장쩌민과의 악수장면은 보여주지 않았으며 장쩌민의 모습은 촬영 기자에 의해 가려져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 동영상 캡쳐

만약 이러한 연출이 단지 19차 당대회 첫날 벌어진 해프닝에 불과했다면 19일부터는 대결이 본격화되는 양상을 띠었다.

보시라이, 저우융캉, 링지화, 쑨정차이 ‘국가권력 찬탈 모의’

홍콩매체에 따르면 류스위(劉士餘)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이 19일 19차 당대회 중앙금융계통 대표단 회의에서 중국 정부의 반부패 활동을 언급하며 저우융캉 전 중앙정법위원회(정법위) 서기 등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권력찬탈 음모’라고 표현했다.

류스위 주석은 지난 5년간 당국이 보시라이(薄熙來), 저우융캉(周永康), 링지화(令計劃), 쉬차이허우(徐才厚), 궈보슝(郭伯雄), 쑨정차이(孫政才)를 특별 조사 처리했다면서 “이들은 당내에서 높은 지위와 엄청난 권력을 누렸지만 완전히 부패했으며 국가 권력을 찬탈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사실 ‘당권찬탈 음모’는 쿠데타의 다른 표현이나 마찬가지다. 1976년 중국 공산당 내 ‘4인방 반당집단(四人幇反黨集團)’을 무너뜨린 이후 40년 간 당 관료가 이 표현을 사용한 적은 없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중앙과의 일치를 유지하는 관료계에서, 최고위층으로부터의 지시가 없었다면 부급(部級) 관료인 류스위가 이런 말을 절대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비록 류스위의 발언이 관영매체에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이는 19차 당대회에서 장쩌민 정변 집단을 두고 토론 화제로 삼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장쩌민의 쿠데타 음모 역시 공개적으로 드러낼 수 있게 됐다.

보시라이와 순정차이의 ‘정치적 공통점’

19대 충칭 대표단이 10월 19일 공개 기자회견 자리에서 천민얼(陳敏兒) 충칭시 서기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쑨정차이의 악영향을 제거하는 것과 ‘보시라이, 왕리쥔(王立軍)’이 남긴 사상적 해악을 제거하는 것은 일맥상통한다. 왜냐하면 양자 사이에 정치적인 공통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함께 정리, 제거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보시라이와 쑨정차이의 정치적 공통점은 무엇일까? 당연히 부정부패는 아니다. 그것은 바로 보시라이와 쑨정차이가 모두 장쩌민 정변 집단의 일원이자 장파가 지목한 시진핑을 대체할 후계자라는 점이다.

천민얼은 시진핑의 옛 부하로 시 주석으로부터 깊은 신임을 받아 쑨정차이의 실각 후 후임자로 임명됐다. 따라서 보시라이와 쑨정차이의 정치적 공통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함으로써 천민얼은 이들이 정변 집단의 구성원임을 암시했던 것이다.

중기위 부서기가 장쩌민의 과오 암시

10월 19일 열린 19차 당대회 첫 기자회견에서 양샤오두(楊曉渡) 기율위 부서기 겸 국무원 감찰부장이 기자의 질문에 대답했다. 한 기자가 “이미 조사 처리한 쑨정차이, 왕민(王瑉), 쑤롱(蘇榮), 저우번순(周本順)과 같은 부정부패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들은 승승장구해왔다. 이는 고위 간부에 대한 관리감독 시스템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양샤오두는 “매우 흥미롭다”면서 “확실히 당의 관리감독이 한때 느슨해 쑨정차이와 쑤롱, 왕민, 저우번순 등과 같은 ‘양면인(두 얼굴의 사람)’들이 등장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부패분자들의 투기 및 사리사욕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양샤오두는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조사한 부패간부의 통계를 발표했다. 그중 성군급(省軍級) 이상의 고위급을 비롯해 부부급(차관급) 이상이 440명으로, 중앙위원과 중앙후보위원 43명, 중앙기율검사위원 9명이 포함됐다. 양샤오두는 이에 대해 “(고위급 관리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면서 “이렇게 한 이유는 바로 지난날의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장쩌민은 중국 공산당 부패의 총지휘자이자 관료계 부패 풍조를 조성한 장본인이다. 따라서 양샤오두의 발언은 장쩌민이 부패의 ‘과오’를 조성했다고 암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고위층 세력 간 대결구도 가열

이 사실들을 종합하면 19차 당대회는 개막한 지 이틀 만에 중국 정치판을 초연이 자욱하고 살의가 번뜩이는 전쟁터로 바꿔놓았다. 중공 고위층의 정치 투쟁이 그만큼 가열되는 것이다. ‘장쩌민 정변 집단’은 이미 중공의 정치적 탁상으로 떠올랐다. 18대부터 5년 동안 지속해온 시진핑과 장쩌민의 투쟁은 19대인 지금까지 끝나지 않고 오히려 절정에 이르러 공식적인 생사결전으로 격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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