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동안 방치” 서울 한복판에 버려진 ‘금싸라기’ 땅 1만평의 정체

황효정
2020년 05월 22일 오전 9:54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3:29

경복궁 옆, 서울 한복판 금싸라기 자리에 6,000억짜리 땅이 버려져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최근 부동산 업계는 이른바 ‘송현동 부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복궁과 광화문 사이에 있는 송현동 부지는 4m 높은 담에 둘러싸여 숨겨져 있는 허허벌판이다. 그 크기가 무려 1만 1,000평에 달한다.

현재 땅콩 회항 사건으로 유명한 한진그룹이 소유하고 있는데, 특이사항은 새 주인을 찾는 중이라는 것. 한진그룹은 송현동 부지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잘 익은(?) 서울 노른자 땅 팝니다”

다음 지도 캡처
친일파 윤덕영, 윤택영 형제 / 한국근대미술연구소

사실 송현동 부지는 조선 왕조 시절 경복궁을 보호하던 숲이 있던 땅이었다. 송현(松峴)이라는 지명 자체가 ‘소나무가 많은 언덕’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개인이 함부로 탐낼 수 없는 왕실 소유의 땅이었다는 뜻이다.

이같은 원칙은 친일파 윤덕영 등에 의해 깨진다. 윤덕영은 경복궁 주변에 엄청난 규모의 땅을 소유했다. 송현동 부지도 그중 하나였다.

그러던 1919년 윤덕영은 송현동 부지의 소유권을 일제에 넘긴다.

1945년 해방 이후에는 미국이 이곳을 차지했다. 긴 세월이 지나 1997년 삼성이 “미술관을 건립하겠다”며 1,400억원에 소유권을 양도받는다.

삼성은 미술관을 짓지 못하고 이 땅을 다시 판다. 16m 이하 고도 제한 등 경복궁 바로 옆이라 규제가 많은 탓이었다.

삼성 이재용 / 연합뉴스
한진그룹 조현아 / 연합뉴스

현 주인인 한진그룹은 이때 2,900억원에 소유권을 사들였다. 한진그룹의 목표는 송현동 부지에 7성급 한옥 호텔을 짓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삼성이 피하지 못한 규제를 한진그룹이라고 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 규제 완화를 요청해 허가를 얻어내면서 개발할 수 있을 뻔했지만, 최순실 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한진그룹의 꿈은 끝내 멀리 사라졌다.

결국 한진그룹도 이 땅을 팔겠다고 백기를 들었다.

그러자 서울시가 사겠다고 나섰다.

연합뉴스
뉴스1

친일파, 일제, 미국, 재벌 등 당대 권력자들로 주인이 계속 바뀌는 동안, 그 덕에 송현동 부지는 서울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나무와 풀이 우거진 장소가 됐다.

2010년에는 이곳에서 조선 말기와 일제강점기 당시 집터, 유물 등이 발굴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같은 역사적 의미를 고려해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서울 한복판이라는 위치에 1만 평이 넘는 크기라 판매 가격은 시장가 6,000억원 추정이다.

과연 1만 평 송현동 부지의 새 주인은 누가 될까.

조선 왕실을 보호하던 숲, 송현동. 높은 벽 너머에 숨겨져 있던 송현동의 가치를 제대로 살려줄 새 주인이 몹시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