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원 보내주신 교수님 감사합니다” 반지하 사는 연세대생이 올린 글

황효정
2020년 05월 3일 오전 9:58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3:37

와이파이를 낼 돈이 없어 온라인 강의를 듣지 못하던 연세대생에게 뜻밖의 돈이 입금됐다.

지난 29일 ‘연세대학교 에브리타임’에는 “최OO 교수님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시글이 하나 올라왔다. ‘에브리타임’은 대학생들이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익명의 연세대생은 자신을 이번 학기 최OO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있는 경제학과 학생이라고 밝히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학생은 “저희 집은 정말로 가난하다”며 “반지하에 와이파이 연결도 잘 되지 않는 집에서 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나마 집 근처에 있는 공용 와이파이가 어느 정도 신호가 잡혀 이를 통해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었지만, 연결이 끊어지는 일이 잦았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때문에 수업을 듣는 도중 와이파이가 끊겨 강의에서 나가거나 늦게 접속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학생은 “스마트폰 데이터를 사용하거나 와이파이가 설치된 카페에 가서 강의를 들으면 되지만 집안 형편상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집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아침에도 학생은 온라인 수업을 듣기 위해 성실히 컴퓨터 앞에 앉았다. 제시간에 강의 접속을 시도했지만, 불안한 와이파이 신호가 또다시 말썽이었다.

몇 번이나 연결을 시도한 끝에 학생은 30분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문제는 30분이 지나면 지각이 아닌 결석으로 처리된다는 거였다. 학생은 수업이 끝난 뒤 교수님께 사정을 설명하는 메일을 보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어려운 집안 형편상 수업에 늦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석 처리를 지각으로 바꿔주실 수 있으실까요?”

며칠 뒤, 교수님의 답변이 도착했다. ‘계좌 입금’ 답변이었다.

교수님은 이 학생의 계좌로 15만 원을 입금했다.

“카페에 가서 쾌적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커피 몇 잔 값을 보냅니다. 물론 결석은 출석 처리로 해두었습니다”

학생은 “연세대 다니면서 이런 교수님은 처음이었다”며 “교수님께 받은 은혜 잊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해 공부해서, 꼭 성공해서 돈 때문에 공부를 못 하는 학생들이 없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

연세대학교 에브리타임

학생은 이와 함께 입금 내역을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사진에는 최OO 교수님 성함과 15만 원의 송금 내역이 찍혀 있었다.

사연이 알려지면서 연세대생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반응이 일었다. 해당 게시글이 올라온 지 이틀여 만에 수천 명의 학생이 ‘좋아요’를 누르며 교수님께 감사를 표했다.

사연의 주인공인 학생은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수님이 직접 번호를 구해 전화를 주셨다”며 “제가 한사코 사양했는데도 교수님이 도움을 주셨다”고 밝혔다.

교수님은 도움을 받기를 주저하는 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대단한 일도 아니니 받아주면 좋겠어요. 대신 공부 열심히 해서 A+를 받아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