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간 기술 절도행위로 부메랑 맞는 화웨이

이상숙
2019년 5월 28일
업데이트: 2020년 4월 21일

지난 10여년간 미국과 서방사회의 보안 우려 대상이 된 화웨이는 지난 10일 미중 무역협상이 무산된 뒤로 본격적인 미국의 제재 국면에 놓이게 됐다. 구글, 퀄컴 등 미국의 30여 개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선언하고 일본의 소프트뱅크그룹, KDDI, NTT, 영국의 보다폰, EE 등 이동통신 사업자들도 화웨이 신형 휴대폰 판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에도 미국이 화웨이 보이콧 동맹을 요청해 관련 기업들이 조치에 나서고 있다.

화웨이가 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화웨이와 관련된 소송사건을 정리하고 전 미국관리, 전 화웨이 직원 등을 인터뷰해 “화웨이는 기술 절취 등 부도덕한 방법으로 경쟁에서 결실을 보았다”라고 진단했다.

화웨이 직원이 해외 전시장에서 기술 절취 혐의받아

미국 과학기술 전문 사이트 라이트리딩은 화웨이 직원 주이빈 씨가 2004년 6월 미국 최대 규모의 텔레콤 전시회에서 경쟁 업체의 기술을 빼돌린 협의로 현장에서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언론에 따르면 주 씨는 전시가 끝날 무렵 출입금지 지역에 침입해 경쟁상대 부스에 전시된 네트워크 장비를 펼쳐놓고 회로판을 몰래 촬영했다. 그의 노트북 및 카메라 메모리 카드에는 후지쓰 네트워크 통신사 등 여러 통신 제조업체의 정보 및 제품 기술 재료가 들어 있었다.

주 씨는 당시 증명서를 압수당하고 전시장에서 쫓겨났으며 나중에는 화웨이에서도 쫓겨났다고 언론은 전했다.

화웨이, 시스코 기술 훔쳐…사용자 매뉴얼 오류까지 베껴

십여 년 동안 화웨이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에서 중국 정부의 선두 주자, 세계 최대의 전기 통신 장비 및 스마트폰 제조업체 중 하나가 됐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화웨이는 5G 기술, 화웨이 스마트폰 음악, 매뉴얼 내용, 그리고 인공 지능을 지원하는 응용기술 등을 경쟁사들로부터 빼내고 모조품을 만든 혐의로 지속적으로 기소돼 왔다. 약 10건의 소송 사건에 시스코와 티모바일과 같은 미국의 유명 회사 외에 특허나 저작권 소유자도 있다.

2003년 1월 미국 시스코 시스템스는 화웨이를 지적 재산권 침해 혐의로 고소했다. 화웨이는 자사와 그 부속회사의 라우터(네트워크 중계 장치) 및 교환기 등 제품의 원시코드가 시스코 특허 5건을 침해했으며 시스코 제품의 사용자 메뉴얼을 표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소송 서류에 의하면 화웨이는 시스크 소프트웨어의 허점과 사용자 매뉴얼의 타자 오류까지 그대로 베꼈다. 당시 시스코 고위 관계자가 선전으로 날아가 창업자인 런정페이를 만나 화웨이 절도의 증거를 제시하자 런정페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우연의 일치다”는 한마디만 했다. 2004년 중반 화웨이는 시스코 특허를 베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스코와 합의했다.

모토로라, 화웨이 고소 결정, 중국 정권 보복 당해

시카고에 있는 모토로라는 중국 본토에 투자한 지 20년 만인 2010년 7월 화웨이를 상대로 이 회사의 SC300 기술을 빼냈다고 고발했다. SC300은 무선인터넷 기기를 연결하는 기지국으로 폐쇄된 건물 안과 농촌 지역에 설치할 수 있다.

소송이 벌어지기 7년 전, 2003년 당시 모토로라에서 근무하던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의 친척 판쇼웨이가 동료 2명을 데리고 베이징을 비밀리에 방문해 런 회장에게 모토로라 SC300의 사양에 대해 브리핑했다. 판 씨의 노트북에서 발견된 이메일에 따르면, 그 만남 후에 판 씨는 SC300에 관한 서류를 런 회장한테 보냈다. 이후 화웨이는 SC300의 절반 정도의 무게로 비슷한 소형 장비를 만들어 개발도상국의 농촌에 판매했다.

미 연방수사국(FBI)는 2007년 2월 판 씨의 공모자인 진한쥐안 씨를 시카고 공항에서 체포했다. 중국으로 출국하려던 그녀의 서류 가방에는 모토로라의 영업 비밀을 포함한 1000여 건의 서류와 편도 항공권이 있었다. FBI는 7월 런 회장을 불신 검문했지만 진 씨와 판 씨의 공모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진 씨는 상업 기밀을 훔친 죄로 미국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후 중국 정부가 모토로라에 대한 보복으로 독점 금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에 나서자 모토로라는 화웨이에 대한 소송을 포기하고 말았다. 중국 정부는 2011년 모토로라의 네트워크 부문 사업 매각을 승인했다.

또한 T모바일은 2014년 9월 시애틀 법원에서 자사의 ‘Tappy’ 휴대전화를 테스트하는 로봇 기술을 훔쳤다고 화웨이를 고소했다. 2017년 5월 배심원단은 화웨이에 대해 계약 위반으로 480만 달러를 T모바일에 지불하라고 평결했다.

