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신인 선수에게 ’10년’ 투자했다가 대박 난 한국 기업

김우성
2021년 02월 3일 오후 1:55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35

라파엘 나달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 중 한 명이다.

지난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통산 1000승을 달성했고, 지금까지 그랜드슬램 남자 단식에서 20회에 이르는 우승을 차지했다.

이런 나달과 2004년부터 22년째 인연을 맺은 한국 기업이 있다. 바로 기아자동차다.

연합뉴스

지난해 기아자동차는 페이스북 라이브방송을 통해 라파엘 나달과 5년간 후원 계약을 연장하는 온라인 조인식을 진행했다.

후원 계약 연장에 따라 기아차와 나달은 오는 2025년까지 파트너십을 이어가게 됐다.

조인식에서 나달은 “기아차는 17살 때부터 나와 함께하면서 테니스 선수로서, 한 인간으로서 내 여정에 큰 부분을 차지해온 브랜드로 앞으로 코트 안팎에서 다시 펼쳐질 5년간의 여정이 크게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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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나달은 15세의 어린 나이로 프로 시니어 선수로 데뷔했다.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3년 만에 세계 랭킹 50위권에 진입했다.

2004년 당시 세계 랭킹 1위이자 테니스의 황제라고 불리던 로저 페더러를 꺾는 이변을 보여줬지만, 경기 직후 왼쪽 발목의 피로 골절로 인해 그해 많은 경기를 쉬어야만 했다.

나달은 초조했다. 전도유망한 선수였지만, 최고는 아니었다. 아직 우승도 못 해본 때였다.

또 프로의 세계에서 부상 후 찾아온 슬럼프로 고생하는 선수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슬럼프를 이겨내지 못하고 사라지는 선수들도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나달의 가능성을 알아본 기업이 바로 기아차다. 기아차는 나달에게 10년이라는 장기 계약을 제안했다.

기아차의 글로벌 마케팅팀 직원 한 명이 나달의 경기는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저 청년은 반드시 월드 스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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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위험한 결정이 아니냐는 평가도 많았다. 10년 계약은 최고의 스포츠 스타조차 맺기 어려운 장기 계약이었다. 그런 계약을 17세 선수가 맺게 된 것이다.

만약 나달이 부상으로 평범한 선수가 되었다면 장기 계약은 기아차 입장에서 분명 악수였다.

그러나 계약 이후 나달은 승승장구하며 그런 우려를 실력으로 잠재웠다. 마치 믿어준 기아차에 보답이라도 하듯 다음 해 랭킹 10위에 진입했다.

그리고 19세에 첫 우승을 거머쥐면서 오랫동안 페더러와 정상을 다투는 라이벌로 성장했다. 22세에는 페더러를 제치고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5년 계약 / 연합뉴스

지난 2015년 계약이 만료된 후에도 여러 제안을 물리치고 기아차와 의리를 지켰다. 그리고 지난해 나달은 다시 기아차를 선택했다.

나달은 한 대회에서 우승하고 부상으로 벤츠를 받았을 때도 자신을 후원해주는 기아차를 먼저 칭찬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기아차와 나달의 긴 인연이 소개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재조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