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 43년…‘박정희대통령기념관’에 다녀왔습니다

이윤정
2022년 11월 12일 오후 6:34 업데이트: 2022년 11월 12일 오후 6:53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관을 방문했다. 차를 몰고 상암산로 디지털미디어시티 방면으로 들어서자 단풍이 한창인 상암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기념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큰 기념관의 첫인상은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품격 있었다. 기념관 건물을 떠받치는 20여m 높이의 육중한 기둥 7개가 눈길을 끄는 가운데 화강암으로 된 계단 20여 개를 올라가니 나무 데크로 짠 너른 마당이 나왔다. 기념관 정문으로 들어서면 1층 로비에서 제일 먼저 ‘국가와 혁명과 나’를 주제로 한 상징조형물과 대형스크린을 통해 박 대통령의 생생한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박정희대통령기념관 정문으로 들어가면 1층 로비에서 대형스크린을 볼 수 있다.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전체 면적 5260㎡에 총 3개로 구성된 전시실은 규모가 매우 크고 전시 내용도 풍부했다. 짜임새 있게 꾸민 전시실을 모두 살펴보는 데 1시간은 족히 걸릴 정도였다.

2012년 완공해 처음 문을 열었던 박정희대통령기념관은 2016년부터 약 3년에 걸쳐 기념관 전시실과 도서관 등을 전면 보수해 2019년 3월 1일 재개관했다. 1999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역사와의 화해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며 국가 차원에서 박정희대통령기념관을 짓기로 했다. 기념관 건립 비용은 정부(당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국비로 일부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측이 모금을 통해 충당했다.

전시실 앞에서 만난 이종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대외협력실장은 “기념관 건립에는 국고 200억 원이 투입됐지만, 리모델링은 그간 모아둔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기념관 운영·관리와 관련해 이 실장은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다”며 “순수 기부·후원금만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저희가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기념관 발전을 위해 ‘100만인 후원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아직 2만 명이 채 안 된다”며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1전시실은 5·16 혁명존을 시작으로 박 대통령의 구미 상모리 생가와 대구사범학교 재학시절, 문경공립보통학교 시절, 군인 시절을 거쳐 제5대 대통령이 되기까지 행적을 담은 사진과 유품, 각종 모형, 디오라마 등이 전시돼 있다. 소개 글은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등 4개 국어로 표기돼 있다.

1전시실에 있는 박정희 대통령의 경북 구미 상모리 생가 모형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박 대통령의 대구사범학교 재학시절, 문경공립보통학교 시절 모습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박정희대통령의 군인시절 모습 등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박정희대통령의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 모습 등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2전시실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으로 △파독 근로자 △수출진흥확대회의 △중동 진출 △수출 100억 불 달성 △중화학공업 △경부고속도로 건설 △새마을운동 △통일벼 △한강유역개발 △산림녹화 △치산치수 △전력난 해소 △과학기술 △북한의 도발과 자주국방 △교육 및 보건 △문화재 및 문화예술 △월남파병 △한미동맹 등 박정희 대통령의 18년 재임 기간을 업적별로 구분해 각종 패널, 모형, 영상, 진열장, 디오라마로 연출했다.

2전시실 모습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경제발전 과정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파독근로자(광부, 간호사) 소개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제5대~9대 대통령 시절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공업발전 과정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경부고속도로 구간 관련 박정희 대통령의 메모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새마을운동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전국기능경기대회 출전 선수를 격려하는 박정희 대통령 모습 등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자주국방만이 살 길이다’ 방위산업 육성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국민교육헌장 선포 등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문화예술의 기틀 마련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아카이브 휴게 공간에는 박 대통령의 재임 기간 중 매년 했던 신년사를 헤드셋을 통해 생생한 육성으로 청취할 수 있도록 연출·구성했다. 영상관에서는 박정희 대통령 취임식이나 당시 모습을 담은 영화도 관람할 수 있다.

2전시실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매년 했던 신년사를 헤드셋을 통해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2전시실이 끝나는 곳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3전시실이 있다. 에스컬레이터 양 벽면에도 당시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양 벽면에도 당시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3전시실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객관적 판단과 이해를 돕고, 박 대통령의 고뇌를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비판과 시련 공간’을 마련했다. 박정희 대통령(1917~1979)과 육영수(1925~1974) 여사를 추모하는 디지털 추모실이 있으며 다양한 사진 패널, 유품, 박 대통령이 읽던 도서들, 각종 훈장과 기념품, 가족 사진, 육영수 여사의 여권, 기념 열쇠 같은 것들도 전시하고 있다.

