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입양한 중학생 아들 파양하고 싶어요”…누리꾼들 사이서 논란 일으킨 글

윤승화 기자
2019년 11월 5일 업데이트: 2019년 11월 5일

수많은 고민 끝에 입양을 결정, 사랑과 희생으로 키워온 양아들이 학교폭력에 절도는 물론, 성범죄까지 저지른다면 양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40대 후부 주부라고 소개한 익명의 글쓴이가 올린 글 하나가 게재돼 많은 누리꾼의 갑론을박을 빚었다.

“15년 전 아기를 입양했다”는 말로 시작된 사연은 이러했다.

15년 전, 글쓴이 A씨와 A씨의 남편은 모두의 축복 속에 남자 아기 한 명을 입양했다. 남부러울 것 없는 넉넉한 환경이었으며 A씨 부부는 육아 강의까지 수강하는 등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아기는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났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 연합뉴스

중학교에 입학한 뒤로, 아이가 변하기 시작했다. 언행이 거칠어졌으며 밤늦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교복에서는 담배 냄새가 났다.

사춘기라서 그러겠구나, 싶었던 A씨와 남편은 잘 보듬어줘야겠다 싶어 더욱 신경을 썼다. 소용없었다.

A씨는 “교내흡연, 교권침해, 절도, 학교폭력 등 학교에서 징계위원회 부모소환이라고 네 번은 불려갔다”며 “공식적으로 불려간 게 네 번이고 대부분은 피해 학생 부모와 합의를 봤다. 경찰서나 법정은 가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대체 언제부터 잘못된 걸까. 왜 이렇게 된 걸까. A씨는 조금씩 지쳐갔다. 길을 걷다 중학생 아들과 비슷한 또래들의 목소리가 들리면, 갑자기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리면 손바닥이 차게 식었다. 지치기는 A씨의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A씨는 “남편이 어느 날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알고 보니 집에 들어오기 싫어 거리를 서성이다 편의점에서 하루를 보냈다고 했다”고 전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 연합뉴스

부부는 고민 끝에 날을 잡고 함께 정신과로 향해 상담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우울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다른 부모도 똑같이 고생한다. 우리만 이러지 않는다. 끝까지 책임지고 사랑으로 키우자’

그렇게 다시 마음을 다잡은 것도 잠시,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냐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은 A씨에게 돌아온 답변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아드님이 교내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을 했습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 연합뉴스

학교로 달려가는 동안 A씨의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 생각이 스쳤다. 우리 애는 그럴 애가 아닌데, 친구를 잘못 사귀었겠지, 동조된 거겠지…

그러나 이번에도 아들은 A씨의 바람을 무너뜨렸다. 4교시가 끝나기 전, 혼자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있다가 점심시간에 촬영했다는 것. A씨의 아들에게는 강제전학 처분이 내려졌다.

A씨는 “우리가 가정교육을 잘못 가르쳤나, 무언가 계기가 있었나, 끊임없이 아이에게 물어보고 되돌아봐도 알 수 없다. 그렇게나 힘을 들였는데…”라고 고통스러운 마음을 토로했다.

그런 A씨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파양이었다. A씨는 “아이는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모른다”라며 “아는 순간 엇나갈까 봐, 파양 당하는 순간 상처받을까 봐 오만가지 감정이 들었지만 너무 힘들다”고 고백했다.

아들은 사춘기니까,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괜찮아질 테다. 하지만 A씨는 아니었다. 아무리 약을 먹어도, 상담을 받아도 소용없었다. 우울감은 A씨의 몸에도 영향을 끼쳤다. 끊임없이 두통이 몰려왔고 소화가 되지 않아 위가 아팠다. A씨의 남편도 상태는 매한가지였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 당신의 부탁

A씨는 “다들 욕하겠지”라면서도 “다 놔버리고 떠나고 싶다. 결국 우리가 참고 견뎌내야 하는 걸까. 그저 내일이 오지 않고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며 글을 끝맺었다.

정답이 없는 문제,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파양은 너무 무책임하다며 A씨를 비판하는 입장과, A씨의 마음이 이해된다는 입장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전자의 반응을 보인 누리꾼들은 “이미 입양을 한 이상 최소 성인이 될 때까지는 부모가 책임을 지고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A씨가 이해된다는 누리꾼들은 “A씨의 아들은 사춘기 방황으로 넘어가 줄 수 없는 수준의 몰카 범죄를 저지른 성범죄자”라며 “친부모와 친자식이라고 해도 인연을 끊을 것 같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에는 2,000여 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다. A씨는 이후 후기를 남겼다.

A씨는 “셋이 손잡고 상담을 받아보려고 아이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냈는데 거부하더라”며 “그래서 고심 끝에 입양아라는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A씨 부부는 아들에게 입양했다는 사실과 자신들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사실, 사랑으로 키웠으며 포기하고 싶지 않지만 최후의 수단으로 파양을 고려하겠다는 점 등을 이야기한 다음 앞으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상담을 받자고 제안했다. 1년이라는 시간을 줄 테니, 상담을 받으며 전학 간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노력해달라는 부탁이었다.

A씨는 “아이는 자기 겁주는 거라면 기분 더러우니까 하지 말라고 하더라”라며 “그래도 마음 단단히 먹었다. 진짜 내 자식이다 하고 1년은 악물고 버티려고 한다”고 적었다.

“지금은 심적으로 힘들지만 점점 바뀌는 과정을 보면 좀 달라질까요? 많은 공부를 해왔지만 부모는 처음이라 저 잘한 거 맞나요? 다른 방법이 있었는데 아이에게 크나큰 충격을 안겨준 걸까요?”라는 질문들로 A씨의 이야기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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