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병원 안치실을 떠나지 못하다가 ‘현충원’으로 옮겨진 청년

김연진
2020년 12월 21일 오후 3:15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1:24

병원 안치실에서 10년간 잠들어 있던 한 청년의 사연이 알려졌다.

말 못 할 사정이라도 있는 것일까. 왜 청년은 병원을 떠나지 못했던 것일까.

지난 2월, MBC ‘실화탐사대’ 제작진 측은 10년간 병원을 떠나지 못하는 청년의 이야기를 추적했다.

제작진은 한 병원 안치실을 찾았다. 그곳에는 지난 2010년 5월 5일부터 약 10년간 보관돼 있는 청년의 시신이 있었다.

MBC ‘실화탐사대’

병원 관계자는 “(청년이) 병원에 들어오실 때 21살이셨으니까, 살아계신다면 31살이 되시는 거겠죠”라며 “시신이 오래 보관된 만큼 감염 위험도 매우 높아 주변 안치실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장례 업계에 계신 분들도 이렇게 오래된 시신은 처음 본다고 하신다. 워낙 오래되셔서 상태가 매우 안 좋다”라고 덧붙였다.

병원 측의 설명에 따르면, 10년간 시신 안치료만 약 2억 3천만원에 달했다.

MBC ‘실화탐사대’

청년에게는 가족이 있었다. 그러나 장례 절차를 밟지 않았고, 계속해서 장례를 거부했다.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제작진은 이 청년에 얽힌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추적을 시작했고, 어렵게 청년의 아버지와 연락이 닿았다.

청년의 아버지는 “아들이 투신한 이유가 있을 것 아니냐. 경찰에서는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유를 밝히기 전까지는 시신을 못 찾는다”고 털어놨다.

사실, 이 청년은 2010년 의경으로 복무하던 청년이었다. 그러나 복무 3개월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해당 병원으로 시신이 안치됐다.

MBC ‘실화탐사대’

부모는 아들이 수차례 가혹행위로 인해 숨졌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경찰은 자체 조사를 거쳐 가혹행위와 관련 없이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부모는 이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결국 패소했다. 부모는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겠다”며 10년간 장례를 거부했다.

이후 청년의 아버지는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에 해당 사건을 의뢰했고, 재조사가 진행돼 ‘가혹행위’가 인정됐다. 2020년 9월 16일이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가혹행위, 부대 관리 소홀 등으로 생긴 우울증이 결국 사망까지 이르게 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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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인천지방경찰청은 2010년 5월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진 의경 A씨의 순직을 인정했다. 순직이 인정되면서 A씨의 시신도 병원 안치실에서 국립현충원으로 옮겨졌다.

A씨 시신이 안치돼 있던 병원 측은 안치료 2억 3천만원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병원 관계자는 “안치 비용은 저희가 인도적인 차원에서 받지 않을 거다. 법이고 이런 걸 다 떠나서…”라고 밝혔다.

MBC ‘실화탐사대’
MBC ‘실화탐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