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만 ‘쯔위 세대’ 선택은…대만 청년들 투표 열기

연합뉴스
2020년 01월 11일 오전 10:52 업데이트: 2020년 01월 11일 오전 10:52

대만의 젊은이들이 올해 대선에서 과거와 달리 높은 참여 의지를 보이고 있다.

청년층은 독립 성향의 민진당을, 중·장년층은 중국 본토와의 안정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국민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한 대만에서는 과거 청년층의 선거 투표율이 낮았다는 점에서 이런 변화의 움직임이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11일 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대선에서 처음 투표하는 유권자는 118만명이다. 20∼35세 유권자는 약 500만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에 달한다.

역대 대선에서 청년층의 투표율은 50∼60% 수준에 그쳤다. 이는 80% 이상인 65세 이상 유권자보다 크게 낮은 것이었다.

하지만 홍콩 시위 사태가 대만 젊은이들에게 큰 정치적 영향을 끼치면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집단으로 귀향 전세 버스를 마련하는 등 청년층 사이에서 투표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작년 6월 홍콩에서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자 대만 대학가에서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레넌 벽’이 대거 들어섰다.

위전화(兪振華) 대만 국립정치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달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홍콩 시위 사태를 계기로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중국을 경계하는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위 교수는 “중국의 압박은 사실 과거 수십년간 계속 존재했지만 중국의 힘이 점차 커지면서 이런 압박은 많은 젊은이의 마음에까지 미치고 있다’며 “소위 ‘망국의 위기감'(亡國感)은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표하러 가는 귀향 수요가 몰리면서 전날 타이베이 버스 터미널과 기차역 등에서는 주요 목적지로 가는 교통편이 속속 매진됐다.

최근 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해외에 나가 있던 많은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귀국했다면서 여권 사진을 올리는 ‘인증 열풍’도 일고 있다.

대만에서는 부재자 투표 제도가 없어 투표하려면 반드시 주소를 둔 곳에 가야 한다.

‘태생적인 독립파’로 불리는 젊은 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차이 총통은 ‘집으로 가 투표하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젊은 층의 귀향 투표를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젊은 층의 적극적 참여 열기로 이번 대선 투표율은 차이 총통이 당선된 2016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민주화로 1996년 직선제가 도입된 이래로 가장 투표율이 높았던 해는 첫 정권 교체가 이뤄진 2000년 대선의 82.69%였다. 2016년 대선 투표율은 66.27%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올해 처음 총통 선거 투표를 할 수 있는 이들 중에는 만 20세인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도 있다.

쯔위는 지난 7일 대만 타오위안(桃園) 공항에 도착해 대만 언론들은 그가 첫 선거권을 행사할지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 2016년 쯔위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대만 국기를 들었다가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총통 선거 전날 밤 사과 동영상을 올렸다.

이 사건은 대만 유권자들을 크게 자극해 차이 총통의 당선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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