WSJ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화웨이 엔지니어인 슝신푸는 T모바일의 Tappy 로봇 기술을 입수할 방법을 알아보라는 화웨이의 요구를 받고 Tappy 부품 일부를 훔쳤다. T모바일이 화웨이에 이의를 제기하자 화웨이는 슝 씨의 개인적인 행동이라며 그들을 해고했다.

위 사건은 화웨이가 직원들에게 도둑질을 장려하지만, 사건이 터지면 외면하고 모르는 척한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사례다.

공소장에 따르면 화웨이는 2012~2014년 사내공고에서 직원들에게 다른 회사의 영업 비밀을 빼돌리도록 독려하며 성공하면 포상금을 줬다는 혐의가 있다.

FBI가 입수한 화웨이의 사내 e메일에 따르면 화웨이는 2013년 7월 직원들이 세계 각지의 다른 회사들로부터 훔친 정보의 가치에 따라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했다.

전 미 검사 “일부 회사들은 중국 당국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해”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미국 회사들에게 화웨이의 확장은 불가항력적인 매력이다. 화웨이 스마트폰에 필요한 칩의 약 20%를 퀄컴에서 공급한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도 화웨이의 큰 공급업체이고 IBM은 1990년 말 화웨이의 중요한 컨설턴트 회사였다.

데이비트 힛크톤 전 연방 검사는 “비록 중국 회사와 사업을 하는 것이 기술을 도난당할 위험이 있지만, 경제적 이득이 크기 때문에 많은 회사들이 고소를 포기했다”고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광섬유 네트워크 회사 인피네라는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경쟁사에 비해 최소 30% 낮은 가격에 입찰했다는 증거를 모았지만 중국 당국의 보복을 우려해 고발을 포기했다.

화웨이 임원, 미제재 규정 무시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은 지난 1월 24일 화웨이 장비회사, 화웨이 장비 미국 회사, 홍콩 스카이콤, 화웨이 수석 재무관을 기소했다. 죄목은 공무, 은행사기 등의 범죄 행위와 자금세탁 공모 등 13개이다.

기소문에 따르면 2012년 말에서 2013년 초 로이터 통신을 비롯한 여러 매체는 홍콩 스카이콤이 미국 규정을 어기고 이란에 미국제 상품을 판매했으며 화웨이는 실제로 홍콩 스카이콤의 소유권 및 경영권을 갖고 있다.

2014년 초 화웨이 재무 대표 멍완저우가 뉴욕의 케네디 공항에 도착했을 때 그녀가 갖고 있던 전자 장비에서 중요한 영문 브리핑 자료를 발견했는데 1998년에 설립된 홍콩 스카이콤은 화웨이 제품 및 서비스의 대리점 중 하나로 화웨이의 대리상이었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화웨이는 크고 작은 것을 모두 취한다

WSJ에 따르면 포르투칼 멀티미디어 제작지인 루비 올리베이라(45) 씨는 2014년 5월에 화웨이 임원을 만났다. 화웨이가 그의 스마트폰 카메라 특허에 관심을 보여 화웨이에 특허를 제공하고 판매 가격을 99.95달러로 제시했다. 하지만 당시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3년 후 화웨이의 제품이 올리베이라의 특허와 거의 똑같다는 것을 발견했다. 올리베이라는 “(화웨이에) 털린 기분이 들었다”며 “당시 화웨이가 지연 전술을 쓸 때 소송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야 했다”고 말했다. 올 3월 화웨이는 올리베이라를 상대로 특허 침해가 없다면서 독일 주 법원에 ‘비침해권 평결’을 청구했다. 소송사건은 현재 진행 중이다.

유치원교사인 폴 치보는 지난해 그의 창작곡 ‘우연히 만나다’를 화웨이가 스마트폰 및 태블실에 사전 탑재했다고 캘리포니아주에서 화웨이를 고소했다. 치보 교사는 “화웨이는 나의 허가도 받지 않고 그들의 장비에 내 노래를 실었고 1억 명의 고객에게 선물했다”고 말했다.

中 국가정보법 “모든 조직과 시민은 국가 정보활동에 협력해야…”

화웨이는 1987년에 설립됐고 런 회장은 중공군의 배경을 갖고 있던 군사기술 연구원이었다. 이 회사는 재무정보 노출을 피하기 위해 홍콩이나 미국에 상장하지 않았다. 미국은 중공군의 배경을 가진 화웨이가 사실은 중국 정권의 대리인으로 해외에서 스파이 활동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화웨이는 간첩 활동을 부인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국가정보법’ 제7조는 “모든 조직과 시민은 국가 정보활동을 지원하고 도우며 협력해야 하며 제공된 모든 정보에 대해서는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워싱턴 관리와 중국에서 사업하기를 희망하는 미국 회사들은 중국의 이러한 법적 규정에 조치를 취하 못했고 이런 사이에 화웨이는 지난 수십 년동안 부도덕한 수단을 통해 급격하게 성장했다.

2002년부터 2003년까지 화웨이의 스웨덴 사무소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로버트 리드는 “화웨이는 모든 자원을 기술을 빼돌리는 데 썼다. 먼저 메인보드 하나를 훔친 뒤 역공학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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