3전시실에 있는 박정희 대통령 내외 디지털추모관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3전시실에 있는 사진들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박정희 대통령의 각종 유품들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육영수 여사가 생전에 입던 옷과 여권, 교육 수료증, 붓글씨 작품을 비롯한 유품들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대통령 집무실은 당시 벽지와 문양, 책상, 세계지도, 액자까지 고증을 거쳐 재현했다. 진열된 서적들은 박 대통령이 직접 보던 서재의 책들이며 진열장의 일력은 당시 집무실에 걸려있던 1979년 10월 26일에 멈춰진 마지막 일력이다. 벽 한쪽에는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장을 맡았던 김정렴 전 청와대비서실장이 출간한 회고록을 인용해 다음과 같은 설명이 걸려 있다.

여름이면 집무실은 한증막과 다름이 없었다. 전기를 아끼기 위해 에어컨 대신 선풍기가 있었지만, 부채와 창문을 열어 열기를 식혔고, 날아드는 파리를 잡기 위해 파리채가 항상 놓여 있었다. 화장실 변기 물통에는 벽돌을 넣어 물 한 방울도 아낄 정도로 근검, 절약을 생활화하였다. 부족한 쌀을 아끼기 위해 아침, 저녁 식사 때는 30% 보리를 섞어 먹었고, 특별한 행사가 없으면 점심은 늘 멸치국물의 기계국수를 먹었다.

대통령집무실을 1979년 당시 그대로 재현한 모습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3전시실을 따라가면 박정희도서관과 어깨동무도서관, 박정희 홀 등이 나온다.

‘박정희도서관’은 대통령전문도서관과 일반도서관을 겸한 시설로, 세미나실, 미팅룸 등을 갖춘 품격 있고 쾌적한 공간이다. 6500여 권의 장서와 2만3000여 건의 대통령 결재문서를 갖추고 있으며 일반도서는 대출도 가능하다.

박정희대통령기념관 2층에 있는 박정희도서관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어깨동무도서관’은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책들로 구성돼 어린이들이 자작나무 숲속과 같은 아늑한 공간에서 독서를 통해 꿈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어린이전용 도서관이다. 인근 시민들이 어린 자녀들과 함께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정희도서관 옆에 나란히 설치된 초등학생 전용 ‘어깨동무 도서관’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박정희홀은 가변 벽체인 무빙월을 설치해 각종 세미나, 특별기획전,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도서관과 기념관 중간에는 관람객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카페6737′이 있다. 어깨동무스토리움은 영유아존, 어린이존, 2층 교육장으로 구성돼 다양한 어린이 도서와 체험 공간이 함께하는 복합 신개념 어린이 박물관이다.

어깨동무 스토리움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기자가 기념관을 방문한 날, 박정희홀에서는 ‘유신 50주년’ 제3차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 준비로 분주하던 한태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박 대통령은 삶과 생명에 대한 사랑이 많으셨던 인본주의자였다”라고 회고하며 “박정희라는 인물 자체보다는 이 분의 상징성, 이 분에게 중요했던 가치를 지키고 알리고자 한다”고 기념관의 존재 의미를 부여했다.

박 대통령의 외손자이기도 한 그는 “통치철학 같은 거창한 개념보다는 박 대통령의 나라사랑과 그 소박함, 간절함, 하면 된다는 자조정신, 성실함 등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가치를 지키고 알리는 게 소명”이라고 밝혔다. 이어 “많은 분들이 오셔서 박정희 대통령과 그 분이 중요시했던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됐으면 하고,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희대통령기념관에 가려면 172, 670, 7011, 7016, 7019번 버스를 타고 월드컵파크3단지, 난지천공원(정류장 번호 14-107)에서 내려서 도보로 400~500미터쯤 걸어가면 된다. 다만 도로 등에 이정표나 안내 표시판이 없는 건 아쉬운 점이다. 지하철로 가려면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2번 출구에서 내려 마포08버스를 타고 ‘난지천공원’에서 하차하면 된다.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내비게이션에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을 입력하면 된다.

기념관 관람시간은 매주 화요일~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단체관람은 기념관 측에서 안내 관광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