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초등학생이 엄마 카드 들고 서울→부산까지 가출한 슬픈 이유

황효정
2019년 09월 3일 오후 1:29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6:28

가출한 13살 초등학생은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찾아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과거 경찰들이 전한 소식 하나가 재조명됐다. 지난 2017년, 부산경찰 공식 SNS에는 사연 하나가 올라왔다.

당시 부산 사상경찰서에는 택시에서 사용이 정지된 체크카드를 사용하려던 초등학교 6학년 남자 어린이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그대로 지구대로 오게 된 학생은 경찰 아저씨의 물음에 쭈뼛쭈뼛 “며칠 전 공부 때문에 엄마랑 싸워서 집을 나왔다”고 털어놨다.

학원을 여섯 군데나 다니고, 숙제는 많은데 다 풀지도 못하겠고, 수학 숙제도 하지 못해 너무 힘겨웠다는 것. 13살 아이는 그렇게 무작정 엄마의 체크카드를 들고 가출했다.

경기도에 사는 아이가 그런데 왜 부산까지 온 걸까.

부산경찰

아이는 “행복했던 가족여행이 생각나 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표를 끊었다”고 고백했다.

아이에게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가족과 함께 해운대에 놀러 갔을 때였고, 그 기억을 더듬으며 아이는 혼자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한나절을 달려 부산에 왔다.

이날은 설날 연휴였다.

경찰의 연락을 받은 아이의 어머니는 그저 자신이 분실 신고한 카드 한 장 들고 가출한 아들이 온종일 끼니를 걸렀을 것을 걱정했다. “우리 아들, 부산까지 가서 맛있는 밥 한 끼 못 먹었을 텐데…”

이에 경찰은 현지 맛집인 돼지국밥 식당에 학생을 데려가 따끈따끈한 국밥 한 그릇을 먹여주었다. 아이는 남김없이 그릇을 비웠다.

다음날 아이는 부산까지 내려온 아버지와 함께 해운대를 찾았다가 집으로 돌아가 명절을 보냈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